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72배' 자투리 농지에 학교·병원·도서관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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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농지 묶여있던 2.1만㏊ 땅정부가 32년간 농지법에 따라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여 있는 농지의 개발을 전격 허용하기로 했다. 도로가 설치되거나 산업단지가 들어서는 등 주변이 개발되면서 남은 3㏊ 이하 자투리 농지가 대상이다. 전국의 이런 땅은 2만1000㏊에 달한다. 서울 여의도(290㏊) 면적의 약 72배다.
개발 허용해 문화시설 등 건립
"지방 소멸 막고 경제 활성화"
▶본지 2월 20일자 A1, 3면 참조국무조정실과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21일 울산 울주군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이런 농지 규제의 개선 방향을 발표했다. 농업진흥지역은 농업 생산 관련 용도로만 쓸 수 있고 다른 개발 행위는 엄격히 제한해 ‘절대농지’로 불리는 땅이다. 국토 면적의 8%(77만㏊)가 농업진흥지역 농지로 지정돼 있다. 식량 안보를 지키려면 일정 규모의 우량 농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1992년 제도가 도입됐다.
농업진흥지역 농지를 농업 생산 이외 다른 용도로 개발하려면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하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하지만 식량 안보를 위해 제정된 제도인 만큼 해제 절차가 까다롭고 통과하기 어렵다. 1㏊ 이하 농업진흥지역은 시·도지사가 해제할 수 있지만 이외에는 농식품부 장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농식품부가 사실상 ‘절대 권한’을 가진 구조다.이런 상황에서 농지로서 가치를 잃은 땅이 점점 늘었다. 정부가 이번에 규제를 풀어 개발을 허용하기로 한 3㏊ 이하 자투리 농지가 대표적이다. 과거에는 농사를 짓던 땅이지만 도로 택지 산업단지 등이 들어서고 주변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덩그러니 남은 곳이다. 정부는 전국에 이 같은 자투리 농지가 2만1000㏊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농지는 농업진흥지역 지정을 해제해 다양한 용도로 개발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농지 가치가 떨어진 땅을 농업진흥지역으로 묶어둔 채 방치하기보다는 규제를 풀어 주민을 위한 문화복지시설, 체육시설, 산업단지 편의시설 등이 들어서도록 하는 게 더 효율적인 토지 이용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취지도 있다. 저출생·고령화와 농가 인구 감소, 쌀 소비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지방 소멸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2022년 기준 국내 농가 인구는 216만5626명으로, 4년 전인 2018년(231만4982명)보다 약 15만 명 급감했다. 지역 소멸 위기에 처한 인구감소지역은 전국 89곳에 달한다.정부는 올해 상반기 소규모 농업진흥지역 정비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어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자투리 농지 개발 수요를 접수해 타당성을 검토한 후 해제 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자투리 농지의 다양한 활용이 지역사회 활성화에 마중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