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반값 혁명'…中 테무, 美 아마존까지 위협

제조업체와 소비자 직접 연결
초저가·무료배송으로 급성장

출시 1년여 만에 48개 국가 진출
앱 다운로드 최상위권에 올라

슈퍼볼 광고 등 대대적 마케팅
美정계 "노예노동 수혜자" 공격
중국의 저가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테무’의 기세가 무섭다. 출시 1년여 만에 전 세계 48개 국가에 진출해 대부분 나라에서 앱 다운로드 순위 최상위권에 올랐다. 미국에서는 부동의 1위 아마존까지 위협하고 있다.

초저가와 무료 배송을 앞세운 테무의 진격에 한국 e커머스 업계도 바짝 긴장한 모습이다. 글로벌 소비자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테무의 인기는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중국 온라인 직구 쇼핑 플랫폼 ‘테무’ 웹사이트. AP연합뉴스

○유통단계 최소화해 ‘반값’ 혁명

지난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테무는 2022년 9월 출시한 지 16개월 만인 올해 1월 월간 활성 사용자 5100만명을 넘기며 미국 e커머스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앱 다운로드 횟수는 출시 첫 달 44만회에서 4054만회로 100배가량 증가했다. 반면 아마존 활성 사용자는 6960만명에서 6700만명으로 줄었다.

유럽에서도 테무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영국(1500만회), 독일(1300만회), 프랑스(1200만회), 스페인·이탈리아(각 900만회) 등에서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앱으로 집계됐다.
테무의 인기 비결은 다른 쇼핑 앱에 비해 월등히 높은 가격 경쟁력이다. 테무의 모기업은 중국 전자상거래 기업 핀둬둬다. 2015년 설립된 핀둬둬는 중간 유통단계를 없애고 중국 중소도시 소비자와 농가를 직접 연결하는 전략으로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자회사인 테무는 모기업의 전략을 그대로 계승했다. 테무는 이른바 ‘차세대 제조 모델(NGM)’을 채택, 제조업체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했다. 이를 통해 경쟁업체에 비해 최대 50% 저렴하게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쇼핑의 즐거움’도 소비자들이 테무를 찾는 이유다. 테무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보다 실제 매장을 찾는 이유 중 하나가 각종 눈요깃거리라는 점에 착안해 앱에 카드 뒤집기, 룰렛 등 각종 미니게임을 도입했다. 이는 앱 이용 시간이 늘어나는 효과를 가져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테무 이용자가 앱에 체류한 시간은 평균 18분으로 아마존(10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길었다.침체하는 중국 내수경기와 전례 없이 활발한 미국 경제도 중국 앱인 테무가 미국 시장에서 급성장한 배경으로 꼽힌다. 중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발 경기 침체에 빠지며 내수 수요가 약해지자 제조업체들은 미국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같은 시기 끝없는 물가 상승에 지친 미국 소비자들이 테무의 염가 판매 전략에 이끌렸다는 분석이다.

○슈퍼볼 광고, 美 정계 공격 부메랑으로

최근 테무는 과감한 마케팅 투자에 나섰다.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결승전 ‘슈퍼볼’ 광고가 대표적이다. 미국 최대 인기 스포츠 행사인 슈퍼볼 경기에 30초짜리 광고를 하려면 650만~700만달러(약 86억~93억원)가 든다. 테무는 여섯 차례 광고를 송출하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경품과 쿠폰 등 프로모션에도 1500만달러(약 200억원)를 지출했다.

역효과도 나타났다. 테무의 대대적인 슈퍼볼 광고는 중국 기업의 성장을 우려하는 미국 정계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대중 강경파 미국 정치인들이 강제 노동, 데이터 수집 의혹 등을 제기한 것이다. 한국계 미 공화당 하원 의원인 미셸 스틸(캘리포니아)은 지난 11일 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테무가 슈퍼볼 기간 광고에 1500만달러를 지출해 중국 공산당의 노예 노동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지난해 6월 보고서를 통해 테무의 공급망에 중국 신장 자치구 위구르족 강제 노역 피해자들이 동원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미 공화당 캣 캠맥 하원 의원(플로리다)은 “테무는 고객 금융 정보를 훔치고 앱에 스파이웨어를 심은 혐의로 소송당하고 있다”며 “모든 데이터는 중국 공산당이 소유하고 통제한다. 이 앱을 다운로드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테무의 공격적인 광고 전략이 불안정한 입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테무는 출시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매출이 각각 12.5%, 4.8% 감소했다.

지난달 모건스탠리 설문조사에 따르면 테무 사용자 약 3분의 1은 향후 세 달간 테무에서 쇼핑을 줄일 계획이라고 응답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