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한 것'보다 놀라운 연기 차력쇼…'파묘', 이게 K-오컬트다 [종합]
입력
수정
장재현 감독 "상처 많은 우리나라, 파묘 하고 싶어"
김고은 '대살굿' 연기에 최민식도 '깜짝'
"무슨 일 나는 거 아닌가 생각할 정도의 몰입감"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 이어 신작 '파묘'를 선보인 장재현 감독은 연달아 화려한 캐스팅에 성공한 것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20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첫선을 보인 '파묘'는 장 감독의 말처럼 화끈했다. 최민식, 유해진이 든든히 극을 이끌었고 김고은, 이도현이 젊은 에너지로 극에 임팩트를 줬다.'파묘'는 미국 LA에서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들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나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내고 이장을 위해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과 의기투합한다. 이들이 건드린 묫자리에서 나와서는 안 될, '험한 것'이 나온다.
영화는 한국형 오컬트 장르의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장 감독의 연출과 걸출한 배우들의 연기가 보는 이에게 몰입감을 선사한다.

이어 "상덕이라는 역할과 가치관, 철한, 메시지도 좋았지만 내가 장 감독의 조감독이다 생각하고, 이 양반이 영화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궁금했다"며 "형이상학적이고 관념적인 영화일 수 있는데 관객과 소통하려는 힘이 느껴진 점이 대단했다"고 부연했다.
오컬트 영화의 팬이라고 밝힌 김고은은 "시나리오를 받고 상상하며 잘 읽었다.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최민식 선배가 캐스팅된 상태였다. 선배님과 연기 합을 맞출 기회가 귀했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김고은은 이와 관련해 "하루 전날 전체 리허설을 하고, 촬영 날엔 감독, 스태프들의 배려로 카메라 네 대만 놓고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따로 준비를 한 부분은 굿을 할 때 퍼포먼스를 선생님들과 많이 연습했다"며 "계속 뛰기 때문에 육체적으론 힘들지만 하루 만에 촬영을 할 수 있어서 힘들지 않게 끝냈다"고 덧붙였다.
김고은의 연기에 대해 유해진은 "시간 날 때마다 경문 외우고, 현장의 무속인들 쫓아다니면서 레슨받더라. 배우들은 '내가 저 역할을 하면 어떨까' 하고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하는데, 나라면 '피 말리는 연습을 해야겠구나' 했다. 저 에너지를 어떻게 끌고 오지, 걱정의 시선으로 바라봤다"고 말했다.최민식은 "라이브로 봤을 때 무슨 일 나는 거 아닌가 할 정도로 몰입도가 굉장했다. 프로페셔널한 모습들이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칭찬했다.
장 감독은 장례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하여 10여 차례 넘는 이장에 참여하고 풍수사, 장의사, 무속인의 고증을 거쳤다고 밝혔다. 그는 "'파묘'라는 소재를 생각하며 풍수지리 선생님과 시간을 보냈다"며 "땅과 가치관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이상하게 모두 '쇠침'(쇠말뚝)이라는 곳에 모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믿든 말든, 이를 영화에 녹여보려고 했다"며 "중심 소재이면서도 도드라지지 않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험한 것'의 등장과 관련해서도 "재미있는 유령 영화를 만들면 만듦새가 괜찮겠지만 불편하더라도 한발짝 더 나가고자 하는 것이 나의 원동력"이라며 "왜색적인 것, 이상한 뱀 같은 것을 브릿지로 넣어 완충작용을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이 선입견 없이 즐겨주시면 배우들 연기만으로도 극장에서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마지막으로 장 감독은 영안실에서 촬영 중 특별한 경험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김고은이 혼을 부르는 장면을 찍는데 그날 민식 선배도 그렇고 스태프도 시름시름 앓았다. 무속 자문 선생님이 모니터를 함께 보시다가 '저리 가'라고 이야기하더라. 그다음 날부터 별로 안 아팠다. 배우들이 귀신보다 강한 아우라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해진은 "애드빌이 최고더라"라고 거들어 웃음을 자아냈다.'파묘'는 오는 2월 22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