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을 자석에 가두려는 핵융합 발전의 꿈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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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을 만드는 사람들옛날 사람들은 태양을 석탄 같은 화석연료 덩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과학자들이 계산해 보니 터무니없었다. 석탄은 그램(g)당 3만줄(joule)의 에너지를 내놓는데, 태양의 질량에 대입하면 태양 수명이 6000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화석연료는 산소가 있어야 탈 수 있다. 태양에 산소까지 들어 있다고 가정하면, 태양 수명은 더 짧아야 했다.
나용수 지음
계단
344쪽|2만8000원
이제는 안다. 태양이 빛을 내는 건 핵융합의 결과라는 걸. 그리고 이제 과학자들은 ‘인공 태양’을 만드는 일, 즉 핵융합 발전에 인류의 미래를 걸고 있다. <태양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 핵융합 발전의 원리와 역사, 현황을 다룬 책이다. 나용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썼다. 내용이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렵지도 않다. 핵융합에 대해 알고 싶은 일반인에겐 상당히 좋은 입문서다.핵융합은 고에너지의 플라스마 상태에서 원자핵들이 합쳐져 더 무거운 원자핵을 만드는 반응을 말한다. 태양에선 4개의 수소 원자가 합쳐져 하나의 헬륨 원자가 만들어진다. 이 헬륨 원자 질량은 4개의 수소 원자보다 0.8% 적다. 줄어든 질량만큼 에너지가 방출된 것이다. 핵융합은 장점이 많다. 화석연료와 달리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 원자력발전과 달리 방사성 폐기물이 생기지 않고, 폭발 위험도 없다.
대신 만들기가 어렵다. 태양은 사실 고온의 플라스마가 공처럼 뭉쳐 있는 것이다. 플라스마는 우주 공간으로 흩어지려 하는데, 거대한 태양의 중력이 이를 붙들고 있다. 또 태양은 엄청난 중력 덕에 상대적으로 높지 않은 온도에서 핵융합을 일으킬 수 있다. 양전하가 서로를 밀어내는 힘을 이겨내고 핵융합이 일어나려면 엄청난 고온과 중력 중 하나가 필요하다. 지구 중력은 태양만큼 강하지 않기에, 지구에서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선 1억도 이상의 온도가 요구된다. 고온의 플라스마가 흩어지지 않게 자기장으로 이를 가두는 장치도 필요하다. 한국,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일본, 중국, 인도 등 7개국이 주축이 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이터) 프로젝트가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저자는 “ITER은 지금까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거대 공학 구조물로 21세기 과학의 총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며 “ITER를 성공적으로 건설하고 운전할 수 있게 되면 핵융합 상용화로 가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