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게티도, 한국의 최보윤도 함께 있는 파리의 시테 렌지던시

[arte] 신미래의 파리통신
크리스티나 게티(Cristina Ghetti)는 아르헨티나 태생의 작가로, 기하학적 추상, 옵 아트, 키네틱 아트의 시각적 언어를 동원하여 인식과 현실의 교차점을 탐구하는 예술가이다. 작가의 부모님은 건축가였고, 어릴 적부터 건축에 사용하는 요소들과 예술을 접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기하학적 추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라틴 아메리카의 추상미술 흐름과 페미니즘 또한, 그녀의 작업관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많은 작업 요소들은 라틴 아메리카의 문화로부터 비롯되었다.

그는 사람이 색을 보고 냄새를 맡고, 느끼는 것과 같은 지각 현상을 디지털 도구를 사용하여 2차원 평면에서 이미지화하고, 그것을 다시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여 전통적 방법으로 그려낸다. 이 과정에서 작가가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지각과 경험의 관계이다. 디지털 매체는 작가가 가상 환경에 몰입할 수 있게 해주고, 이 가상의 이미지를 물감과 캔버스를 이용해 물질적 이미지, 즉, 객체로 번역하는 작업은 인식과 현실 사이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러한 부분이 기존의 전통적 추상과는 차이를 두는 지점이며, 크리스티나 게티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기하학적 추상의 새로운 비전이다.최근 그녀는 몰입형 공간, 공감각, 상호작용 및 참여와 같은 개념을 탐구하기 위해 자신의 작업에 뉴미디어를 도입하였으며,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예술 작품의 개념적 차원을 풍부하게 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Q. 시테레지던시에 어떠한 계기로 입주하게 되었으며, 어떠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나요?
▶A. 저는 스페인 발렌시아에 거주하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아티스트들을 후원하는 'Mozarteum Argentino'라는 장학금을 통해 이곳에 2개월간 머물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회화와 설치를 주로 작업하지만, 이는 나의 아틀리에에서도 주로 해왔던 방식이기 때문에, 레지던시에서는 실용적인 작품 표현과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동이 수월한 종이, 사진 및 시각 오디오, 비디오를 활용한 작업들을 중점으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오픈스튜디오에서 또한, 종이 같은 가벼운 물성을 지닌 재료를 위주로, 벽 전체를 기하학적 이미지로 구성하는 작품을 선보였습니다.▶Q. 시테레지던시에 체류하며, 작품 활동에 이점이 된 것이 있을까요?
▶A. 물론입니다. 저는 보통 작품 활동을 하며 세계 곳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합니다. 주기적인 연락은 물론이고, 그들이 거주하는 곳에서 혹은 제 삶이 있는 곳에서도 종종 만남을 이어갑니다. 시테레지던시의 체류를 계기로, 이전에 제 전시에 우연한 방문이 인연이 되어 작품 비평까지 해줬던 컬렉터이자 미술 관계자와 연락이 닿았고, 저의 스튜디오까지 발걸음 해주었습니다. 우리는 곧 파리의 서점이자 갤러리에서 대중과 작가와의 콘퍼런스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해외 레지던시의 체류가 다른 작품 활동에 다리를 놓아준 셈이죠.

