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오를대로 올랐다…유럽으로 눈 돌리는 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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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스유럽600지수 사상 최고치 역신
S&P500 대비 저평가 정도 역대 최대
"미·중처럼 거품 없어…안전한 투자처"

범유럽을 대표하는 주가지수인 스톡스유럽600지수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전일보다 3.06(0.62%) 오른 491.59달러에 장을 닫았다. 종전 최고치였던 486.25(2022년 1월 7일)를 2년여 만에 넘어서며 새 역사를 썼다.
유럽 주식이 역사적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돈을 붓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 우량주를 대표하는 S&P500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을 스톡스유럽600지수의 PER로 나눈 비율은 현재 약 0.65로, 사상 최저치다. 이 수치가 낮을수록 유럽 증시가 저평가돼 있다는 의미다.

유럽 주식은 미 기술주보다 과대평가 위험도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MFS자산운용의 로버트 알메이다 전략가는 “유럽 기업들은 미국보다 실적 변동성이 낮기 때문에 확실히 더 매력적”이라고 진단했다. BCA리서치의 다발 조시 수석전략가도 “미국, 중국과 달리 유럽에는 거품이 없다”며 “향후 몇 년간 장기 투자자들에게 유럽은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결정 관련 불확실성이 증폭된 상황에서 급등세를 보여 온 미 기술주들의 추가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고평가 논란’도 미 증시에 대한 회의론을 부추기고 있다.

미래 어느 시점에서의 중국 경제 회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도 유럽 주식은 ‘훌륭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시장에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라는 판단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톡스럭셔리10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은 전체 이익의 26%를 중국에서 낸다. 중국 시장의 이익 기여도가 30%를 웃도는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등 유럽 자동차 업체들의 주가도 연초 대비 각각 6.9%, 14% 오르며 강한 반등세를 나타냈다.
스위스 은행그룹 롬바르드오디에의 플로리안 이아이엘포 매크로 부문 책임자는 “유럽 주식 투자는 간접적으로 중국 시장에 노출될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방법”이라며 “많은 유럽 기업들이 중국 경기 개선에 따라 이익을 불릴 수 있지만, 이런 가능성은 아직 주가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 순환 측면에서 중국 경기 회복을 기대한다면 유럽이 최상의 투자처”라며 “명품, 헬스케어, 자동차, 산업재 부문이 유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