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노래에 무릎 꿇기도…25년, 편안한 크루즈 같진 않았죠"
입력
수정
10년 만에 9집 발표…"'김나박이'는 넘어야 할 허들, 바보같이 노래만 할것" "다른 분들은 25년간 무탈했다고 말해주지만, 실은 많은 고민과 갈등, 실패와 좌절이 있었어요. 제 음악 여정이 '뗏목'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편안한 '크루즈'도 아니었죠."
가수 김범수는 22일 정규 9집 '여행' 발매를 기념한 공동 인터뷰에서 데뷔 25주년 소감을 묻는 말에 "파도도 쳤다가 잔잔해지기도 하는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분"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25주년이 됐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도 그만큼 남았다는 생각이 들어 간이역에 들른 느낌"이라고도 했다.
김범수는 1999년 '약속'으로 데뷔해 독보적인 가창력을 보여주며 '하루', '보고 싶다' 등의 히트곡을 냈다. 승승장구했을 것 같은 그지만, 약 5년 전 지독한 슬럼프도 겪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노래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떠올렸다.
"20주년 콘서트 첫 공연 때 급성 후두염에 걸려 사과하고 환불해드렸어요. 스태프 100여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절 쳐다보는데,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죠. 제가 울든, 화를 내든, 짜증을 내든 해야 했는데 덤덤하게 넘어간 게 화근이었어요.
외상 후 스트레스가 심해 무대 공포증이 생겼거든요.
"
김범수는 "무대에서 다리가 떨리고, '두근두근'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로 떨어서 노래할 때 피치(Pitch·음의 높낮이)가 왔다 갔다 하더라"고 돌아봤다. 그는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던 노래로 좌절하면, 나는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이 약 2년 정도 지속됐다"며 "그나마 당시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여서 활동량이 많지 않았는데, 이후에도 한참을 헤맸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많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김범수가 지난 2014년 정규 8집 '힘'(HIM) 이후 10년 동안 정규 앨범을 내지 않은 데에는 이런 사연이 숨어 있었다.
이번 9집은 그가 자기 음악 인생을 '여행'이란 키워드로 녹여낸 작품이다.
동명 타이틀곡 '여행'을 비롯해 나태주의 시에 노래를 붙인 '너를 두고', 선공개곡 '그대의 세계', 삶의 의미·행복·흔적을 묘사한 '각인' 등 11곡이 담겼다.
뮤지션 최유리·선우정아·김제형·이상훈·임헌일, 작곡가 피노미노츠,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김범수는 타이틀곡을 통해 어제가 후회되고 내일이 두렵지만 용기를 내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고난도의 고음을 뽐내던 과거 히트곡과 비교하면 한층 듣기에 편하고 여유로워졌다.
김범수는 "서정성과 메시지를 전달하려니 테크닉이나 고음역대 음악은 오히려 방해됐다"며 "그래서 불필요한 부분을 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고 '고음 보컬' 주자에서 은퇴한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보컬리스트라면 언제든지 변화무쌍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범수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좋은 곡을 받아 좋은 노래를 부르는 보컬리스트'임을 강조했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는 그런 사례로 미국의 전설적인 디바 휘트니 휴스턴을 들었다.
휴스턴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인상 깊게 봤다고도 했다.
김범수는 "억지로 혹은 멋있어 보이려 곡을 쓰진 않기로 결심했다"면서 "멋있는 곡으로 훌륭한 연주자와 협업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얼·박효신·이수와 함께 국내 최고의 보컬리스트를 일컫는 이른바 '김나박이'로 불린다.
"'김나박이'라는 명칭이 붙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고유명사가 돼 감사하죠. 하지만 어느 순간 수식어가 짓누르는 것 같아 이것조차 뛰어넘어야 할 허들이라고 생각해요.
"
김범수는 "'김나박이'란 수식어를 계속 갖고 가면 항상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무대를 망칠 것"이라며 "이번 앨범은 그래서 '좋은 결과'가 아닌 '어떤 좋은 노래를 할 것이냐'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숱한 발라드 히트곡을 보유한 그는 가요계 후배 발라더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범수는 "발라드곡 스타일이 점점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스탠더드 발라드는 대중이 이별하고 찾아 듣는 가장 가까운 노래여야 하는데, 어느 순간 기술적인 부분이나 고음역대 싸움이 되고 있다.
히트곡은 늘어나도 명곡은 나오지 않는 시대"라고 우려했다.
이어 "가창자들이 목을 좀 아꼈으면 한다"라며 "목은 '콸콸콸' 영원히 나오는 지하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5년간 기억 나는 순간 중 하나로 전국민적인 관심을 끈 TV 경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출연을 꼽았다.
그가 꾸민 '제발'(이소라), '늪'(조관우), '님과 함께'(남진) 등의 무대는 지금도 회자한다.
김범수는 "당시 노래뿐 아니라 무대를 마음껏 보여드릴 수 있어 희열이 컸다"며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큰 보상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번 앨범이 "결핍이나 공허함으로 힘들어하는 이에게 들꽃처럼 따뜻하게 안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 시대에 맞지 않더라도, 예전 선배들처럼 바보같이 노래만 하려 합니다.
