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낭만에 취한 서울…들라크루아展 10만명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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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석달째…식지 않는 인기 비결은
공연장 된 전시장 '컬래버 효과'
가수 스텔라 장의 불어 노래영상
유튜브에 퍼지며 관람객 몰려와
'할아버지 인생수업' 같은 전시
사랑 느껴지는 그림에 절로 미소
연말 반짝 흥행 우려 깨고 '대박'
“낭만의 도시 프랑스 파리, 우리가 살아보지 못한 파리의 1930년대를 그림으로 느낄 수 있다니…. 큰 선물을 받은 기분입니다.”
2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를 딸과 함께 찾은 A씨는 상기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비가 내리는 평일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예술의전당에는 전시장 문이 열리자마자 관람객이 가득 찼다.‘전시 오픈런’을 부르며 인기를 모으고 있는 들라크루아의 한국 첫 개인전이 개막 57일 만에(휴관일 제외) 10만 명의 관람객을 모았다. 전시 폐막을 40여 일 앞둔 시점에도 관람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들은 “명화전이 아닌데도 이 정도로 흥행이 지속되는 건 드문 일”이라고 평가했다.
가수 스텔라장과 컬래버 효과
지난해 12월, 개막 열흘 만에 2만 명의 관람객을 불러 모으며 화제가 된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전. 당시 일각에서는 ‘연말 반짝 흥행’이란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들라크루아전의 인기는 두 달이 지난 올해 2월까지 이어지며 관람객을 전시장으로 꾸준히 불러 모으고 있다.흥행의 배경엔 ‘시의적절한 컬래버레이션’이 있다. 대표적 사례가 가수 스텔라장과의 프로젝트다. 스텔라장은 2021년 발매한 앨범 수록곡인 ‘L’Amour, Les Baguettes, Paris(사랑, 바게트, 파리)’로 잘 알려진 싱어송라이터. 설 연휴를 앞둔 지난 9일 스텔라장은 직접 예술의전당을 찾아 들라크루아 작품 앞에서 자신의 대표곡 세 곡을 선보였다.파리의 가장 따뜻한 순간을 그린 들라크루아의 작품과 프랑스의 낭만이 담긴 스텔라장의 곡이 만났다는 점에서 화제가 됐다. 실제 스텔라장이 현장에서 선보인 무대가 유튜브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
호불호가 없는 낭만적인 그림들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전을 해설하는 최예림 도슨트는 전시의 인기 비결로 ‘호불호가 없는 낭만’을 꼽았다. 그림을 잘 몰라도, 미술에 깊은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전시라는 것이다. 그림의 소재부터 그렇다. 함께하는 삶, 연인 간의 사랑, 가족의 단란함 등을 화폭 안에 담았다. 최 도슨트는 “전시 전체가 마치 올해 아흔이 된 ‘할아버지의 인생 수업’ 같은 느낌을 준다”며 “따뜻한 감성과 행복이라는 감정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전시라는 점, 그것이 들라크루아전이 가진 특별함”이라고 말했다.전시를 관람한 사람들을 상대로 열린 수필 공모전에서도 들라크루아의 작품이 보유한 ‘낭만의 힘’이 드러났다. 최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강수현 씨의 글에는 ‘미셸, 그는…마치 요술쟁이 같아요. 그는 정말 꿈속을 날아다녀 다시 한번 이 장면들을 보고 온 것이 아닐까요?’라는 문장이 나온다. 그가 그리는 어렵지 않은 낭만의 순간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계에서 그의 작품을 사랑받게 만든 힘이 됐다는 평가다.
들라크루아 열풍은 굿즈 섹션에서도 드러난다. 작품이 그려진 엽서와 포스터, 마그넷, 배지 등 다양한 기념품을 구입해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집에서도 즐기려는 관람객이 연일 줄을 선다. 엽서는 지금껏 6만 장이 팔려나갔다. 관람객 절반 이상이 구입한 셈이다.최 도슨트는 “겨울 그림만 전시하지 않았다는 것도 꾸준한 인기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계절이 바뀐 만큼 40여 일 남은 폐막까지 재방문하는 관람객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행복을 그리는 작가가 펼쳐놓은 전시 ‘미셸 들라크루아, 파리의 벨 에포크’는 오는 3월 31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