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볼일 없던 중국 앱이…"너무 충격받아 잠도 안와" [조아라의 IT's f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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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볼일 없었는데"…중국 이커머스 10년 만에 '지각변동'

지난해 11월 28일(현지시간) 3분기 실적발표 이후 미국 나스닥에서 핀둬둬의 주가가 18% 수직 상승하자 중국 1위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의 한 직원은 회사 내부 인트라넷에 이같은 글을 적었다. 이를 본 창업주 마윈은 "오늘 알리바바의 모두가 보고 듣고 있을 것"이라며 "알리바바가 변화하고 적응할 것으로 굳게 믿는다. 인공지능(AI) 전자상거래 시대는 이제 막 시작됐다. 모두에게 기회이자 도전"이라고 적었다. 마윈이 직접 댓글을 다는 것은 이례적이다.
"별 볼일 없었는데"…중국 이커머스 10년 만에 '지각변동'

당초 핀둬둬는 알리바바 직원 등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별 볼일 없다"는 평가 받았었다. 핀둬둬 출시 당시 '선발주자' 알리바바는 중국 내에서 모바일 쇼핑시장 점유율 80%에 달했고 2위 업체 징둥 역시 11%수준으로 '2강 체제'가 굳어져 있었다. 핀둬둬는 전면전 대신 다른 소비층을 겨냥한 '틈새시장'을 먼저 파고들었다. 알리바바나 징둥 등 주요 업체가 소비력 높은 대도시(베이징, 상하이 등 인구 1000만명 이상 도시)를 노리는 사이 핀둬둬는 상대적으로 낙후된 3·4선 도시(인구 100만~500만명 규모 중소도시)를 공략했다.

가격을 낮추기 위해 구글 개발자 출신 창업자 황정(Colin Huang)은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도입했다. 핀둬둬에 '인간' 상품기획자(MD)를 두지 않고, AI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품을 유통하도록 했다. 소비자 거주지와 취향, 과거 구매 이력, 나이 등을 AI로 분석해 물류 시스템을 구축했다. 상당한 비용 절감 효과가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또한, 상품 거래처와 직접 협력해 마진 줄이고, 대량 공동 구매를 유도해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지인간 구매 유도를 하고 대량 할인 쿠폰을 뿌리는 '현금성 이벤트'를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핀둬둬 해외판 '테무' 전세계 공습…알리 '비상모드'
'파죽지세' 테무는 핀둬둬 전체 실적에서 자지하는 비중이 2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핀둬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이 12조원(688억40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급증했다. 순이익은 3조1500억원(170억위안)으로 같은 기간 37% 증가했다. 당초 시장 기대치(컨센서스)를 각각 25%, 30% 크게 넘어섰다. 테무의 별도 매출과 마케팅 등 비용과 관련된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모회사 핀둬둬의 전체 실적을 이끈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핀둬둬가 성장하면서 그간 업계 1위를 유지해오던 알리바바의 점유율은 추락하고 있다. 리서치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알리바바의 중국 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은 47%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중국 현지 한 전문가는 "핀둬둬의 시장 가치가 알리바바를 이미 추월했다"며 "이제는 새로운 AI 이커머스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마윈은 "핀둬둬의 결정과 노력을 축하한다"며 "누구나 어느 시점에 성공할 수 있지만, 미래를 위해 변화하고 목표를 위해 대가를 치를 의지가 있는 자만이 존경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직원들에게 초심으로 돌아가 분발할 것을 촉구했다. 아이미디어 리서치는 "알리바바의 사업 구조조정은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기술 속에서 회사가 성장하는 데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