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팔 때의 서늘한 긴장감이 그대로…영화 '파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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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재현 감독 세 번째 오컬트…최민식·김고은 빼어난 연기 파묘(破墓)는 관이나 유해를 꺼내려고 무덤을 파헤치는 걸 의미한다. 유해를 다른 곳에 옮겨 묻는 이장(移葬)을 할 때 파묘를 한다.
오랜 세월 무덤에 묻혀 있던 게 모습을 드러내는 현장에 있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알 수 없는 공포감에 고개를 돌리면서도 마음속 어딘가에선 그걸 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 법하다.
'검은 사제들'(2015)과 '사바하'(2019)로 오컬트 영화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는 제목부터 공포감과 함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신통하다고 인정받는 젊은 무속인 화림(김고은 분)이 미국에 사는 부유한 한국인 가족의 의뢰를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주를 받은 듯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걸 해결해달라는 것이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인 걸 알게 된 화림은 전국의 명당이라면 안 가본 데가 없는 오랜 경력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그의 파트너인 장의사 영근(유해진)을 찾아간다. 풍수사는 전통적인 풍수지리에 따라 묫자리를 포함한 땅의 좋고 나쁨을 판별하는 사람으로, 지관(地官)이라고도 한다.
의뢰인 조상의 묘를 옮기는 걸 같이 하자는 화림의 제안을 상덕과 영근이 받아들이고, 화림의 제자이자 동료인 봉길(이도현)까지 넷이 파묘에 나서면서 무서운 일들이 벌어진다.
비에 젖은 축축한 낙엽처럼 서늘함이 느껴지는 늦가을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잔뜩 흐린 날 해 저물 무렵이 배경이다.
관객의 소름을 돋게 하는 데는 사운드도 한몫한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경문 외는 소리, 고통에 아우성치는 듯한 소리, 유리가 깨질 때 나는 소리가 관객의 귀를 파고든다.
화림이 의뢰인 조상의 묘를 파헤치는 현장에서 펼치는 '대살굿'은 한 편의 스펙터클이라고 할 만하다.
북소리와 경문 외는 소리로 가득한 무덤 앞에서 신들린 듯 칼춤을 추는 화림의 모습은 관객의 기억에 각인될 것만 같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에서 기독교와 불교, 무속신앙을 결합해 독특한 오컬트 이야기를 풀어낸 장 감독은 '파묘'에선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엮는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캐릭터도 풍수사 상덕과 무속인 화림이다.
상덕 역의 최민식은 냉소적이고 속물적이면서도 마음 깊은 곳엔 전문가의 책임감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초로의 남성을 스크린에 실감 나게 그려낸다.
35년 차 베테랑 배우로 온갖 인간군상을 펼쳐낸 최민식이지만, 오컬트 영화 출연은 처음이다.
김고은은 전통을 따르는 무속인이면서도 신세대다운 당돌함과 세련미를 가진 화림을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화림이 파헤쳐진 무덤에 홀로 선 채 날카로운 눈으로 밖을 보는 장면에선 김고은을 대체할 배우가 없다는 느낌이 든다.
무거운 분위기에 경쾌한 느낌을 불어넣는 건 유해진이 연기한 영근이다.
영근의 엉뚱하거나 재치 있는 말이 잊을 만하면 웃음을 자아낸다.
드라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도현에게 '파묘'는 스크린 데뷔작이다.
봉길 역의 이도현은 김고은의 연기를 받쳐주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상덕과 화림, 영근, 봉길 모두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인간이란 점에선 똑같다는 점도 재미있다.
파묘라는 색다른 소재로 관객을 이야기에 끌어들이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몰입감을 더하지만, 탄탄한 서사의 힘이 끝까지 이어지기보다는 후반부에서 시각적인 공포감과 긴장감 쪽으로 기울어 버린 듯한 느낌을 주는 건 아쉬움을 남긴다.
장 감독은 어린 시절 100년이 넘은 무덤의 이장을 지켜본 기억을 토대로 '파묘'를 기획했다고 한다.
장례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해 10여 차례 이장에도 직접 참여했다.
