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환자 수술도 연기"…'의료대란' 현실화 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빅5' 병원 전공의 대표들과 논의한 결과 오는 19일까지 해당 병원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사진=한경DB
전국 곳곳에서 수술이 밀리는 등 '의료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집단사직을 예고하면서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은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이날 오후 진료과별로 '수술 스케줄 조정'을 논의해달라고 내부에 공지했다.마취통증의학과는 전공의들이 근무를 중단하면 평소 대비 약 50∼60% 수준으로만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수술 전 마취가 필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 규모 수술 축소를 피할 수 없단 얘기다.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다른 대형병원들도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에 대비해 환자들의 수술과 입원 등을 조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경기도의 한 병원에서는 이미 암환자 수술이 연기된 사례도 나왔다. 경기북부 A병원과 환자 가족 등에 따르면 이 병원 B교수는 이날 오전 환자 C씨의 동의를 받아 20일로 예정됐던 수술을 연기했다.
폐암 4기인 C씨는 약 2년간 항암치료를 받다가 더 쓸 약이 없어 수술을 결정하고, 수술 하루 전인 19일 입원하기로 했다. C씨는 이날 병원에서 채혈 등 수술 전 마지막 검사까지 받았다.

하지만 B 교수와 C씨는 수술 당일 집단행동으로 전공의가 수술실에 들어오지 못하는 상황을 우려해 수술 날짜를 조정하기로 했다. C씨의 향후 수술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이에 C씨의 아들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환자 생명으로 자기 밥그릇 챙긴다고 협박하는 게 의사가 할 짓인가요"라고 하소연했다. 해당 게시글엔 전공의 집단행동을 비판하는 댓글이 1000개 넘게 달렸다.

필수의료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에 나서기로 하면서 '의료대란'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빅5' 병원 전공의들은 오는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 이후에는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 집계 결과 15일 24시 기준 7개 병원에서 전공의 154명이 사직서를 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