▶Q. 시테레지던시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A. 이곳은 그야말로 열린 공간입니다. 이전에는 관계를 갖기 힘들었던 브라질과 아프리카의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국제 레지던시인 만큼 세계의 많은 작가들이 모이는 곳이고, 우리는 기본적으로 각 나라의 소품, 재료, 문화를 지니고 옵니다. 그건 정말 풍요로운 문화의 공유이고 수많은 이야기의 집결입니다. 음악, 미술, 공연, 작가 등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한곳에 존재합니다. 여기에서의 새로운 관계와 경험은, 다른 작가들과의 협업 프로젝트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전에 경험했던 다른 레지던시와 이곳의 차이점이 무엇인가요?
▶A. 저는 해외 다른 두 곳의 레지던시에 체류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몇 해전 모로코의 카사블랑카 비엔날레 (Biennale de Casablanca au Maroc)에 초청되었습니다. ‘Résidence d'artistes ifitry au Maroc’은 시테레지던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장소였습니다. 차로 이동할 수 있는 바다 옆에 위치한 스튜디오로, 외부로부터 고립된 곳이었습니다. 자연 곁의 스튜디오는 매우 아름다웠지만, 주위에 식당을 포함한 어떠한 편의 시설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머무는 아티스트 또한, 총 12명으로 매우 적었기 때문에, 우리는 늘 함께 식사를 하였고 많은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자주 회의도 하였습니다. 시테레지던시는 더 폭넓은 교류와 편리한 생활을 할 수 반면, 모로코의 ifitry 레지던시는 개인의 작업에 더 집중하며, 아티스트들과의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Q. 작가님이 평소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저는 작업을 위해 아주 엄격한 기준을 둡니다. 바로, 표현에 있어 최소한의 언어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흑과 백 두 색상의 교차, 형태의 변형 등 작업 요소는 늘 한정을 두어 최대한 미니멀하게 표현합니다. 자제된 요소들 만으로 이야기를 만들고 있으며, 그것들이 결코 묘사적이거나 은유적으로 표현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절제된 추상적 표현은 더 많은 에너지의 상태와 공간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페인팅 작업은 늘 수작업의 형태로 완성합니다. 화면의 전체적인 구성, 드로잉 등의 첫 단계는 컴퓨터 상의 프로그램 통해 설계하며, 그것을 다시 피지컬 한 방식으로 옮기는 과정을 중요시합니다. 즉, 컴퓨터에서 시작하여, 캔버스에서 끝이 납니다. 저는 손을 통해 물질적으로 만들어내는 그 과정이 작가의 정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Q. 최근 많은 협업 작업도 진행을 하셨는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Argos라는 그룹과 협업하여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Argos는 한 대학의 그룹이고, 뮤지션, 인터페이스 전문가, 컴퓨터 기술자 및 아티스트로 구성이 되어있습니다. 저는 시각적인 부분과 퍼포먼스를 담당하였고, 우리는 인터페이스라는 기술을 통해 나의 움직임이 비디오 스크린에 이미지로 적용되는 작업을 선보였습니다. 행위는 즉각적으로 비디오에 반영되고, 이미지, 공간, 사운드는 상호작용을 하게 됩니다. 전문가들의 협업 작업을 통해, 신체 이미지와 행동의 구성 요소들을 시각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시청각 성능의 연구 및 분석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협업 작업은 때때로, 아이디어로만 존재했던 주제들을 전문가의 기술력을 통해 구현 시킴으로써, 앞으로의 작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크리스티나 게티는 올해 미국 마이애미 D+C collection and fondation에서 2개월간의 작품 활동을 예정하고 있다. 오픈스튜디오를 통해 우연히 알게 된 작가는, 2022년과 2023년 한국의 부산 아트페어에 반디트라소 갤러리 (Bandi Trazos Gallery )와 함께 참여한 바 있다. 그녀는 수줍게 웃으며 Ahn이라는 행사 담당자와 반디트라소 갤러리에게 안부 인사를 전하는 따스함도 잊지 않았다. 한국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국내, 국외에서 그녀의 작품을 자주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크리스티나 게티 작가 스튜디오 문 @photo by Mirae Shin
크리스티나 게티 작가 오픈스튜디오 전경 @photo by Mirae Shin

홍익대학교 | 최보윤 작가

동양적인 요소가 유독 돋보이는 작가의 방을 만났다. 최보윤 작가의 오픈스튜디오는 그야말로 해외의 다양한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도예를 베이스로 디자인을 하는 최보윤 작가는 한국의 전통문화를 재해석하는 작품들을 이어왔다. 한국의 전통적 미와 실용성을 가미한 작가의 작품은, 외형과 소재의 아름다움 안에 실생활에서도 사용 가능한 탁월한 기능을 품고 있다.

작가는 일상의 소소한 필요나 작은 불편을 해결하는 도자 공예를 추구한다. 도예 오브제의 형태, 높이, 질감은 세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섬세한 시각을 담고 있다. 반려동물의 키를 감안하여 쌓아 올리는 형태로 고안된 반상 ‘첩첩반려’, 한국의 달 항아리의 아름다운 곡선을 드러냄과 동시에 방향 전환에 따라 술잔이 되는 ‘아리술잔’ 등의 작품은, 작가 특유의 조형적, 디자인적 감각과 사용까지 고려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인다. 최보윤 작가는 3D 프린팅 기술과 도예를 결합함으로써 점차 확장된 작품 세계를 펼쳐가고 있다.

▶Q. 시테레지던시에 어떠한 계기로 입주하게 되었나요?
▶A. 저는 홍익대학교 내 재학생과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공모에 당선되어 시테레지던시에 4개월간 머물며 창작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홍익대학교가 보유한 시테레지던시 스튜디오는, 공모 당선자뿐만 아니라, 교수님들의 연구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Q. 시테레지던시에 시스템이나 프로그램은 무엇이 있나요?
▶A. 먼저 시테레지던시 안에는 창작 연구를 위한 많은 시설이 존재합니다. 레지던시 입주 작가들이 작업할 수 있는, 도예 스튜디오, 프린팅 스튜디오를 포함하여, 뮤지션들을 위한 악기 연주실, 공연장과 전시실도 따로 마련되어 있어요. 그래서 아침 10시에서 오후 18시까지 종종 잔잔한 음악소리가 들리기도 해요. 도예 스튜디오가 정비 중이라 안타깝게도 거주하는 기간에는 사용하지 못했지만, 도예가들이 해외에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기에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해요. 또, 해외에서 현지 언어를 배워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 외국인들을 위한 프랑스 수업도 진행되고 있어요. 한 달 80유로 정도로 소정의 금액으로 배울 수 있어요.

