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미운털' 박힌 SK…증권사, 목표가 속속 높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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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00만원 공언한때 SK그룹주는 증권가에서 ‘양치기 소년’으로 불렸다. 개인과 기관 모두 불신의 뿌리가 깊다. ‘2025년 주가 200만원’을 공언한 SK㈜는 13만원대까지 추락했고 2022년 흑자 전환한다던 SK온은 올해도 적자 탈출이 요원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2년 유튜브에 출연해 주가 하락에 대해 사과까지 했지만 주주들의 화는 가라앉지 않았다.이런 가운데 지난해 9월 SK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1조14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자 민심이 폭발했다. 주주들은 회사 운영자금을 주주로부터 조달한다며 주식 카페 등에서 원색적인 비난 글을 쏟아냈다. SK이노베이션의 현재 주가는 12만7100원으로 당시 유상증자 발행가액(13만9600원) 아래로 떨어졌다. 뿔난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은 서린사옥으로 몰려가 ‘SK온 상장 결사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기관도 마찬가지다. 삼성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SK온의 배터리사업 가치는 ‘0원’”이라는 혹평을 하기도 했다. 키움증권은 목표주가를 현재 주가인 12만7100원보다 낮은 11만6000원으로 깎았다.
주가 20만원도 못 미쳐
개인투자자·기관 불신
최창원 의장 고강도 쇄신
대신證 "목표가 25만원
실적·주주환원 기대"
최근 증권가를 중심으로 조금씩 변화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첫 번째 변화의 계기는 SK이노베이션의 대규모 자사주 소각이다. 이 회사는 지난 5일 이미 취득한 자기주식 491만9974주를 이달 20일 소각한다고 공시했다. 소각 예정 금액은 7936억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약 6.7%에 달한다. 자사주 소각 발표 이후 주가는 2.2% 오르는 데 그쳤지만 20일부터 소각이 시작되면 주가 상승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SK㈜에 대한 시각도 변하고 있다. SK그룹 경영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의 최창원 신임 의장이 임원들에게 고강도 쇄신을 주문하면서다. 강대권 라이프자산운용 대표는 “오너 일가인 최 의장의 등판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대규모 교체 이후 조직 전체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며 “변화의 의지가 읽혀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기업들의 역사를 돌아보면 이런 변화의 시기가 투자 기회일 때가 많았다”고 덧붙였다.증권사들도 긍정적인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대신증권은 ‘기업가치 밸류업에 진심’이란 보고서를 내고 SK㈜ 목표주가를 25만원으로 높였다. 현재 주가(19만4000원)보다 약 30% 상승할 여력이 있다고 본 것이다. SK텔레콤, SK스퀘어, SK E&S 등 계열사들의 실적 개선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SK㈜가 보유한 자사주(지분율 24.6%)도 숨은 가치로 주목받고 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보유 자사주 중 50%는 3~5년에 걸쳐 소각하고 나머지는 성장 재원으로 활용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오는 26일 발표 예정인 정부의 ‘기업가치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SK㈜가 어떤 주주환원책을 내놓을지 기대하고 있다. 한 헤지펀드 운용사 매니저는 “SK이노베이션이나 SK㈜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은 역사적 저점 수준”이라며 “시장 신뢰만 회복해도 주가는 크게 반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