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내달 주총서 표 대결 전망…정관개정안 등 이견

영풍, 고려아연 주총 안건에 '반대 입장문'
고려아연을 경영권을 놓고 지분 경쟁을 벌여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이 다음 달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일지 주목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19일 공시를 통해 다음 달 19일 서울 강남구 영풍빌딩에서 정기 주총을 연다고 밝혔다.

주총 의안으로는 재무제표 승인안, 정관 일부 변경안, 이사 선임안, 감사 선임안, 이사 보수 한도 승인안 등이 올라왔다.

이사 선임안에는 최 회장을 사내이사에, 장 고문을 기타비상무이사에 각각 재선임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장 고문 측과 최 회장 측의 경영권 분쟁이 이번 주총에서 전면전으로 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날 영풍은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 경영진이 주총 의안으로 올린 배당 결의와 정관 일부 변경안에 대해 "주주권익의 심각한 침해와 훼손이 우려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지난 19일 고려아연은 공시를 통해 주당 5천원의 결산 배당을 결정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영풍은 "지난해 6월 중간 배당으로 주당 1만원을 배당한 것을 합산하면 작년 현금배당액은 주당 1만5천원으로, 전년의 2만원보다 5천원 줄어든다"며 "이익잉여금이 약 7조3천억원으로 여력이 충분한 상태에서 배당금을 줄인다면 주주들의 실망이 크고 회사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돼 주가가 더욱 하락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또 고려아연의 신주인수권 및 일반공모증자 등의 조항 변경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400억원 이내 범위에서 외국 합작법인에 신주를 발행할 수 있도록 한 정관 등을 삭제할 방침이다. 영풍은 이에 대해 "이미 고려아연은 2022년 9월부터 사실상 국내 기업이나 다름없는 외국 합작법인에 대한 잇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전체 주식의 약 10%에 달하는 신주 발행과 자사주 매각 드응로 약 16% 상당의 지분을 외부에 넘겨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주인수권에 대한 제한을 푸는 내용의 정관 개정은 전체 주주 이익에 반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일부 주주들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될 수도 있어 반대한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주총에서 고려아연이 올린 안건대로 현대차 등 국내법인에 제3자 배정이 가능해진다면 최대주주인 장 고문의 지분이 희석될 수 있어 이를 두고 표 대결이 벌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 고문 측이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나서고 이에 최 회장 측이 맞서 지분을 사들이면서 양측 간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최근 지분율을 33% 수준까지 올려 장 고문 측 지분율(32%)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