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에 진심인 일본…TSMC 구마모토 공장, 부활 신호탄될까

日정부 지원 힘입어 건설 2년 채 안걸려…인근 지역 반도체 생태계 기대
"한국·미국은 공장건설 늦어지는데…"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업체인 대만 TSMC의 일본 구마모토 공장 준공에 반도체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TSMC는 반도체 산업에서 뒤처진 일본이 반도체 부흥을 목표를 내걸고 전방위 지원을 한 첫 공장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오는 24일 일본 구마모토 1공장 준공식을 연다.

TSMC가 일본 소니, 덴소와 등과 공동으로 반도체 공장 운영 자회사인 JASM을 설립해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지은 공장이다. 구마모토 1공장은 올해 4분기부터 12·16·22·28나노(㎚, 10억분의 1m) 공정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나노는 반도체 회로 선폭을 의미하는 단위로, 선폭이 좁을수록 소비전력이 줄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이 공장에서 양산할 반도체는 자동차 등에 쓰이는 레거시(범용) 제품이다. 현재 가장 앞선 양산 기술이 3나노임을 고려하면 첨단 공정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일본 반도체 업계에서 양산 가능한 최신 공정이 40나노에 멈춰있기에 TSMC 공장 가동은 그야말로 '천지개벽'이다.

40나노는 TSMC가 15년 전인 2008년에 도입한 공정이다. 즉 TSMC 구마모토 1공장 준공이 일본의 반도체 산업 재건 의지를 알리는 첫 신호탄인 셈이다.
1980년대에 세계 시장을 석권한 일본 반도체 산업은 한국과 대만에 밀려 쇠락했으나, 최근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부활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1년부터 민관이 참여하는 공동사업체를 신설하고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 검토회의'를 가동하는 등 경제안보 차원에서 국내 반도체 생산 기반 정비 정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공장 건설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2022년 4월에 공사를 시작한 구마모토 1공장은 준공까지 2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TSMC는 일본 공장 착공에 앞서 2021년에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공장 건설에 착수했으나, 인력 부족 문제 등에 가동 시기가 당초 올해에서 내년으로 미뤄졌다.

TSMC 입장에서도 건설이 지연되는 다른 글로벌 거점을 대신해 일본 공장을 통해 고객 수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해외 생산기지 확장에 속도를 내는 TSMC와 반도체 산업 부활을 꿈꾸는 일본 정부의 수요가 잘 맞아떨어지는 대목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한국은 용인 등에 공장 건설이 지연되고, 미국도 여러 문제 때문에 공장 건설이 늦어지고 있다"며 "유독 일본에서 공장이 빨리 지어지는 점은 일본이 그만큼 반도체에 진심이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TSMC는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27년 가동을 목표로 구마모토 2공장도 연내 착공할 예정이다.

또 오사카 지역에 3나노 반도체 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최근 나왔다.

대만 회사인 TSMC가 일본에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이 일본의 반도체 경쟁력으로 직결된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그러나 TSMC 공장 건설을 계기로 주변 지역에 반도체 생태계가 구축되고 투자가 활성화돼 반도체 산업 발전에 밑거름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TSMC가 2021년 구마모토현 진출을 결정한 이후 구마모토현이 속한 규슈 지역에서 소니그룹, 롬, SUMCO 등이 대규모 설비 투자를 추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규슈경제조사협회는 2021년부터 10년간 반도체 설비 투자에 따른 규슈 지역 경제효과를 20조770억엔(약 180조원)으로 추산했다.

특히 TSMC 공장이 잇따라 들어서는 구마모토현의 경제효과는 10조5천360억엔(약 94조원)으로 구마모토현 10년간 예산보다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오카노 히데유키 규슈경제조사협회 상무이사는 닛케이 인터뷰에서 TSMC의 규슈 지역 진출을 두고 "반도체 설계·후공정이나 첨단 반도체에 대응한 장비·재료 분야를 육성할 기회"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