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행복한 일터…고용·생산성·고객만족도 모두 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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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글로벌 신뢰경영 평가기관인 ‘Great Place To Work®(GPTW·일하기 좋은 기업) Institute’가 주관하고 ‘GPTW Institute 코리아’(대표 지방근)가 주최하는 ‘2024년 제22회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 선정 결과가 발표됐다.
직원 행복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신뢰경영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 올해 22회째
세계 170개 국가에서 동일한 방식으로 선정
직원들이 소속 회사 직접 평가 가장 큰 특징
최고의 역량 발휘하게 포용적 조직문화 조성
시스코 시스템즈 코리아 영예의 1위에 올라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은 직원 만족과 직원 행복을 기업 경영의 최우선 가치로 삼아 신뢰 경영을 실천하면서 일하기 좋은 기업 문화를 만들어 가는 기업을 평가하고 선정하는 행사다. ‘일하기 좋은 기업’은 미국, 유럽, 일본, 브라질 등 세계 170개 국가에서 동일한 방식을 적용해 평가하고, 선정한다. GPTW Institute는 1998년부터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에 매년 미국 100대 기업을 발표하고, 한국에서는 2002년부터 선정하고 있다.
이 평가의 가장 큰 특징은 구성원들이 소속된 회사의 일하기 좋은 정도를 직접 평가하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내부 반응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성원들은 자신이 몸담은 회사의 일하기 좋은 신뢰 정도를 구성원 경험진단(Employee Experince Survey) 형식으로 직접 평가한다. 평가방식은 제1차 신뢰경영지수(Trust Index™) 진단과 제2차 문화 평가(Culture Audit™)로 나뉜다.
신뢰경영지수 진단은 믿음, 존중, 공정성, 자부심, 동료애 등 5대 범주로 구성되며, 커뮤니케이션 역량, 사업추진 역량, 윤리경영, 공정성, 자부심, 공동체 의식 등 15개 요소와 62개 평가항목으로 만들었다. 문화 평가는 7개 평가 항목으로 구성되며, 일하기 좋은 일터 전략, 제도, 시스템, 활동성과 등이 있다.평가점수는 신뢰경영지수가 75%, 문화 평가는 25% 반영된다. 신뢰경영지수 진단은 글로벌 스탠다드로 170여개국, 92개 언어로 분류돼 평가가 시행된다. 올해 신뢰경영지수 주요 평가 결과를 보면,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에 선정된 기업들은 일반 기업들에 비해 대부분의 평가 항목에서 월등히 높은 점수가 나왔다. 문화 평가는 7개 평가 항목으로 구성돼 있으며 일하기 좋은 일터 신뢰, 구성원 최고의 잠재력, 핵심가치, 구성원 참여, 효율성, 리더십 행동, 혁신 활동성과 등을 평가한다.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 평가는 한국에서 올해로 22년째 진행되고 있다. 또 2011년부터 ‘대한민국 여성 워킹맘이 일하기 좋은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2022년부터는 ‘밀레니얼이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도 뽑고 있다.올해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 1위는 디지털 혁신 정보기술(IT) 선도기업으로 평가받는 시스코 시스템즈 코리아다. 시스코는 의식 문화(Conscious Culture)를 기반으로 직원들이 최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모든 사람이 가치 있고, 인정받는다고 느끼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2위인 한국전력기술은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직급·세대 간 장벽을 허물고 활발한 소통을 위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대표되는 초급 사원을 경영활동에 참여시키는 ’경영소(笑)위원회‘, 부서 간 역할 차이를 이해하고, 협업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크로스 미팅‘ 등의 제도도 큰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받는다.멀츠에스테틱스 코리아는 워라밸 문화 정착을 위한 유연근무제 실시하고, 월 4회 재택근무를 권장한다. 