처음 입주한 작가들을 위한 오리엔테이션을 통해서 레지던시의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상세히 알 수 있는 기회도 있어요. 보통 수요일 오후 4시에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5시부터는 처음 입주한 작가들뿐만 아니라, 이미 거주하고 있는 아티스트들도 참여할 수 있는 프리드링크가 열려요. 그래서 입주 작가들과 기존의 작가들이 소통하고 정보를 나누는 자리가 자연스럽게 마련돼요. 이어 6시부터는 오픈스튜디오가 열리는데, 이 모든 행사가 연속적으로 연결되는 순환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이런 열린 분위기는, 아티스트들과 오픈스튜디오를 방문한 미술 관계자, 전문가, 관람객들이 부담 없이 소통하는 환경을 조성해요. 시테레지던시에서 고안한 유용한 체계라고 생각이 들었어요.

▶Q. 시테레지던시의 이러한 환경이 작가님께 어떠한 영향을 미쳤나요?
▶A. 이곳에는 분야, 성별, 나이, 경력도 모두 다른 다양한 작가들이 머물고 있어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아티스트들부터 신진 작가, 대학교에서 온 작가들도 있어요. 이런 환경이 특히 좋았던 것은, 제가 가지고 있는 예술적 고민들을 나누고 조언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었어요. 서로 다른 나라에 머물고 있지만, 타국에서의 공부나 작품 활동을 고려할 때, 기꺼이 정보를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많은 위안과 동기,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또, 오픈스튜디오에 참여하며 작품에 대한 새로운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좋았어요. 어떻게 보면 전통적 소재가, 한국에서는 당연시 되는 부분이 있어요. 여기서는 한국에서 보편적인 전통적 문화나 요소, 예를 들어 제 작품에 활용되었던 강강술래나 달 항아리도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 작품에 더 흥미를 갖고, 한국에서 와는 전혀 다른 반응과 코멘트를 하는 관람자들이 많았어요.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소개하는 자리가 개인적으로 특별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이러한 경험들이 앞으로의 제 작업에 새로운 관점이나 아이디어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작가님의 작품 활동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을까요?
▶A. DDP에서 진행하는 소상공인 지원 사업 공모에 선정되어, DDP 아트페어에 참여한 경험이 있어요. 상품개발 지원금이 후원 되고, 디자이너와 소상공인이 팀을 이루어서 제품을 함께 개발하는 기회가 주어져요. 아트페어에 두 작품을 출품하였는데, 그중 페이드 (Fade)라는 조명 작품을 가죽 브랜드 소마르와 진행했어요. 가죽 도자기인데, 가죽의 모양과 텍스처를 본떠서, 도예로 재현한 작업이에요. 가죽 사용을 줄이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시작으로, ‘지속 가능성’을 주제로 표현하였어요. 가죽 브랜드에서 가죽을 제공받고, 석고 캐스팅 방법으로 가죽을 도자로 찍어내어 연속적인 사용이 가능하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조명을 덮고 있는 판은 가죽의 재질과 감수성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죽의 한계성을 극복하는 오브제를 만들 수 있었어요. 특히, 위 판을 기울이거나 회전할 수 있게 만듦으로써, 판의 기울임에 따라 빛의 조절과 각기 다른 그림자를 형성 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Q.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 부탁드립니다.
▶A. 얼마 전 독일로 이주를 하면서, 제가 지속해왔던 한국의 전통적인 면모에서 나아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만한 주제와 문화를 적품으로 구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기존의 작업 범위를 넓혀, 더 보편적인 수요와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품 연구를 해 나가고 싶습니다.
또, 시테레지던시의 긍정적인 경험들을 토대로, 해외에서 더욱 폭넓은 공모와 레지던시를 시도하며 작품을 점차 발전시켜 나가고 싶습니다.

파리 시테 렌지던시의 자세한 정보와 입주 공모, 전시 소식은 공식 사이트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파리 시테 레지던시 웹사이트
https://www.citedesartsparis.net
최보윤 작가 오픈스튜디오 전경 @photo by Mirae Shin
최보윤 작가 오픈스튜디오 전경 @photo by Mirae Shin
최보윤 작가 오픈스튜디오 전경 @photo by Mirae Shin
최보윤 작가 작품 페이드 (Fade) @photo by Mirae Shin
오픈스튜디오가 진행중인 파리시테레지던시 @photo by Mirae Shin
파리시테레지던시 아티스트 증명 카드@photo by Mirae Shin
오픈스튜디오가 맵 @photo by Mirae 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