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법인·병원 짜고 산재보험금 빼먹었다...사무장이 '브로커'

고용부, 산재보험 특정감사 통해 노무법인 등 11곳 수사의뢰
권한 없는 사무장이 브로커로...보상금 최대 30% 수수료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재보상보험제도 특정감사 중간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소음성 난청으로 산업재해 신청을 하기 위해 노무법인을 찾은 A씨는 노무법인이 소개한 병원에서 진단을 받았다. '집 근처에도 병원이 많은데 왜 그렇게 먼 병원에 가느냐'고 묻자 "우리와 거래하는 병원"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결국 산재 승인을 받았고,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산재 보상금 4,800만원 중 1,500만원을 노무법인 계좌에 수임료로 입금했다.#산업 현장에서 재해를 입은 B씨는 근골 산재 신청을 변호사 사무소에 맡겼다. 하지만 산재소송 과정에서 담당 변호사 대신 권한이 없는 사무장이 업무를 단독을 처리했다.

B씨는 "업무처리 과정에서 변호사나 노무사를 만난 적이 없었다"며 "모든 업무를 사무장이 도맡고 산재 보상 후 수임료도 사무장이 받아 갔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12월 산재보험 제도 특정감사와 지난달 노무법인 점검을 통해 노무법인 등을 매개로 한 '산재 카르텔' 의심 정황과 각종 부정 사례를 적발해 수사 의뢰, 환수 등의 조치를 했다고 20일 밝혔다.이번 특정감사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여당을 중심으로 산재 카르텔이나 '나이롱환자' 등으로 산재 보험 재정이 샌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뤄졌다.

고용부는 근로복지공단 등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제도 전반에 대해 감사한 데 이어, 일선 근로감독관과 근로복지공단이 함께 산재 요양 신청자를 면담하는 과정에서 위법 의심 정황을 확인했다.

주된 위법 의심 유형은 노무법인이 소음성 난청 산재 승인을 목적으로 신청자들을 모집한 후 산재 환자에게 특정병원을 소개하고 진단비용 등의 편의를 제공한 후 과도한 수수료를 받은 사례다.일부 노무법인은 이같은 영업행위를 통해 연 100여건의 사건을 수임하고, 환자가 받을 산재 보상금의 최대 30%까지 수수료로 받았다.

또 노무사나 변호사가 아닌 권한이 없는 사무장 '산재 브로커'가 산재 관련 상담, 신청 등 업무를 한 정황도 발견됐다. 이는 공인노무사법 등 위반이다.

일부 산재환자는 업무처리 과정에서 변호사나 노무사를 만난 적도 없이 사무장에게 일임한 후 수임료도 사무장에게 지급했다고 진술했다.고용부는 이같은 위법 정황을 토대로 공인노무사 등 대리 업무 수행과정 전반을 조사하고 노무법인과 법률사무소 등 11곳에 대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공인노무사에 대한 징계, 노무법인 설립 인가 취소 등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공인노무사 제도 전반을 살펴 보완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개선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이와 함께 그동안 감사과정에서 근로복지공단 등 각종 신고시스템 등을 통해 접수되거나 자체 인지한 부정수급 의심 사례 883건을 조사해 이 중 486건(55%)의 부정수급 사례를 적발했다. 부정수급 적발액은 약 113억2,500만원이다.

적발 사례에 대해서는 부당이득 배액 징수, 장해등급 재결정, 형사고발 등의 조치를 하고 있으며, 이외에 부정수급이 의심되는 4,900여건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자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고용부는 지난달 30일 의사 등 외부 전문가들로 이뤄진 '산재보상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발족, 이 TF를 중심으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민정기자 jm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