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서 20시간 대기했다"…대구 의료현장 혼란 속으로

의료대란 걱정에 일찍 병원 찾은 환자들, 열리지 않은 접수대 앞 대기
병원들 "교수 등이 비상근무 준비"…어수선한 분위기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 65명(19일 기준)이 병원을 떠난 대구 영남대학교 병원.
20일 오전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와 보호자들로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며 '의료대란'이 현실화하자 조금이라도 일찍 진료 접수를 하려고 병원을 찾은 환자와 시민들은 열리지 않은 접수대 앞을 지켰다.

병원을 찾은 A씨는 "환자가 위독한데 피해를 너무 많이 보고 있다"며 "수술도 많이 밀렸다. 환자로서 보호자로서 가족으로서 충분히 의료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너무 혼잡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의사로서 기득권을 얼마나 많이 가졌나.

의사 밥그릇 챙기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담당 의사도 지금 (전공의 이탈) 상황에서 당장은 괜찮지만, 후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해당 병원 의사는 "지금은 열심히 할 뿐"이라며 "현재 상황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영남대 병원 관계자는 "필수 의료에 대해서는 지속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사직 안 한 전공의들과 교수님들이 사직한 전공의 자리를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대학교 병원 또한 상황은 비슷했다. 전공의 이탈로 인한 긴장감이 묻어났다.

이날 중앙응급의료센터 종합상황판에는 마취과 사정으로 평일 밤과 주말, 공휴일에는 뇌출혈 환자 수용이 불가하다는 메시지가 전날 오전 등록됐다.

경대병원 응급실에는 20시간 가까이 대기 중인 시민도 있었다.

시민 A씨는 "어제 오후 세시부터 혈액 관련 검사를 받으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잠도 못자고 밥도 못먹고 기약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미치겠다.

칠곡경대병원 가니까 여기서 추가검사 받으라고 안내해서 왔다"고 말했다
경북대 병원 관계자는 "응급의학과 필수 유지 인력만 남겨놓은 상태"라고 밝혔다.

응급실 관계자는 "현재는 정상적으로 돌아가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대구가톨릭 병원 관계자는 "응급실을 예의주시하며 수시로 비상대책 회의를 하고 있다"며 "전공의를 제외한 교수와 나머지 의사들도 비상근무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