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소리말고" 의료대란 우려 속 불안 가중시키는 괴담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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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혐오 불붙은 온라인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한 의사들이 집단 사직서를 내기로 한 가운데 마녀사냥식 각종 뉴스들이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확산하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국민 목숨 볼모로" 격앙된 반응
1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모 병원 의사와 간호사 간 주고받은 메시지'라는 게시물이 공유됐다.간호사가 "처방을 부탁한다. 퇴원도 될 수 있으면 화요일에 하고 싶다고 한다"고 환자 측 입장을 전하자 의사는 "X귀찮다"며 "X소리하지말고 가라고 하라. 내일부터 전공의 병원에 없다고"라고 답했다.
해당 게시물이 실제 의사와 간호사 간 주고받은 메시지인지는 확인된 바 없으나 네티즌들은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태도가 거만하기 짝이 없다"고 분노했다.
최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앱에는 '전공의 사직 매뉴얼'이라는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의사 커뮤니티 앱인 '메디스태프'에 올라온 사진을 함께 게재하며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내기 전 의료 자료를 삭제하거나 변조하라는 행동 지침을 알려주고 있다고 지적했다.글에는 "인계장 바탕화면, 의국 공용 폴더에서 지우고 나와라. 세트오더(필수처방약을 처방하기 쉽게 묶어놓은 세트)도 다 이상하게 바꿔 버리고 나오라. 삭제 시 복구할 수 있는 병원도 있다고 하니까 제멋대로 바꾸는 게 가장 좋다"라고 쓰여있다.해당 글 또한 의사가 쓴 것인지 등 진위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커뮤니티로 확산됐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게시자 IP를 추적하는 등 수사에 나선 상태다.
괴담의 시작은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의 딸이 고3 수험생이라 의대 보내려고 의대 정원을 늘렸다'에서 불거졌다. 2025학년 대학입시부터 의대 입학정원이 2000명씩 늘리기로 한 결정이 올해 고3 수험생인 박 차관 딸을 위해서라는 맥락이다. 논란이 확산하자 박 차관은 "저희 딸이 고3인 것은 맞다"면서도 "학교는 밝히지 않겠지만 국제반이라 해외유학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입시와 전혀 관계가 없다"고 해명까지 해야했다. 또 "의사를 대상으로 한 경찰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 "사직서 내는 전공의들에게 내란죄를 적용한다고 한다" 등의 확인되지 않은 글들이 잇따랐다.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의사들이 "초기 위암 말기로 키워 죽어버리길", "개돼지들 특성 바꾸긴 힘들고 교묘하게 이용해야 한다", "너희 가족 카데바(해부용 시신) 만들어 주면 합의하겠다"고 말했다는 게시물도 올라왔다.
누리꾼들은 "사람 목숨으로 흥정을 하다니 대단한 집단이다", "의사들 글 쓰는거 봐라 미안한 거 하나도 없다", "환자 죽게 두란 소리를 뻔뻔하게들 한다", "남의 목숨이 달린 일인데. 사명감 어디갔냐", "저런 인성을 가지고 의사하는 게 맞냐"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의사를 악마화하며 마녀사냥하고 있다"며 가짜뉴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의 전공의들은 19일까지 전원 사직서를 내고,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필수 의료의 핵심을 맡는 전공의들이 병원 현장을 떠나면서 암 수술, 출산, 디스크 수술 등 긴급한 수술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도 전공의 공백에 따른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해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전체 수련병원 221곳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해 이탈을 막고,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한 인력 운용 방안도 검토 중이다.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전공의 집단행동 시 공공의료 기관의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집단행동 기간 비대면진료를 전면 허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