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수입맥주 거품 꺼졌다…디아지오·하이네켄 인력 감축

주류업계 '몸집 줄이기'

맥주 수입량 4년만에 40% 줄어
하이네켄 "韓 직원 구조조정"

국내 위스키 열풍도 정점 찍어
디아지오, 조기퇴직 신청 받아
최근 수요 부진을 겪는 위스키, 맥주 수입업체에 인력 감축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업계 선두를 달리는 디아지오코리아와 하이네켄코리아가 업황 부진과 실적 악화를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주류업계에서는 위스키 열풍이 꺾이고 수입 맥주 소비량도 갈수록 줄어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수입업체가 더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日産에 밀려 고전하는 하이네켄

19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네덜란드산 맥주 하이네켄을 수입하는 하이네켄코리아는 최근 전체 직원의 3~4%를 감원하는 구조조정을 결정했다. 하이네켄코리아 관계자는 “주류 소비자의 변화하는 소비 패턴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조직 개편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맥주 소비가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일본산 맥주의 거센 공세로 시장점유율까지 하락하자 인력 감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칭다오 맥주 수입사인 비어케이도 작년 11월 희망퇴직을 받았다.

국내 맥주 수입량은 몇 년째 줄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8년 38만7981t이던 맥주 수입량은 매년 감소해 2022년 22만8747t이 됐다. 4년 새 40% 넘게 줄었다. 작년 맥주 수입량은 23만8695t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맥주 수입량이 2022년보다 늘긴 했지만 2022년 수입량이 역대 최저였던 것을 감안하면 유의미한 반등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하이네켄을 앞세운 네덜란드산 맥주는 2021년까지 수입 맥주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아사히 슈퍼드라이 생맥주캔’ 등 일본산 수입이 급증하면서 2위로 내려앉았다. 소매점 매출 점유율에서도 하이네켄은 2022년까지 1위를 차지하다가 지난해 아사히와 칭다오에 밀려 3위를 기록했다.

저무는 위스키 시대

조니워커 등을 수입하는 디아지오코리아도 자발적 조기 퇴직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조기 퇴직 대상자는 10년 차 이상 직원으로, 신청자에게 8~36개월치 임금을 위로금으로 지급한다. 디아지오코리아는 “직원들의 적합한 커리어 선택을 돕기 위한 자발적인 프로그램”이라고 강조했지만, 업계에서는 위스키 수요 감소와 실적 악화 우려 등으로 인력 감축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업계에서는 코로나19 대유행 때 불기 시작한 위스키 열풍이 최근 확연히 꺾였다는 진단이 나온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 1월 국내 위스키류(스카치·버번·라이) 수입량은 2031t으로 전년 동기(2801t)보다 27.4%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수입량은 3만586t으로 역대 최대였다. 업계 관계자는 “주류 유행 사이클이 6~9개월 정도인데, 위스키는 이미 1년 이상 유행했기 때문에 소비가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게다가 시장에 신규 진입한 수입사가 늘면서 기존 업체의 수익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위스키 시장이 코로나19 때 유행했다가 최근 수요가 급감한 와인 시장의 전철을 밟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페르노리카코리아, 골든블루 등 다른 위스키 업체는 “아직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