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쳤다"…박민영의 눈물, 그리고 다시 꿈꾸는 로맨스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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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강지원 역 배우 박민영"직접 제 실수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어요. 진심이 닿을 수 있길 바라봅니다."
완벽한 재기 후 마주한 배우 박민영은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2년 전 그때의 일을 '실수'라고 스스로 언급하면서 "바닥을 쳤다"고 말했다. "그 순간을 말하는 게 지금도 너무 힘들다"고 울먹이고 떨리는 목소리로 전하면서, 그렇기에 tvN 월화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더욱 의미가 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박민영은 2022년 9월 가상 자산 거래소 빗썸의 숨은 주인으로 거론되며 배임,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강종현 씨와 열애설이 불거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빗썸 관계사인 인바이오젠에 친언니 박모 씨가 사외이사로 등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후 박민영은 강씨와 결별 소식을 전했고, 박씨도 사외이사에서 자진 사임했지만 강씨의 혐의와 관련해 박민영은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박민영이 논란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작품이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여성이 남편과 친구의 불륜을 알게 된 후 결혼 전으로 회귀해 두 사람에게 복수한다는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해 10회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박민영은 여주인공 강지원 역을 맡아 37kg까지 감량하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설정부터 복수에 성공하는 모습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극을 이끌었다.
종영을 앞두고 마주한 박민영은 "저의 실수를 인정하기까지 굉장히 힘들었다"며 "인정하고 나니 모든 게 선명해졌다. 더 많은 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다"고 지난 시간에 대해 언급했다.그러면서 "감내할 건 감내하고, 받아들이고, 두 번 다시 실수하지 않으면 되니 충실하기 위해 다짐했다"며 "정말 힘들긴 했는데, 그래서 1회차 지원의 삶이 더욱 와닿았고, 애정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회귀를 하기 전, 1회차 지원은 친구와 남편에게 가스라이팅 당하며 착하게만 살아왔던 인물. 결혼 후 "주식을 하겠다"며 퇴사하고, 전 재산을 날린 남편을 대신해 경제 활동하고 친구의 궂은일도 대신해 줬지만 돌아온 결과는 두 사람의 불륜이었다. 지긋지긋한 1회차 삶이 어이없는 죽음으로 마무리된 후, 강지원은 회귀해 완벽한 2회차의 삶을 살아간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방영되던 중에도 박민영이 강씨에게 생활비를 입금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박민영 측은 "계좌가 차명으로 사용됐을 뿐, 생활비로 사용된 건 아니다"고 해명해야 했다. 결국 박민영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Sick of it all(지긋지긋해)"라는 글을 게재하며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열심히 살아가도 답답한 상황이 연속이던 1회차 강지원의 모습에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박민영은 "SNS에 '지겹다'라고 쓴 건 가짜뉴스 때문"이라며 "제 실수, 제 잘못은 짚고 넘어가겠는데 가짜뉴스가 너무 많다. 그래서 제가 유튜브를 켜질 못한다"고 토로했다."쇠창살이 꽂히는 느낌이었어요. 왜 이렇게까지 나쁘게 사람을 매도할까 싶었어요. 실수를 안 했다는 건 절대 아니에요. 그런데 유튜브에 익명으로 올라온 내용 중 잘못된 게 많아서 너무 힘들었어요."
'내 남편과 결혼해줘'를 만나기 전, 박민영이 언급한 '실수'가 알려진 후 "저체온증과 우울증이 같이 왔다"고 털어놓았다. "박민영으로서 하지 않았을 거 같은 선택을 했고, 그 시간을 후회하면서 지냈다"며 "그러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자'라는 생각이 들었고, '건강해져야겠다' 싶어서 이 작품을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인간 박민영은 많이 망가졌지만 배우 박민영은 살아 있었고, 20년 동안 바르게 살려고 노력한 시간을 버리고 싶지 않아서 저 자신을 세뇌했어요. '할 수 있다', '무너지지 말자'고 했죠."충격적인 비주얼이었던 37kg의 강지원의 모습은 그런 박민영의 절박함과 독기가 드러난 부분이었다. 박민영은 "누구도 그렇게까지 살을 빼야 한다고 하지 않았지만,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떨리는 앙상한 손', '환자복 사이로 드러난 뼈', '메마름', '건조함' 등의 단어를 표현하고 싶었다"며 "그리고 어떤 드라마든 1부가 중요해서, 1회차 강지원의 모습을 잘 해내고 싶었다. '얼굴이 무슨 일이야' 하는 말이 나오더라도 해내고 싶었다"고 비장했던 촬영 준비를 전했다.
하지만 박민영의 노력에도 '내 남편과 결혼해줘' 속 오피스룩이나 사투리 등은 소소하게 논란이 됐다. "누가 오프숄더를 입고 회사에 출근하냐"는 반응이 나왔고, "모든 의상이 과하다"는 취지의 의견도 적지 않았다.
박민영은 "2013년 스타일을 조사했을 때 오프숄더, 레오파드, 가죽, 스키니 등이 유행이었다"며 "'김비서가 왜 그럴까', '기상청 사람들' 속 오피스룩을 피하려다 보니 욕심이 과했던 거 같았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새 스타일리스트와 함께 했는데 둘 다 열정이 넘치면서 어긋난 거 같다"며 "그래서 10년간 같이 한 친구에게 돌아갔고, 그래서 9부 정도부터는 좀 얌전해진다"고 덧붙였다.
유튜브를 보지 않아 온라인 커뮤니티, SNS에서 '밈'(Meme)이 된 사투리 장면을 "듣기만 했다"는 박민영은 "감독님도 부산 분이고, 저도 부산 출신 배우에게 부탁해 대사를 녹음해 들으며 연습했다"며 "감독님이 80% 맞다고 해주셨는데, '내 역량이구나' 싶었다"고 말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 "외국어보다 힘든 게 사투리 같다"며 "넘을 수 없는 벽 같이 느껴졌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열정을 가득 채워 연기했던 작품이었고, "역시 박민영"이라는 찬사까지 안겨줬다. 박민영 역시 "강지원에게 이상하게 많이 이입이 됐고, 유지혁(나인우 분)이 지원에게 한 모든 말들이 위로가 됐다"며 "누군가가 이렇게 지혁이 같은 사랑을 배풀어준다는 거 자체가 힘든 걸 아니까, 지혁이가 꾹 참고 저에게 해주는 모든 말이 저에겐 삶의 조언같이 들렸다"면서 고마움을 드러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강지원이 유지혁과 함께 꽉 찬 해피엔딩을 맞이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박민영은 "이 작품으로 제 인생의 2회차가 열린 거 같다"며 "물질적 풍요 말고 진짜 행복을 찾고, 제 인생도 의미 있게 쓰이길 바란다"면서 새로운 삶의 목표가 생겼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인간 박민영의 삶에도 로맨스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기대감을 고조시켰다."제 삶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어요. 20대, 30대엔 일만 했어요. 이제는 '미래에 대한 성취감 말고 다른 행복을 찾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죠. 한동안 꿈이 없었어요. 메말랐던 거 같아요. 요즘엔 해외 오디션도 보고, 뭔가 꿈틀거리기 시작해요. 이 자체가 감사한 일이죠. 다행히 이 드라마가 외국에 알려져서 최대한 노력해보려고 해요. 이젠 흔들리지 않는 땅을 밟을 자신이 생겼어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