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 타던 미국인, 소형 전기차 못 탄다"…스텔란티스의 '반전'

포드와 다른 길 걷는 스텔란티스

작년 4월 개최된 뉴욕 국제 오토쇼에서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CEO(왼쪽) 등 경영진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로이터연합뉴스)/사진은 본문내용과 관련없음

유럽 완성차업체 스텔란티스가 “미국에서 소형 전기차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형 트럭을 선호하는 미국 시장에서 소형 전기차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포드나 테슬라와 같은 경쟁사와는 반대되는 전략이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기 자동차에 회의적인데다가 트럭을 좋아하는 미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소형차 판매는 잘못된 선택”이라며 “픽업트럭, SUV, 머슬카 등 다양한 전기차를 통해 ‘세분화된’ 접근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텔란티스는 마세라티, 지프, 푸조, 피아트크라이슬러(PCA) 등 다수 브랜드를 보유한 제조업체다.

카를로스 카바레스 스텔란티스 CEO(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기차 제조업체 CEO로서의 고민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업체 간 가격 인하 경쟁은 치열해졌다. 이날 주요 외신에 따르면 포드는 주력 모델인 마하-E 2023년형 제품 가격을 최대 8100달러(약 1000만원) 인하하기로 했다.

타바레스 CEO는 테슬라, 포드 등 경쟁사들이 소형 전기차에 투자하는 것과 반대되는 전략을 택했다. 그는 “결국에는 라이프스타일의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소형차를 강요하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생활 습관은 쉽게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가격이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소형차 수요가 급격히 늘 수 없다는 예상이다.

스텔란티스는 올해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완전 배터리 전기차를 출시해 전략을 시험할 예정이다. ‘지프 레콘’, ‘지프 와고니어 S’, ‘닷지’ 브랜드의 전기 머슬카 등이 대상에 올랐다. 완전 전기 트럭인 ‘램 레볼루션’, 온보드 가스 발전기(내부 연료로 작동하는 발전기)를 탑재해 주행거리를 늘린 트럭 ‘램 차저’ 등 램 픽업트럭 라인업도 새롭게 구축하고 있다.

타바레스 CEO는 지역의 선호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램 픽업트럭 라인업을 세분화 한 것이 그 예시다. 그는 “순수 전기 트럭인 램 레볼루션은 해안 지역에서, 대형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트럭 램 차저는 미국 중부 지역에서 수요가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텔란티스는 지난 10월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 리프 모터의 지분 21%를 16억달러에 인수했다. 리프 모터의 제품을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 제조 및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로이터 통신은 19일 스텔란티스가 이탈리아에서 전기차 생산을 고려 중이며 2026년 혹은 2027년에 생산을 시작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