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공급 규제의 순기능과 부작용

홍석철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완전경쟁시장은 경제학의 이상적인 이론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서비스의 품질이 같다는 가정은 현실에서는 성립하기 어렵다. 수요·공급 원리에 따라 시장 가격이 결정되더라도 정보가 부족한 소비자는 품질이 낮은 서비스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경제학에서는 이렇게 정보 비대칭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보는 문제를 역선택이라고 한다.

따라서 역선택 방지는 효율적인 시장을 만들기 위한 중요한 조건이다. 대표적인 역선택 방지책으로 국가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서비스 공급 능력을 갖춘 공급자에게만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변호사 회계사 의사 간호사 요양보호사 등 소위 ‘사’자(직업마다 한자는 다르지만)가 들어가는 전문 직종 대부분은 그런 자격증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자격증 제도에는 역선택 방지의 순기능과 함께 공급을 경직시키는 부작용도 있다. 양질의 서비스 공급을 위해 일정 기간의 교육과 검증이 전제돼야 하니 진입장벽이 높다. 품질과 보상 유지를 위해 자격증 수를 제한하기도 한다. 이런 공급 규제는 평소에는 소비자에게 편익을 주지만, 공급 부족 상황에서는 경직적 공급에 따른 가격 상승 등 비용을 초래하기도 한다.필자는 적어도 사회서비스 분야에서는 앞으로 공급 규제의 편익보다 비용이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급격한 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진행되면서 사회서비스 인력 부족 문제가 심화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35년까지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이라고 발표했는데 2만 명 이상이 부족할 것이라는 추계도 있다. 서울대 연구진은 지금도 모자라는 사회복지서비스업 인력이 2031년에는 58만 명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주요 산업의 인재도 모자라다는데, 부족한 사회서비스 인력을 어떻게 확충할 수 있을까.

높은 진입장벽을 유지하면서 인력 부족을 해결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공급 규제의 장단점을 고려해서 유연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품질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자격증을 요구하는 직업의 업무(직역) 범위 규제와 칸막이를 유연하게 낮추는 것이다. 소정의 교육을 거친 후 유사 직역 간 이동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것도 공급 부족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심각한 공급 부족이 예상되면 자격을 갖춘 외국인 인력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응 또한 필요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칸막이를 낮추면 기존에 공급 규제로 보호받던 직역의 종사자들은 피해를 본다는 생각에 반발이 클 것이다. 공급 부족은 초과 수요의 다른 표현이다. 그만큼 시장이 커지면 기존 종사자에게는 피해가 없다는 설득이 필요하다. 그리고 국민에게는 공급을 확대해도 품질 저하의 문제는 없고 편익이 크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