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병원 짬짜미로 산재보험금 빼먹기…'30%' 떼갔다

사진=연합뉴스
소음성 난청 진단을 겪고 있던 근로자 A씨는 산재 신청을 위해 노무법인을 찾았다. 그런데 해당 노무법인은 집에서 멀리 떨어진 병원을 굳이 선택해 진료를 받으라고 권했다. A씨는 “집 근처도 병원이 많은데 왜 그렇게 멀리 가냐”고 물었지만, 노무법인은 “우리와 거래하는 병원”이라고 답했다. 노무법인은 A씨가 병원 이동 시 노무법인 차량으로 데려다주고 진단 및 검사비까지 모두 지급했다. A씨는 소음성 난청을 승인 받아 근로복지 공단에서 약 4800만원을 지급 받게 됐다. 하지만 이 노무법인은 수임료로 무려 30%에 달하는 1500만원을 떼갔다.

고용노동부는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 및 ‘노무법인 점검’을 통해 노무법인 등을 매개로 한 산재카르텔 의심 정황과 각종 부정 사례를 적발했다고 20일 밝혔다. 고용부는 수사의뢰, 환수 등 모든 행정적 수단을 동원해 강력한 조치를 취한 상황이다.

20일 고용부에 따르면 고용부는 지난 1월 18일부터 29일까지 이어진 산재카르텔 의심 정황을 수사한 결과, 일부 산재브로커(사무장)가 개입된 노무법인은 의료법을 위반해 환자에게 특정 거래 병원을 소개하고 사건을 수임한 사실을 적발했다.환자에게는 진단비용 대납, 각종 편의 제공 등을 통해 특정병원을 소개하거나 유인하는 기업형 영업행위를 통해 연 100건의 사건을 수임했다. 산재 승인 이후에는 환자가 받을 산재보상금의 최대 30%까지 떼간 것으로 확인됐다.

사무장이 기승을 부린 사례도 적발됐다. 노무사나 변호사가 업무처리를 수행하지 않고 무자격인 사무장이 산재보상 전 과정을 근로자를 도와 처리한 후, 수임료도 사무장 통장으로 직접 수수한 사례도 적발됐다.

고용부 적발 사례에 따르면 산재를 입은 B씨는 근골, 난청 등 산재 상담 및 신청 과정에서 변호사 사무소 직원만 만났다. 수수료는 1700만원이나 책정됐지만, 담당 변호사는 산재소송 과정에서 한 번 봤을 뿐, 산재 요양 신청 및 승인과정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고용노동부는 지금까지 파악한 위법 정황을 토대로 공인노무사 등 대리 업무 수행과정 전반을 조사하고 노무법인과 법률사무소 등 11개소에 대해 처음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공인노무사에 대한 징계, 노무법인 설립 인가 취소 등 엄중 조치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감사과정에서 접수된 신고 사건 883건을 조사한 결과 486건(55%)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했다. 적발액은 약 113억 2500만원이다. 적발된 부정수급 사례에 대해서는
현재 부당이득 배액징수, 장해등급 재결정, 형사고발 등 조치 중에 있으며, 부정수급으로 의심된 4900여건에 대해서는 근로복지공단이 자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정식 장관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감사에서 밝혀진 사항들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적극 협조해 산재카르텔과 같은 부조리가 다시는 발붙일 수 없도록 엄정히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