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식 칼럼] '기생(寄生)정치' 숙주 역할 할 위성정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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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 의석 산식, 스무고개 넘듯4년 전 21대 총선에서 도입한 비례대표 준연동형제는 시작부터 정치를 심각하게 왜곡했다. 지역구 의석이 많을수록 비례 의석에서 손해 보는 구조여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자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위성정당 후보만 냈다. 이 바람에 의석수대로 기호 순서가 주어지는 투표용지엔 1, 2번이 공란이고 3번부터 시작해 비슷한 이름의 정당들이 37번까지 늘어서 유권자들은 헷갈렸다. 이번엔 정당이 60개 넘어 더 그럴 것 같다.
준연동형, 위헌 논란·등가성 해쳐
자체 의석 확보 못하는 소수당과
범죄혐의자·반체제 인사까지
위성정당 플랫폼 삼아 '배지' 노려
22대 국회 어떤 일 벌어질지 아찔
홍영식 논설위원
준연동형제가 적용되는 비례대표 47석 중 30석 배분 산식(算式)은 난수표 같아 “국민은 알 필요 없다”는 어느 정치인의 말이 괜한 게 아니었다. 공직선거법 189조엔 비례대표 연동 배분 의석수를 [(국회의원 정수-의석 할당 정당이 추천하지 않은 지역구 당선인 수)×해당 정당의 비례대표 득표 비율-해당 정당 지역구 당선자 수]÷2로 돼 있다. 의석 할당 정당이란 비례 의석 배분을 받을 자격이 있는 당으로, 3% 이상 득표 또는 지역구 5석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21대 총선에서 이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숫자는 5(무소속)였다.A정당이 지역구에서 70석을 얻고, 비례 의석 정당 득표율이 30%라고 가정하자. [(300-5)×0.3-70]÷2를 하게 되면 준연동형 비례 의석수는 9석이다. 소수점일 땐 반올림하고, 1보다 작으면 0으로 계산한다. 이게 끝이 아니다. 각 정당의 준연동형 비례 의석수 합이 상한인 30석에 딱 들어맞기 쉽지 않다. 초과할 땐 30석에 맞게 정당 득표율대로 고르게 ‘안분(按分)’해야 한다. ‘조정 의석=비례대표 의원 정수×연동 배분 의석수÷각 연동 의석 배분 의석수 합계(잔여 의석은 소수점 이하 큰 순으로 배정. 소수점이 같을 땐 추첨)’가 된다. 준연동형 비례 의석수 합이 39가 나올 경우 이런 산식을 적용하면 A정당의 준연동형 비례 의석 확보 수는 9석이 아니라 7석이 된다. 30석이 안 될 땐 3% 이상 득표율을 받은 정당들의 득표율에 가중치를 부여, 100%로 환산해 배분해야 한다. 이번 4월 총선에선 47석 모두에 준연동형 비례대표를 적용할 가능성이 큰데 계산 원리는 같다.
지난해 준연동형제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입법부 존중’ 이유로 포괄적 합헌 결정을 내렸음에도 세부적으로 보면 위헌 논란은 여전하다. 지역구 투표와 비례 투표 연계는 헌법의 직접선거 원칙을 어기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헌재가 2001년 지역구 의원 투표 결과로 나온 당의 득표율을 비례대표 산출에 반영하는 1인 1표제가 위헌이라고 결정 함에 따라 이 둘을 분리해 비례대표만 뽑기 위한 정당 투표를 따로 도입했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제는 지역구 의석수와 비례 의석이 연동돼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표의 등가성도 해칠 수 있다. 예컨대 지지율이 3% 미만인 정당은 독자적으로 비례 의석을 얻을 수 없다. 그런데 거대 정당이 주도하는 비례연합 정당에 참여해 몇 석을 챙긴 뒤 독립하는 꼼수를 쓴다면 법 취지와 표심을 왜곡하는 것이다. 4년 전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은 민주당 위성정당에 참여해 각각 의석 1석을 차지한 뒤 딴 살림을 차렸다.
이번에는 더 질 나쁜 거래가 이뤄질 것 같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위성정당 ‘민주개혁진보연합’을 띄웠다. 차기 대선에서 범야권 중심에 서려면 이 방법이 낫다. 자체 의석 확보가 불가능한 소수당은 이번에도 위성정당을 플랫폼 삼아 배지를 단 뒤 뛰쳐나가 민주당 2중대 역할을 할 것이다. 떴다방식 가설(假設) 정당에 다름 아니다. ‘민주개혁진보연합’은 진보당, 새진보연합, 천안함·광우병 괴담 세력, 반미·친북단체 인사들을 포괄하고 있다. 이들은 거대 정당에 기생(寄生)해 지역구 할당까지 요구한다. 녹색정의당도 지역구 나눠 먹기를 압박하고 있다. 정체성이고 뭐고 없고 오로지 ‘윤석열 정권 타도’다. 정당 명분에 맞나.
4년 전 총선에서 준연동형제가 최강욱 김의겸 윤미향 양이원영 등 자질 논란 정치인들의 국회 입성의 길을 터주더니 이번엔 괴담 세력과 종북 좌파들에게까지 문호를 넓혀 숙주 역할을 하고, 조국 송영길 등 범죄 혐의자까지 뛰어들게 하고 있다. 국민도 모르는 산식을 가진 세계 유일의 기형적 선거제로 인해 22대 국회에서 또 어떤 해괴한 일이 벌어질지 생각하면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