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병원, 수술 30∼50% 취소…"내달 진료예약까지 취소 중"

'전공의 이탈'에 수술 조정 폭 갈수록 커질 듯
"대장암 수술 취소됐다", "항암치료 2주일 연기" 환자들 성토
외래 진료도 '취소·무기한 연기' 속출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의 대규모 병원 이탈이 현실화하면서 현장의 '의료 공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 병원으로 불리는 주요 대형병원은 최소 30%에서 50%가량 수술을 줄이면서 전공의들의 이탈에 대응하고 있다.'빅5' 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을 말한다.

필수의료의 핵심으로 각 병원에서 수술, 응급실, 당직 업무 등을 맡는 전공의가 대거 이탈하면서 병원들에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수술 일정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고 있다.병원들은 응급과 위중증 환자 위주로 수술하면서 급하지 않은 진료와 수술은 최대한 미루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은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19일 전체 수술의 10%를 줄인 데 이어, 이들의 병원 이탈이 시작된 전날에는 30%까지 줄였다.

전공의 이탈이 본격화하면서 이날은 30% 이상의 수술이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는 수술을 아예 '절반'으로 줄였다.

대다수 전공의가 현장을 떠난 데 따라 정상적인 수술실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강남세브란스병원은 기존 수술방의 50% 정도만 운영하면서 응급과 위중증 수술에 대비하고 있다.다만 마취과 전공의 등 진료 지원이 필요 없는 가벼운 수술은 제한 없이 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역시 수술을 30%가량 축소했다.

더구나 전체 전공의의 3분의 2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이탈하면서 수술 취소 규모는 조만간 더욱 커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날 밤까지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71.2%인 8천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근무지 이탈자는 7천813명으로 확인됐다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 이후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아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각 병원들의 진료 일정 조정 폭 또한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수와 전문의를 환자 진료는 물론 응급과 야간 당직근무 등에 투입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피로도가 쌓여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서울대병원은 진료과별로 '전공의 파업으로 인해 진료가 불가해 일정 변경이 필요하다'는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진료 예정이었던 40대 회사원 A씨는 오는 26일로 예정됐던 외래가 취소됐다.

그는 "서울대병원 진료를 위해 직장에 연차를 내는 등 한 달 가까이 기다려왔다"며 허탈해했다.

서울대병원은 A씨에 전공의가 이른 시일 내 복귀하면 다시 조정하겠으나, 현재로서는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는다며 양해를 구했다.

A씨는 연합뉴스에 "서울대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다음 달에 다시 잡자고 하면서, 나뿐만 아니라 내달 초까지 진료 예약을 취소 중이라고 했다"며 "신규 입원도 안 받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은 진료과별 인력 현황과 여력에 따라 환자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진료과별로 대응하고 있어 공식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은 현재 외래 진료가 정상 운영되고 있으나, 전공의 공백에 따른 환자들의 대기시간 연장 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서울아산병원은 신규 환자의 진료 예약에서 응급도를 고려해 '응급·중증' 위주로 받고 있다.

고려대안암병원, 중앙대병원 등도 전공의가 없는 탓에 진료과별로 일정을 지속해서 조정하고 있다.

병원이 수술과 외래 진료를 대거 취소하거나 미루면서 환자들의 성토도 이어지고 있다.

환자들은 "엄마가 암 3기 수술 후 2차 항암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전공의 파업 때문에 항암치료가 2주나 밀렸다", "전공의 파업으로 CT 검사가 취소됐다며, 교수님이 외부에서 하고 오라더라" 등의 사연을 잇따라 전했다.

또한 "아버지가 대장암으로 23일 수술이었는데 어제 취소 연락을 받았다.그냥 환자도 아니고 암 환우인데 너무 속상하다" 등 암 수술 취소 사례마저 속출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