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투트랙 국민연금' 제안…"신·구세대 기금 따로 운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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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 만큼 받는' 완전적립식 新연금 제시“왜 우리부터 보험료를 더 내야 하나요?”
(1) MZ 연금 급여는 MZ 돈으로
받는 시점에 연금 고갈 우려 해소
세대간 공정성·지속가능성 높여
(2) 베이비부머 연금은 조정
부족분 609조 재정으로 해결
2080년 이후에는 부담 사라져
국민연금 개혁안이 논의될 때 젊은 세대가 가장 크게 갖는 불만이다. 국민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 보험료 부담을 높이면 ‘적게 내고 많이 받아온’ 기성세대가 더 큰 혜택을 받게 된다는 논리다.이런 세대 간 형평성 문제를 완화하고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국책연구기관이 제시했다. 젊은 층이 낸 보험료가 기성세대의 연금으로 지급되지 않도록 기금을 따로 운영하자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이런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선 서로 입장이 다른 세대 간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600조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해 연금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점도 커다란 부담이다.
○국민연금 ‘신·구세대 투 트랙’으로
이강구·신승룡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21일 국민연금의 세대 간 공정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의 새로운 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KDI의 제안은 젊은 세대가 낸 만큼 국민연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완전적립식 신연금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이는 개혁 시점부터 납입되는 모든 보험료를 신연금 기금으로 새로 적립하고, 수익비(낸 보험료 대비 받는 연금)가 1이 유지되도록 연금을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수익비가 1.4~2.8인 현행 국민연금과 비교하면 나가는 돈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적립금이 고갈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젊은 층의 우려도 해소할 수 있다. 이 연구위원은 “수익비 1을 목표로 하는 신연금을 도입할 경우 연금 재정은 항구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다”며 “신연금 보험료율을 15.5% 내외까지만 인상해도 (현행) 40%의 소득대체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런 연금개혁 이전에 납부한 보험료는 구연금 계정으로 분리해 따로 운용한다. 구연금은 수익비 1 이상의 기존 구조대로 지급한다. 고령화와 맞물려 발생할 수밖에 없는 재정부족분은 국가 재정으로 해결하자는 게 KDI의 주장이다. KDI 추산에 따르면 구연금 재정부족분에 투입해야 하는 금액의 현재가치는 올해 기준 609조원에 달한다. 국내총생산(GDP)의 26.9% 수준이다. 이 연구위원은 “구연금의 기금 고갈이 예상되는 시점인 2046년께부터 약 13년간 GDP의 1~2% 수준의 재정 부담이 예상된다”며 “그 이후에는 점진적으로 축소돼 2080년 이후에는 거의 사라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KDI는 연금개혁이 늦어질수록 재정 투입도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컨대 KDI가 가정한 연금개혁 시기(2024년)보다 5년 늦게 이뤄진다면 재정부족분은 GDP의 38.4%인 869조원으로 급증한다.
○600조원 넘게 투입 가능할까?
KDI는 보험료 납부 시점부터 노후에 받을 연금이 미리 정해지는 현행 확정급여형(DB) 방식을 연금 수급 개시일에 수급액이 결정되는 확정기여형(DC)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DC형은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해 연금을 조정할 수 있다.구체적인 DC형 구조로는 연령군(코호트)별로 납부한 보험료가 통합계좌에 적립되는 ‘CCDC형’을 제안했다. 이 제도에선 일찍 사망해 수급자에게 돌아가지 못한 연금이 동일 연령군에 있는 생존자의 계좌로 이전된다. 생존자의 급여가 높아지며 동일 연령대의 연대 효과를 낸다는 설명이다.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런 제도가 실현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본다. 기성세대 연금 계정 지속을 위해 투입하는 막대한 예산을 누가 부담할지를 정하는 것도 정치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이 연구위원은 “세금, 지출 축소, 국채 발행 등 크게 세 가지 방안이 있을 수 있다”며 “국채 발행은 미래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지만 세금 확보나 지출 축소는 현재 세대에게 부담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부 반대 목소리가 있을 수 있지만 수혜자인 베이비붐 세대에게 세금을 걷어 제도를 보완한다면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이광식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