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희 시의원 "일단 해보자"…장애 딛고 '평범한 변호사' 꿈 이룬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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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 '하반신 마비 극복기' 쓴“‘일단 하고 보자’는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스스로 한계를 정하지 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성공의 핵심이에요.”
이소희 세종시 시의원
난관 극복하고 변호사·시의원
"현재에 최선을 다하자" 각오가
성별·연령·장애 넘어선 밑거름
이소희 세종시의회 의원(37)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청년 세대에게 해줄 조언이 있는지 묻자 이같이 답했다. 이 의원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떠맡다 보면 업무에 대한 부담과 과제의 무게에 짓눌릴 수밖에 없다”며 “작은 것부터 하나씩 성취해가면 마치 복리가 붙은 원금이 불어나듯 성과가 따라올 것”이라고 했다.이 의원은 장애인 변호사다. 14세에 갑작스러운 의료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돼 중학교를 중퇴하고 3년간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이화여대 법학과에 진학했고,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을 마친 뒤 제6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해 법조인이 됐다.
지난달 출간한 <걷지 못해도 나는 날마다 일어선다>에는 이 의원이 장애의 어려움을 딛고 변호사와 시의원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여정이 담겼다. 그는 “장애로 힘든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해야 사회 구성원으로서 내 역할을 당당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살면서 가장 뿌듯한 점으로는 “의뢰인을 위해 변론하는 ‘평범한 변호사’의 꿈을 포기하지 않은 것”을 꼽았다. 치열한 노력 끝에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이 의원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숱한 법무법인과 법률사무소의 불합격 통지였다.이 의원은 성별·연령·장애 유무 등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이 전제된 금융공기업에 도전해 예금보험공사에 입사하며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이 의원은 “장애 유무 기재에 따라 서류 합격률이 크게 달라졌지만, 사회적 장벽에 굴복하고 싶지 않았다”며 “공정하게 내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 공기업 입사 시험에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공기업 사내 변호사로 활동하던 이 의원이 정치인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도전하는 사회’를 만들려는 그의 바람에서 비롯됐다. 법조인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입법 활동을 통해 장애인 시설 확충과 인식 개선 등을 꾀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나아갈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를 품고 있다.
이 의원은 2022년 제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 청년보좌·여성특별보좌역으로 활동하며 정계에 진출했다. 같은 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세종시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장애인뿐 아니라 청년, 나아가 한 개인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도와주는 사회가 되도록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자신을 대표하는 상징 키워드를 묻자 이 의원이 가장 먼저 꺼낸 단어는 ‘청년’이다. 그는 “취업난과 빈부 격차 등 청년들이 무기력에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나도 함께 겪어왔다”며 “청년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안고 자신의 꿈에 도전할 수 있게 사다리를 놓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세종=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