별 볼일 없던 중국 앱이…"너무 충격받아 잠도 안와" [조아라의 IT's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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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일 없었는데"…중국 이커머스 10년 만에 '지각변동'
핀둬둬 해외판 테무. 사진=바이두
"충격적이라 이 시간까지 잠이 오지 않는다. 상상하기 싫지만 지금 테무 시가총액이 1855억달러(약 247조원)다. 우리(알리바바) 시총 1943억달러(약 260조원)이랑 비교하면 불과 80억달러대 차이다. 별 볼일 없던 핀둬둬(테무)가 곧 '맏형'이 될 것"

지난해 11월 28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발표 이후 미국 나스닥에서 핀둬둬의 주가가 18% 수직 상승하자 중국 1위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의 한 직원은 회사 내부 인트라넷에 이같은 글을 적었다. 이를 본 창업주 마윈은 "오늘 알리바바의 모두가 보고 듣고 있을 것"이라며 "알리바바가 변화하고 적응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 인공지능(AI) 전자상거래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다. 모두에게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적었다. 마윈이 직접 댓글을 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별 볼일 없었는데"…중국 이커머스 10년 만에 '지각변동'

핀둬둬 앱. 사진=바이두 캡처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이커머스 시장에서 지난 10여년 간 공고했던 알리바바와 징둥 '2강 (强)체제'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2015년 설립된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가 알리바바와 징둥의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무서운 기세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핀둬둬는 농산물 소매 플랫폼으로 처음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한 뒤 1년 만에 사용자 수 1억명을 확보하며 신흥 강자로 떠올랐다.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3년. 알리바바와 징둥이 10년 넘게 걸린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속도다.

당초 핀둬둬는 알리바바 직원 등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별 볼일 없다"는 평가 받았었다. 핀둬둬 출시 당시 '선발주자' 알리바바는 중국 내에서 모바일 쇼핑시장 점유율 80%에 달했고 2위 업체 징둥 역시 11%수준으로 '2강 체제'가 굳어져 있었다. 핀둬둬는 전면전 대신 다른 소비층을 겨냥한 '틈새시장'을 먼저 파고들었다. 알리바바나 징둥 등 주요 업체가 소비력 높은 대도시(베이징, 상하이 등 인구 1000만명 이상 도시)를 노리는 사이 핀둬둬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3·4선 도시(인구 100만~500만명 규모 중소도시)를 공략했다.
사진=바이두 캡처
3·4선 도시는 소비력이 대도시보다 떨어지지만 인구의 70% 이상이 몰려있다는 특징이 있다. 핀둬둬는 3·4선 도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노골적인 '초저가' 전략을 내세웠다. 중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위챗페이와 제휴를 통해 로그인과 결제 기능을 도입했다. 사실상 '앱' 하나만 깔아두면 별도의 진입장벽이 존재하지 않은 셈이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구글 개발자 출신 창업자 황정(Colin Huang)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핀둬둬에 '인간' 상품기획자(MD)를 두지 않고,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유통하도록 했다. 소비자 거주지와 취향, 과거 구매 이력, 나이 등을 AI로 분석해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한, 상품 거래처와 직접 협력해 마진 줄이고, 대량 공동 구매를 유도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지인간 구매 유도를 하고 대량 할인 쿠폰을 뿌리는 '현금성 이벤트'를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핀둬둬 해외판 '테무' 전세계 공습…알리 '비상모드'

사진=바이두 캡처
현재 중국 핀둬둬는 약 9억명에 달하는 사용자 수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현지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옮겨 2022년 9월 해외판 '테무'를 만들어 40여개국에 진출했다. 핀둬둬와 똑같이 초저가 전략을 중심으로 단기간에 많은 사용자 모았다.

'파죽지세' 테무는 핀둬둬 전체 실적에서 자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핀둬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이 12조원(688억40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급증했다. 순이익은 3조1500억원(170억위안)으로 같은 기간 37% 증가했다. 당초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각각 25%, 30% 크게 넘어섰다. 테무의 별도 매출과 마케팅 등 비용과 관련된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모회사 핀둬둬의 전체 실적을 이끈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핀둬둬가 성장하면서 그간 업계 1위를 유지해오던 알리바바의 점유율은 추락하고 있다. 리서치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바바의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은 47%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 현지 한 전문가는 "핀둬둬의 시장 가치가 알리바바를 이미 추월했다"며 "이제는 새로운 AI 이커머스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사진=한경DB
알리바바는 내부적으로 인력을 조정하며 '비상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지난해 알리바바는 "과거 성공방식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며 1999년 창사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이른바 '1+6+N'로 알리바바(1)+클라우드·이커머스·물류·엔터테인먼트 등 6개 핵심 사업+신생사업으로 나누고 핵심 경영진을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지주사 격인 알리바바 그룹 아래 6개 회사가 '각개전투' 세태를 갖추도록 했다. 그러면서 소비자 간 거래(C2C) 플랫폼인 '타오바오'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윈은 "핀둬둬의 결정과 노력을 축하한다"며 "누구나 어느 시점에 성공할 수 있지만, 미래를 위해 변화하고 목표를 위해 대가를 치를 의지가 있는 자만이 존경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직원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 분발할 것을 촉구했다. 아이미디어 리서치는 "알리바바의 사업 구조조정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기술 속에서 회사가 성장하는 데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