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연인 김민희 없이 베를린영화제 레드카펫 밟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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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여행자의 필요'로 경쟁부문 초청홍상수 감독이 연인인 배우 김민희 없이 홀로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자벨 위페르와 세 번째 협업
"영화를 만드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믿어"
홍 감독은 19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제74회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자신의 연출작 '여행자의 필요'의 월드 시사회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날 홍 감독은 그동안 해외 행사에서 늘 함께했던 김민희 없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 이자벨 위페르, 김승윤, 조윤희, 권해효, 하성국과 함께였다. 김민희는 기자회견장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홍 감독의 31번째 장편 신작 '여행자의 필요'는 프랑스에서 한국에 온 이리스(이자벨 위페르)가 한국인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고 막걸리를 마시며 생활하는 이야기다. 그는 '다른나라에서'(2012), '클레어의 카메라'(2017) 이후 세 번째로 이자벨 위페르와 협업했다.
홍 감독은 나이 많은 여배우의 외로움이란 감정을 담은 이번 영화에 대해 "잘 모르겠다. 그냥 그 감정이 나한테 온 것"이라며 "이렇게 말하면 무책임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도 내가 뭘 하는지 알 수 없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동안 연출시 사용했던 독백 기법을 쓰지 않은 것에 대해 "꼭 어떻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지 않고 관객을 생각하고 찍는 것도 아니다"라며 "딱히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영화를 만드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믿는다"고 했다.
한국적이지 않은 시선에도 "과거엔 이유를 가지고 영화를 만들려고 했지만 지금은 딱히 그렇다고 할 수 없다"며 "내 안에 있는 것들이 하루하루 표현된다. 캐릭터는 그렇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자벨 위페르는 "홍 감독의 방식은 매우 독특하고 열정적"이라며 "사실대로 말하면 이야기 안에서 역할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와 세계에 투영하기 어렵지만 이런 점이 마음에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세상엔 스토리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며 "현재의 순간과 특정한 세계에 직면한 인간 상태를 포착하는 방식이다. 이런 관점이 열려야 한다"고 했다.
극 중 이리스가 소주 아닌 막걸리를 마시는 이유에 대해 홍 감독은 "내가 이제 나이가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며 "그래서 소주를 마실 수 없다"고 말했다.
홍상수 감독은 이번으로 5년 연속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됐다. 그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여우주연상을, '도망친 여자'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감독상을, '인트로덕션'으로 제71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각본상을, '소설가의 영화'로 제72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여행자의 필요'는 베를린 국제영화제를 통해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 이후 올해 상반기 국내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