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엠바이오로직스 “팔 10개 항체 신약 개발, 플랫폼 특허로 글로벌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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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체의 변신, 팔 2개→10개“이뮤노글로불린M (IgM) 플랫폼 이펜디(ePENDY)는 면역항암제뿐만 아니라 1년 투약 간격의 안과 질환 치료제로도 확장할 수 있습니다."
항체 엔지니어링, 이펜디 완성
플랫폼 특허 인정, 등록 완료
강력한 면역항암제 개발 계획
하경식 아이엠바이오로직스 대표는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초로 IgM 항체 신약 개발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직 글로벌에서 IgM 항체 연구는 초기단계다. 국내는 아이엠바이오로직스가 유일하며 글로벌 경쟁사는 미국 나스닥 상장사 IGM바이오사이언스밖에 없다. IGM바이오사이언스는 IgM을 활용한 파이프라인으로 임상 1·2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람 몸 속엔 IgM, IgG, IgA, IgE, IgD 등 5가지 계열의 항체가 존재한다.이 중 현존하는 항체치료제 모두 IgG를 활용하고 있다. Y자 모양으로 생긴 IgG는 팔이 두 개이며, 혈액 내 가장 많이 존재하는 항체이다. 면역세포와 결합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T세포와 B세포가 IgG에 결합해 바이러스를 죽인다. 항체 면역항암제는 이 기능을 이용해 면역세포를 종양 주변으로 끌고 와 암세포를 공격하는 것이다. 또 타깃과 강한 결합력을 보이며, 반감기가 길다.
IgM은 10개의 팔을 갖고 있다. 장점은 한꺼번에 많은 바이러스를 광범위하게 잡을 수 있다. 다만 IgM은 IgG 대비 단점이 많다. IgM의 팔 10개는 바이러스와 결합력이 약하다. 반감기는 IgM 하루, IgG는 3~4주이다. 특히 IgM은 면역세포를 끌어오는 기능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IgM이 의약품으로 개발될 수 없었던 여러 단점들을 보완한 이펜디 플랫폼을 완성했다. 이펜디는 IgM의 반감기를 늘리기 위해 두 가지 기전을 활용했다. 우선 IgM은 호흡기와 장 등 점막세포에 결합이 잘된다. 이 기전을 차단해 혈중에 잘 머무를 수 있게 했다. 또 IgG의 작용 메커니즘을 활용했다. IgG의 반감기가 2~3주 유지하게 하는 건 세포막(cell membrane)의 FcRn 수용체이다. FcRn 수용체의 원래 역할은 자궁벽에서 엄마의 IgG가 태아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IgG는 면역력이 약한 태아가 단기 수동 면역 능력을 얻을 수 있는 항체이다.
세포 안으로 들어간 IgG는 FcRn 수용체와 결합한다. FcRn과 결합한 IgG는 리소좀에 의해 제거되지 않고 재순환돼 혈액 내 IgG의 농도가 유지된다. IgM에는 이런 기능이 전혀 없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FcRn 항체를 재사용해 주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착안해 IgM 엔지니어링을 완성했다. 반감기 실험에서 이펜디와 IgG가 유사한 수준이 나오는 것을 확인했다.
이펜디는 힌지를 도입해 IgM의 결합력을 강화했다. 하 대표는 “IgM은 팔이 여러 개지만 인형뽑기 기계의 집개처럼, 관절이 없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이 단점이다”며 “이펜디에 힌지를 인위적으로 달아줘 타깃을 잡는 팔을 잘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항체를 주입하면 일어나는 면역기능인 Fc 이펙터 펑션(Effector Functions)도 추가했다. Fc 이펙터 펑션은 항체의존적 세포독성(ADCC), 항체매개식세포작용(ADCP), 보체의존적 세포독성(CDC) 등이 대표적이다. IgG는 ADCC, ADCP, CDC가 모두 있다. 반면 IgM은 CDC만 있다.
하 대표는 “CDC는 세 가지의 항체 면역반응 중 가장 원초적인 기능이다”며 “성게도 CDC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CDC는 ADCC, ADCP처럼 면역세포를 모아서 타깃을 직접적으로 잡아먹는 기능이 강하지 않다”며 “다만 의약품 개발에 따라 CDC까지 없애 버릴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이처럼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IgM이 의약품으로 개발될 수 없었던 여러 단점들을 엔지니어링을 통해 보완해 이펜디 플랫폼을 완성했다. 치료제 용도에 따라 두 가지 버전의 이펜디가 있다. 이펜디 1은 암세포를 직접적으로 타깃해 죽이는 용도로 사용하기 때문에 IgM의 CDC 기능을 살려뒀다. 또 ADCC를 추가해 IgM이 IgG 대비 2000배 정도 강력하게 작용하는 것을 자체 실험에서 확인했다. 이펜디 2는 IgM의 기존에 있던 CDC 반응까지 아예 없애 버렸다. 이펜디 1은 대항제(antagonist), 이펜디 2는 작용제(agonist)에 적합한 플랫폼이다. 특히 작용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하 대표는 “항암제에서 작용제는 면역세포 활성을 높이기 위해 타깃들을 여러 개 확 모아야 시그널이 강하게 전달된다”며 “현재 의약품에 사용되는 IgG는 두 개의 팔로만 결합하기 때문에 시그널이 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어 “IgM 항체의 팔 10개로 여러 개의 시그널이 한꺼번에 모이면 면역세포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지난 1월 이펜디 ‘플랫폼’의 국내 특허 등록을 완료했다. 미국과 중국은 특허 출원을 냈으며, 페스트 트랙을 통한 조기 등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 외 다른 글로벌 지역은 올해 10월까지 개별 국가 특허출원을 완료해 2025~2026년까지 등록을 완료할 계획이다.
하 대표는 “플랫폼 특허의 범위가 넓기 때문에 다른 유사한 연구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특허청에서도 플랫폼 특허는 매우 까다롭게 심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별 물질 특허나 용도 특허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가치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이펜디를 통해 면역항암제, 점막 관련 질환, 안과 질환 등 치료제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눈에 직접 주사하는 안과 치료제의 반감기를 대폭 늘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하 대표는 “황반변성 치료제 1위 아일리아는 처음 3개월 동안 4주 간격으로 투여한 이후 8~16주 간격으로 투여한다”며 “IgM이 IgG보다 항체 사이즈가 5~7배 크다”고 했다. 이어 “항체 사이즈가 크면 눈에 더 오래 머무를 수 있을 것”이라며 “이펜디를 활용하면 1년에 한 번 눈에 주사하는 치료제가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
**이 기사는 제약·바이오 뉴스 사이트 <한경 BIO Insight>에 2024년 2월 22일 10시2분 게재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