매주 금요일은 오후 4시 퇴근을 장려하는 ‘패밀리 데이’로 지정해 임직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임산부와 수유부를 위한 특별 사내 휴게실을 상시 운영하고 있고, 임신기와 육아기 단축 근무, 육아 휴직 사용을 장려해 ‘대한민국 부모가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에도 선정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기업들이 유연 근무 방식을 도입하는 사례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켈라노바 코리아는 유연 근무제와 함께 재택근무와 오피스 근무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근무제와 임직원들의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재정적인 영역의 건강을 지원하는 ‘나의 토탈 헬스 프로그램’, 한 달에 한 번 지정된 금요일 오후 1시에 퇴근할 수 있는 ‘토탈 헬스 데이’ 등으로 높은 호응을 얻었다. 갈더마코리아도 임직원들의 능동적이고, 효율적인 업무 수행을 장려하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적극 시행하고 있다. 전 직원의 약 60%를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 직원들을 위한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업무 효율성과 집중도가 크게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임직원 개인의 발전을 지원하는 다양한 복지 혜택도 제공한다. 한국허벌라이프는 매달 운동과 영어교육 지원금을 제공하며,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포함하는 유급 가족 돌봄 휴가, 생일 휴가 등을 도입해 젊은 직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DHL코리아는 남성 근로자의 육아 휴직도 장려하고 있다. 전국 20여개 호텔과 리조트를 이용할 수 있는 ‘휴양시설 지원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네트워크·보안 전문기업 쿼드마이너는 ‘출근 1시간의 여유’라는 제도를 통해 임직원들이 오전 9~10시 자기계발을 위한 외국어 및 자격증 공부, 체력 단련,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다.세포과학 전문기업 유사나헬스사이언스코리아는 ‘A Healthier U(더 건강한 당신)’이란 직원 체력 증진 프로그램을 도입해 5㎞ 달리기, 명상, 건강 검진 등을 인증하면 포인트를 부여한다. 모은 포인트로 건강 관련 용품을 구매하거나 운동 시설 이용권을 지원받을 수 있다. 외부 전문 상담 센터와 협력해 개인 또는 직장 관련 연간 5회 심리 상담도 제공한다.
임직원들이 만족하는 기업 문화와 근무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최고경영자(CEO)의 인식과 노력도 커지고 있다. 4년 연속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CEO’로 선정된 박한길 애터미 회장은 ‘젖소철학-아기철학’을 통해 사람은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임을 강조한다. 젖소를 잘 돌보는 것은 젖소를 위한 것이 아니라 젖을 많이 짜기 위한 수단인 데 반해, 엄마가 아기를 잘 돌보는 것은 아기로부터 무엇인가 얻어내기 위함이 아니라 아기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강조한다. 박 회장은 애터미 임직원은 함께 성장하고 발전해야 할 존재라는 특별한 핵심 가치를 경영에 접목했다.
국가별로 일하기 좋은 기업의 평가 점수를 살펴보면 ‘포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미국)’의 신뢰경영지수는 87이며, 유럽연합(EU)은 89, 라틴 아메리카 90, 일본은 80이다. 반면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의 신뢰경영지수는 76으로 낮은 편이다. 한국은 평가 범주 가운데 공정성과 동료애 지수에서 대폭 낮은 평가를 받았다. 구성원들이 상사와 경영진에 대한 공정한 기회와 공평한 보상에 대한 기대가 낮고, 동료에 대한 친밀감과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다는 진단이다.
Great Place To Work® 코리아 심사위원장을 맡은 윤동열 대한경영학회 회장(건국대 경영학과 교수)은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등 세계 각 국가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들은 일반 기업들과 비교해 이직률, 생산성과 수익률, 고객만족도 등 여러 경영지표에서 탁월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최근 고용 브랜드에 결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강조했다.GPTW에 따르면 ‘나는 이 직장에서 더 오래 근무하고 싶다’는 응답은 ‘포춘 100대 기업(미국)’의 직원이 일반 기업에 비해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GPTW 선정위원회의 서여정 경영평가 본부장은 “매년 구성원 관점에서 살아있는 목소리로 직접 평가가 이루어져 객관적으로 신뢰경영지수를 평가 관리할 수 있다”며 “더욱 주목할 점은 세계 170여 개 국가 및 산업별로 비교·분석하고, 벤치마킹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성별, 연령별, 직급별 등 인구 통계적으로도 분석할 수 있어 일하기 좋은 일터 만들기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