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머리로 상투 튼 '밤피꽃' 이종원 "새로운 모습에 만족"

반듯한 종사관 역할…첫 사극, 첫 주연 작품으로 18% 시청률
"상투 때문에 머리를 길렀어요. 촬영 전에 머리가 약간 긴 상태긴 했는데, 감독님께 '이 정도면 제 머리로 상투를 틀 수 있을까요?' 하고 물어봤죠. 시청자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예리하게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놀랐어요.

"
지난 17일 종영한 MBC 드라마 '밤에 피는 꽃'으로 첫 사극 연기에 도전한 배우 이종원은 이달 15일 인터뷰를 위해 만나기로 한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 거의 어깨에 닿을 정도로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뜨린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종원의 긴 머리카락은 이미 지난달 제작발표회에서 한 차례 화제가 된 바 있어 자연스레 자세한 뒷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감독님이 촬영 전에 '머리카락을 자르려면 아예 짧게 하고, 아니면 길러서 진짜 머리카락으로 상투를 틀자'고 하셔서 쭉 기르기로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위해 번거롭게 머리카락을 기른 이유에 대해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며 "'아, 이종원이란 사람이 이런 모습도 있구나', '이 배우에게 다양한 모습이 있구나' 하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고, 물론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말했다.

다만 고충도 만만치 않았다고 한다. 이종원은 "긴 머리카락을 관리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며 "헤어드라이어도 좋은 걸로 바꾸고 샴푸도 바꾸고 안 쓰던 헤어로션도 바르면서 열심히 관리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포털 사이트에서 반응을 봤는데, 사극을 좋아하는 시청자들은 정말 사소한 차이점도 알아봐 주시고 제 머리카락으로 했다는 것도 자주 언급해주셨다.

그런 일들로 칭찬받으니까 감사한 마음"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가상 역사극 '밤에 피는 꽃'은 혼례 첫날 얼굴도 못 본 남편이 죽어 졸지에 과부가 된 조여화(이하늬 분)가 밤마다 검은 복면을 쓴 채 악당을 혼내주고 불쌍한 사람을 돕는다는 설정의 이야기다.

이종원은 금위영 종사관 박수호를 연기했다.

박수호는 한양 도성 내의 여러 사건을 파헤치다가 필연적으로 조여화와 얽히게 되고, 이 과정에서 여화를 향한 마음을 키워가는 인물이다.

특히 박수호는 늘 치밀하고 이성적이면서도 조여화에게 빠져들면서 술에 취해 여화를 떠올리고 횡설수설하며 주정을 부리거나 여화가 다른 남자와 가까워진 것으로 오해하고 질투심에 어쩔 줄 모르는 모습을 보인다.

이종원은 이런 수호의 감정을 연기하기 위해 발성과 옷차림까지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는 "박수호라는 인물 자체가 굉장히 단단한 말투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저음이면서도 멀리까지 나가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또 "박수호의 느낌을 드러내는 의복은 평상복이 아닌 종사관으로서 입는 관복이었다.

정직하고 흐트러짐 없는 수호의 성격이 의복에도 드러나게 노력했다"며 "조금이라도 흐트러진 부분이 있으면 옷매무새를 다시 정돈했다"고 말했다.

이종원은 "그렇게 흐트러짐 없고 정직하고 단단하던 친구가 조여화를 만나면서 점점 무른 모습을 보여주고 무너지고 때로는 웃긴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반전 매력'이 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밤에 피는 꽃'은 최종회에 18.4%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이는 MBC가 2021년부터 편성해온 모든 금토드라마를 통틀어 가장 높은 시청률이다.

그만큼 이종원에겐 '밤에 피는 꽃'이 각별하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첫 주인공을 맡았고 처음으로 사극에 출연했으며 지금까지 출연한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올렸다.

이종원은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생각보다 훨씬, 너무 감사한 시청률이라서 사실 지금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매주 떨리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보게 됐다.

아직도 긴장되고 많이 떨리고 감사하다"는 소감을 털어놨다.

이 같은 큰 성공의 이면에는 이종원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이종원은 머리카락을 기르고 발성과 의복을 신경 쓴 것은 물론 3개월 넘게 액션 연기와 승마, 서예 등 사극 연기를 준비했다고 한다.

이종원은 "사실 제가 왼손잡이인데 박수호는 오른손잡이라는 설정"이라며 "조선시대엔 다들 오른손을 썼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래서 서예도 검술도 궁술도 모두 오른손으로 했다"며 "어렵긴 했지만, 오른손을 쓰는 것이 수호가 되는 길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종원은 모델을 꿈꾸며 모델 학원에 다니기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2018년 소셜미디어(SNS) 메시지로 가수 이승환의 '너만 들음 돼' 뮤직비디오 출연 제의를 받고 연기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떠올리며 "운이 좋게 연기를 하게 됐다"며 "6년 동안 생각보다 많은 역할을 맡았다"고 말했다.

이종원은 드라마 '금수저'에선 집 나간 아들 이승천을,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에선 외과 레지던트 2년차 김건을, '나를 사랑한 스파이'에선 스파이 팅커를 연기했다.

이종원은 "서로 다른 인물을 연기하면서 느낀 좋은 점은 그 인물들이 다 제 안에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는 것"이라며 "연기를 하면서 내면과의 대화를 많이 하고 인간 이종원으로서도 성장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번에 처음으로 사극을 하게 됐으니까 다음에는 상반된 다른 장르물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등골이 서늘한 스릴러나 보통의 제게서 보기 어려운 모습을 또 발견해서 꺼내보고 싶습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