여기에 실제 무속인과 풍수사, 장의사의 고증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파묘'는 지난 15일 개막한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영화를 소개하는 포럼 섹션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2일 개봉. 134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
오랜 세월 무덤에 묻혀 있던 게 모습을 드러내는 현장에 있다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은 알 수 없는 공포감에 고개를 돌리면서도 마음속 어딘가에선 그걸 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 법하다.
'검은 사제들'(2015)과 '사바하'(2019)로 오컬트 영화의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신작 '파묘'는 제목부터 공포감과 함께 호기심을 자극한다. 신통하다고 인정받는 젊은 무속인 화림(김고은 분)이 미국에 사는 부유한 한국인 가족의 의뢰를 받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저주를 받은 듯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걸 해결해달라는 것이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인 걸 알게 된 화림은 전국의 명당이라면 안 가본 데가 없는 오랜 경력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그의 파트너인 장의사 영근(유해진)을 찾아간다. 풍수사는 전통적인 풍수지리에 따라 묫자리를 포함한 땅의 좋고 나쁨을 판별하는 사람으로, 지관(地官)이라고도 한다.
의뢰인 조상의 묘를 옮기는 걸 같이 하자는 화림의 제안을 상덕과 영근이 받아들이고, 화림의 제자이자 동료인 봉길(이도현)까지 넷이 파묘에 나서면서 무서운 일들이 벌어진다.
비에 젖은 축축한 낙엽처럼 서늘함이 느껴지는 늦가을의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대부분의 이야기가 잔뜩 흐린 날 해 저물 무렵이 배경이다.
관객의 소름을 돋게 하는 데는 사운드도 한몫한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경문 외는 소리, 고통에 아우성치는 듯한 소리, 유리가 깨질 때 나는 소리가 관객의 귀를 파고든다.
화림이 의뢰인 조상의 묘를 파헤치는 현장에서 펼치는 '대살굿'은 한 편의 스펙터클이라고 할 만하다.
북소리와 경문 외는 소리로 가득한 무덤 앞에서 신들린 듯 칼춤을 추는 화림의 모습은 관객의 기억에 각인될 것만 같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에서 기독교와 불교, 무속신앙을 결합해 독특한 오컬트 이야기를 풀어낸 장 감독은 '파묘'에선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엮는다.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캐릭터도 풍수사 상덕과 무속인 화림이다.
상덕 역의 최민식은 냉소적이고 속물적이면서도 마음 깊은 곳엔 전문가의 책임감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초로의 남성을 스크린에 실감 나게 그려낸다.
35년 차 베테랑 배우로 온갖 인간군상을 펼쳐낸 최민식이지만, 오컬트 영화 출연은 처음이다.
김고은은 전통을 따르는 무속인이면서도 신세대다운 당돌함과 세련미를 가진 화림을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화림이 파헤쳐진 무덤에 홀로 선 채 날카로운 눈으로 밖을 보는 장면에선 김고은을 대체할 배우가 없다는 느낌이 든다.
무거운 분위기에 경쾌한 느낌을 불어넣는 건 유해진이 연기한 영근이다.
영근의 엉뚱하거나 재치 있는 말이 잊을 만하면 웃음을 자아낸다.
드라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도현에게 '파묘'는 스크린 데뷔작이다.
봉길 역의 이도현은 김고은의 연기를 받쳐주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소화했다.
상덕과 화림, 영근, 봉길 모두 이익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적 인간이란 점에선 똑같다는 점도 재미있다.
파묘라는 색다른 소재로 관객을 이야기에 끌어들이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몰입감을 더하지만, 탄탄한 서사의 힘이 끝까지 이어지기보다는 후반부에서 시각적인 공포감과 긴장감 쪽으로 기울어 버린 듯한 느낌을 주는 건 아쉬움을 남긴다.
장 감독은 어린 시절 100년이 넘은 무덤의 이장을 지켜본 기억을 토대로 '파묘'를 기획했다고 한다.
장례지도사 자격증에 도전해 10여 차례 이장에도 직접 참여했다.
여기에 실제 무속인과 풍수사, 장의사의 고증으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파묘'는 지난 15일 개막한 제74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영화를 소개하는 포럼 섹션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22일 개봉. 134분. 15세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