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후폭풍…'친트럼프' 美의원 "러 테러지원국 지정해야"

석유 재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등 차기 야권 인물 주목
사진=AP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의 수감 중 사망 사건과 관련해 미국이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러시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대 정적이던 나발니가 사망하면서 그를 대체할 야권 인물로는 석유 재벌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등이 언급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공화)은 18일(현지시간) 미 방송 CBS에 출연해 “나발니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용감한 사람 중 한 명”이라며 “그는 (2022년) 러시아로 돌아갔을 때 푸틴에 의해 살해당할 것을 알았고, 결국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그레이엄 의원은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나발니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러시아는)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했고, 그 생각에 동의한다”며 “그들이 지불할 대가는 테러지원국 지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현재 이와 관련해 민주당 소속 다른 상원의원 2명과 논의 중이며 입법 절차가 이르면 주초에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의회는 테러지원국 지정을 요청하는 서한을 국무장관에 보내거나 결의를 채택하는 등 조처를 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지정 권한은 국무장관에 있다.

현재 미국 정부가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한 나라는 북한 쿠바 이란 시리아 등 4개국이다.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수출관리법과 수출관리규정에 따른 제재를 받는다.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다양한 경제 제재를 취하고 있다. 미국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를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 러시아와 거래를 이어가고 있는 중국 등 국가에 부담을 주는 상징적인 효과가 클 것이란 분석이다.

나발니 죽음과 관련해 여러가지 의문이 해결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 내에선 내달 대선을 앞두고 야권을 단결할 새로운 ‘푸틴 대항마’가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석유기업 유코스 전 회장인 도르코프스키 등이 반체제 운동의 구심점이 될 인물로 거론된다고 보도했다.

호도르코프스키는 대표적 올리가르히(신흥재벌)였으나 푸틴 대통령에게 맞서다 2003년 사기와 탈세 혐의 등으로 체포돼 10년간 복역했다. 이후 수년간 망명 생활을 하다 현재 영국에서 러시아 고위층 부정부패를 추적하는 탐사보도 매체 ‘도시에이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포커 러시아 챔피언 출신인 막심 카츠도 거론된다. 그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한다고 선언한 후 출국해 현재 이스라엘에서 활동 중이다.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발언 이후 8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야당 정치인 일리야 야신도 주목받는 인사다. 해외에서 나발니의 네트워크를 관리해 온 레오니트 볼코프와 나발니의 변호인인 키라 야르미쉬 등도 반체제 운동 방향을 결정할 인물이 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NYT는 “나발니의 죽음은 절망적인 순간에 야당이 푸틴 대통령에 대항해 단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야권 인사들이 대부분 감옥에 갇혔거나 망명 중이라 세력을 단합하는 데 역부족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야권 통합의 기점은 상트페테르부르크 국회의원을 지냈던 막심 레즈니크가 제안한 '정오 시위'가 될 전망이다. 레즈니크는 정권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대선이 치러지는 3월 17일 정오에 투표소로 일제히 나와달라고 유권자들에게 제안한 바 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