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 공격" 가한 후티, 미사일 공격에 선원들 배 버리고 탈출

후티 반군, 예멘 남부 해협서 벌크선 공격
홍해 지역을 지나던 화물선이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침몰 직전에 놓여 선원들이 배를 버리고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후티 반군이 민간 선박을 상대로 자행한 공격 중 피해 규모가 가장 컸다는 평가다. 한동안 잠잠한 듯했던 ‘홍해 리스크’가 재점화하면서 물류 대란 피해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영국 해사무역기구(UKMTO)는 후티 반군이 19일 새벽 수에즈 운하로 연결되는 예멘 남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지나던 벌크선 ‘루비마르’호에 여러 차례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 선박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출발해 불가리아로 향하던 중이었다. 어떤 화물이 실려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영국 해상 보안업체 암브레이에 따르면 루비마르호는 영국에 등록된 선박이지만, 피격 당시 벨리즈 국기를 달고 있었고, 운영권은 레바논 회사에 있다.

야히야 샤리 후티 반군 대변인은 루비마르호가 “광범위하게 손상됐으며, 침몰 위험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배에 타고 있던 선원 전원은 배를 포기하고 지부티로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UKMTO는 “정박 중인 선박과 모든 선원은 안전하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30여 차례 단행된 후티 반군의 민간 선박 대상 공격 중 “가장 치명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선원들이 배를 버린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다. 지난달 26일 영국 유조선 ‘말린루안다’호에서 발생한 화재 이후 후티 반군의 미사일이 타깃을 명중한 첫 사례기도 하다. 대부분 피해는 선박을 비껴가거나 경미한 손상을 입히는 정도였다.친(親)이란 성향의 후티 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측면 지원한다는 명목하에 이스라엘과 미국, 영국 소유 유조선만을 목표물로 삼겠다고 밝혔지만, 실제 공격은 무차별적으로 이뤄졌다.

홍해 항로를 포기한 컨테이너선, 유조선에 이어 기존 노선을 고수하던 벌크선에까지 피해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영국 해운 서비스 회사 클락슨에 따르면 작년 12월 초 이후 홍해에 기항한 컨테이너선 수는 90% 넘게 줄었지만, 벌크선은 50%가량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전 세계 해상 무역의 12%가 오가 ‘물류 동맥’으로 불리는 홍해 지역에서의 선박 운항이 차질을 빚으면서 글로벌 해상 운송비는 한 달 만에 70% 넘게 급등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80달러 선에 바짝 다가서 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