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량 증가폭 줄었는데…與野 '돈풀기 경쟁'이 물가 다시 자극하나

작년 시중에 풀린 돈 3830조
전년 대비 100조원 늘어
2013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
지난해 광의 통화량(M2)이 100조원가량 증가했다. 연 3.50%의 높은 기준금리 수준이 유지되면서 증가 폭이 축소됐다. 긴축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다가오는 것으로 평가되지만 총선을 앞둔 여야의 ‘돈풀기 경쟁’이 다시 유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광의 통화량은 3830조6000억원(평잔 기준)으로 나타났다. 2022년 3722조8000억원에 비해 107조8000억원 늘었다.
광의 통화량에는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이상 M1) 외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금·적금, 수익증권,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2년 미만 금융채, 2년 미만 금전신탁 등 곧바로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금융상품이 포함된다. 광의 통화량 증가폭은 2021년 359조6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한 후 2022년 292조3000억원 등으로 축소됐다. 지난해 증가 폭(107조8000억원)은 2013년 87조2000억원 후 가장 작은 수준이다.

이는 기준금리 인상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한은은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연 0.50%에서 연 0.75%로 인상한 것을 시작으로 작년 1월까지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갔다. 지난해에는 연 3.50% 수준의 고금리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2021년을 정점으로 통화량 증가 폭이 감소세로 나타난 것이다.통화량 증가 폭 감소는 물가 안정과 금리 인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풀린 돈이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의미여서다. 한은이 물가 안정세를 검토한 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예측이 많다. 문제는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선심성 ‘돈풀기 경쟁’이 촉발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기업 대출을 확대하는 정책이 통화량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여당과 정부는 최근 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는 첨단산업과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76조원 규모의 저금리 자금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야당은 올해 3조7100억원 수준인 소상공인 정책자금을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하고 저금리 대환대출 예산을 증액해 이자 감면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한은도 중소기업 대상 저금리 대출 지원 프로그램인 금융중개대출 지원제도를 확대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자금을 확대하면 은행 대출을 통해 신용이 창출되면서 통화량 증가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