꾸준히 노래하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연합뉴스
가수 김범수는 22일 정규 9집 '여행' 발매를 기념한 공동 인터뷰에서 데뷔 25주년 소감을 묻는 말에 "파도도 쳤다가 잔잔해지기도 하는 바다 위에 떠 있는 기분"이라며 이같이 답했다.
그는 "25주년이 됐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도 그만큼 남았다는 생각이 들어 간이역에 들른 느낌"이라고도 했다.
김범수는 1999년 '약속'으로 데뷔해 독보적인 가창력을 보여주며 '하루', '보고 싶다' 등의 히트곡을 냈다. 승승장구했을 것 같은 그지만, 약 5년 전 지독한 슬럼프도 겪었다고 한다.
그는 당시 "노래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떠올렸다.
"20주년 콘서트 첫 공연 때 급성 후두염에 걸려 사과하고 환불해드렸어요. 스태프 100여명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절 쳐다보는데,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죠. 제가 울든, 화를 내든, 짜증을 내든 해야 했는데 덤덤하게 넘어간 게 화근이었어요.
외상 후 스트레스가 심해 무대 공포증이 생겼거든요.
"
김범수는 "무대에서 다리가 떨리고, '두근두근' 심장 소리가 들릴 정도로 떨어서 노래할 때 피치(Pitch·음의 높낮이)가 왔다 갔다 하더라"고 돌아봤다. 그는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던 노래로 좌절하면, 나는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 고민하는 상황이 약 2년 정도 지속됐다"며 "그나마 당시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여서 활동량이 많지 않았는데, 이후에도 한참을 헤맸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많이 회복됐다"고 말했다.
김범수가 지난 2014년 정규 8집 '힘'(HIM) 이후 10년 동안 정규 앨범을 내지 않은 데에는 이런 사연이 숨어 있었다.
이번 9집은 그가 자기 음악 인생을 '여행'이란 키워드로 녹여낸 작품이다.
동명 타이틀곡 '여행'을 비롯해 나태주의 시에 노래를 붙인 '너를 두고', 선공개곡 '그대의 세계', 삶의 의미·행복·흔적을 묘사한 '각인' 등 11곡이 담겼다.
뮤지션 최유리·선우정아·김제형·이상훈·임헌일, 작곡가 피노미노츠, 재즈 피아니스트 송영주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김범수는 타이틀곡을 통해 어제가 후회되고 내일이 두렵지만 용기를 내 어디로든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고난도의 고음을 뽐내던 과거 히트곡과 비교하면 한층 듣기에 편하고 여유로워졌다.
김범수는 "서정성과 메시지를 전달하려니 테크닉이나 고음역대 음악은 오히려 방해됐다"며 "그래서 불필요한 부분을 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렇다고 '고음 보컬' 주자에서 은퇴한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보컬리스트라면 언제든지 변화무쌍하게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김범수는 인터뷰 내내 자신이 '좋은 곡을 받아 좋은 노래를 부르는 보컬리스트'임을 강조했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뜻이다.
그는 그런 사례로 미국의 전설적인 디바 휘트니 휴스턴을 들었다.
휴스턴을 조명한 다큐멘터리를 인상 깊게 봤다고도 했다.
김범수는 "억지로 혹은 멋있어 보이려 곡을 쓰진 않기로 결심했다"면서 "멋있는 곡으로 훌륭한 연주자와 협업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얼·박효신·이수와 함께 국내 최고의 보컬리스트를 일컫는 이른바 '김나박이'로 불린다.
"'김나박이'라는 명칭이 붙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노래를 잘하는 고유명사가 돼 감사하죠. 하지만 어느 순간 수식어가 짓누르는 것 같아 이것조차 뛰어넘어야 할 허들이라고 생각해요.
"
김범수는 "'김나박이'란 수식어를 계속 갖고 가면 항상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무대를 망칠 것"이라며 "이번 앨범은 그래서 '좋은 결과'가 아닌 '어떤 좋은 노래를 할 것이냐'에 신경 썼다"고 말했다. 숱한 발라드 히트곡을 보유한 그는 가요계 후배 발라더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김범수는 "발라드곡 스타일이 점점 자극적으로 변하고 있다"며 "스탠더드 발라드는 대중이 이별하고 찾아 듣는 가장 가까운 노래여야 하는데, 어느 순간 기술적인 부분이나 고음역대 싸움이 되고 있다.
히트곡은 늘어나도 명곡은 나오지 않는 시대"라고 우려했다.
이어 "가창자들이 목을 좀 아꼈으면 한다"라며 "목은 '콸콸콸' 영원히 나오는 지하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25년간 기억 나는 순간 중 하나로 전국민적인 관심을 끈 TV 경연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출연을 꼽았다.
그가 꾸민 '제발'(이소라), '늪'(조관우), '님과 함께'(남진) 등의 무대는 지금도 회자한다.
김범수는 "당시 노래뿐 아니라 무대를 마음껏 보여드릴 수 있어 희열이 컸다"며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 이렇게 큰 보상과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돌아봤다.
그는 이번 앨범이 "결핍이나 공허함으로 힘들어하는 이에게 들꽃처럼 따뜻하게 안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이 시대에 맞지 않더라도, 예전 선배들처럼 바보같이 노래만 하려 합니다.
꾸준히 노래하는 사람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