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엔씨소프트 지분매각 '솔솔' [IT인사이드]




IT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은 박해린 기자의 IT인사이드 시간입니다.박 기자, 오늘 살펴볼 기업은 어디입니까?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입니다.넷마블과 엔씨소프트, 한때 혈맹으로 불렸던 '윈윈' 관계에서 최근 엔씨소프트의 추락으로 불편한 동거 상태로 접어들었습니다.

당장 오는 6월 6천억원 규모의 단기 차입금 만기가 돌아오는 넷마블이 엔씨 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가능성도 솔솔 제기됩니다.

먼저 두 기업의 관계를 보시죠.2015년부터 엔씨와 넷마블은 상호 지분을 보유하며, 동맹 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지분율로 보면 넷마블은 엔씨의 지분 8.88%를, 엔씨는 넷마블의 지분 6.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시 엔씨와 넥슨 사이에서 벌어진 경영권 분쟁에서 넷마블이 엔씨의 지분을 확보해 엔씨 측에 힘을 실어주면서 지금까지 관계가 유지되고 있습니다.이 때 엔씨가 넷마블에게 리니지 IP를 활용해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줬고, 넷마블이 이를 통해 '리니지2 레볼루션'을 출시해 대박이 나면서 회사를 급속도로 키워나갔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윈-윈'이죠.



그렇네요.

근데 왜 지분 매각까지 거론되는 겁니까?



승승장구하던 리니지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엔씨의 실적은 크게 악화됐습니다.

'TL' 등 신작을 내놨지만 흥행에 실패해 결국 지난해 엔씨의 매출은 전년 대비 31% 줄고, 영업이익은 75% 급감했습니다. 영업이익 기준 2011년 이후 최저치입니다.

상황이 이렇자 100만원을 넘보며 한 때 '황제주'였던 엔씨소프트의 주가도 급락해 현재 20만원을 간신히 넘기고 있습니다.

엔씨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넷마블은 주가 하락에 2021년 5600억 원, 2022년에 3800억 원가량의 평가손실을 봤습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는 다음달 발표되기에 아직 확정은 아니지만, 엔씨 주가가 1년전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으니

추정하면 4천억 원의 평가손실이 예상됩니다. 3년간 누적 평가손실만 1조3천억 원가량 되는 거죠.

2015년 매입 당시 넷마블이 엔씨 주식을 주당 약 20만원에 3,900억원 규모로 매입했으니,

지금 매각하게 되면 2015년 매입가와 현재 주가가 큰 차이가 없어 시세 차익은 거의 없고, 원금 수준인 약 4천억 원의 현금 유입 효과만 있습니다.

그렇다면, 100만원까지 갔던 주식을 원금만 회수하고 지금 매각하는 건 최악의 타이밍이 아니냐 보는 분도 있지만,

더 늦기 전에 지금 팔아야 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지금 팔아야 한다는 건 엔씨 주가가 더 하락한다고 보는 것 아닌가요?



일단 지금 시장의 분위기는 엔씨소프트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증권가에선 엔씨의 올해 영업익 추정치를 일주일 새 20% 가까이 하향 조정하며,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도 잇따라 내리는 상황입니다.



넷마블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굳이 지금 엔씨의 지분을 팔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실적만 보면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듯 한데, 차입금 상환이 시급합니다.

지난해 4분기, 8분기 만에 영업이익 흑자로 전환한 넷마블은 올해 신작들을 대거 쏟아내며, 본격 실적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시장 평가도 긍정적입니다.

증권가에선 넷마블의 올해 영업익 추정치를 가파르게 상향 조정하며, 눈높이를 올리고 있습니다만 막대한 차입금 부담이 펀더멘탈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넷마블은 스핀엑스 인수 과정에서 일으킨 차입금만 해도 아직 6천억 가량 남아있습니다.

작년 말 2대 주주로 있는 하이브 주식 6%를 매각해 약 5200억 원을 상환했지만 여전히 오는 6월 만기가 도래하는 5천800억원가량의 차입금이 있기에 엔씨소프트의 지분 매각이 거론되고 있는 겁니다.



그래도 두 회사는 단순히 지분뿐 아니라 리니지IP로도 묶여있는 것 아닙니까?



넷마블 매출 2조 시대를 열었던 리니지2 레볼루션도 현재는 계륵 신세입니다.

엔씨가 이후 리니지M과 리니지2M을 연달아 내놓기도 했고, 리니지 IP가 힘을 잃어가며,

현재 넷마블 전체 매출에서 리니지2 레볼루션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합니다.

올해 넷마블은 엔씨 측과 리니지2 레볼루션 라이선스 재계약을 논할 예정인데,

내부에선 서비스 종료가 더 낫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만약 유저들을 고려해 계약을 종료하진 않더라도 재계약시 기존처럼 엔씨가 더 유리한 조건을 가져갈 순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단 엔씨의 김택진 대표와 넷마블 방준혁 의장의 이전부터 이어져 온 친분과 엔씨 역시 넷마블의 지분 6.8%를 매각할 수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넷마블이 엔씨 지분 매각을 결정하는 건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다만 사업 관계나 지분 가치, 재무 구조 개선 등을 감안하면 넷마블의 엔씨 지분 매각은 시기의 문제란 분석이 제기됩니다.

당장 눈 앞에 놓인 차입금 상환을 앞두고 넷마블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해보시죠.



잘 들었습니다.
박해린기자 hl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