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묘' 최민식 "'묘벤져스' 사이에서 튀지 않는 벽돌처럼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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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사 역으로 첫 오컬트물…"장재현 감독 뚝심 마음에 들어"
"신구·박근형 연극 보고 눈물…오랫동안 배우로 살다 죽을 것" "우리 영화에 나오는 4인방을 '묘벤져스'라고 부르더라고요. 하하. 저는 이분들 사이에 튀지 않는 벽돌 한 장으로 딱 들어가는 것처럼 연기했습니다.
"
22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파묘' 주연 배우 최민식은 이 작품을 "배우들의 앙상블이 빛나는 영화"라며 이같이 말했다.
'파묘'는 거액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하게 된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무속인 화림(김고은), 그의 제자 봉길(이도현)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오컬트 장르이긴 하지만 네 사람이 힘을 합쳐 악령에 맞서는 내용을 다룬 만큼 버디물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이 때문에 마블 스튜디오의 슈퍼히어로 집단 '어벤져스'에 빗대 묘벤져스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다.
최민식은 "정말 딱 맞는 표현"이라며 "네 캐릭터의 특기가 모두 다르다. 나는 모자라지도 도드라지지도 않는 균형추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촬영 당시를 돌아봤다.
그래서인지 '파묘'에서 최민식은 전작들에 비해 여유롭고 편안해 보인다.
대살 굿을 소화한 김고은, 빙의 연기를 선보이는 이도현과는 대비된다. 최민식은 "저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마음이었다"면서도 "다만 상덕이 평생 자연을 관찰한 사람이어서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보더라도 시선을 깊게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최민식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던 데에는 장재현 감독이 'CG(컴퓨터 그래픽) 최소화 원칙'을 고수한 덕도 있다.
장 감독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도깨비불까지 실제로 만들어 하늘에 띄웠다.
처음엔 "과학기술을 좀 이용하자"고 말했던 최민식은 막상 불을 보자 "홀린 듯이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장 감독의 이런 뚝심이 참 마음에 든다"고 했다.
최민식이 데뷔 후 처음으로 오컬트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것도 장 감독의 영향이다.
최민식은 장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를 관람한 뒤 그를 개인적으로라도 만나 얘기해보고 싶을 정도로 팬이 됐다고 한다.
최민식은 장 감독을 두고 "형이상학적이고 종교에 기반을 둔 작품을 연출하면서도 너무 철학적이지도, 유치하지도 않게 영화를 만든다"며 "거기에 재미까지 주니 보통 능력이 아니다"라고 칭찬했다.
"'파묘'도 마찬가지입니다.
장 감독이 한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우리 땅에 트라우마가 있다는 거예요.
사람 몸에 경락이 있듯이 풍수학적인 측면에서 볼 땐 땅에도 혈 자리가 있는데 그게 훼손됐다는 얘기였죠. 그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장 감독의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
극 중 상덕이 이 역할을 맡는다.
'악지(惡地) 중의 악지'인 걸 단박에 알아차리고도, 이곳에 손을 댔다가는 줄초상 날 게 뻔히 보이는데도 상덕은 땅의 치유에 나선다.
최민식은 상덕을 "속물근성은 있지만 40년간 풍수사로 살면서 마지막까지 타협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후반부 하이라이트 장면을 찍을 때 "통쾌함을 느꼈다"며 "(관객들이) 영화적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민식 역시 배우 한 길만 파며 42년을 살았다는 점에서 상덕과 닮은 부분이 있다.
"친구들은 환갑이 넘어 벌써 다 명퇴(명예퇴직)했다"는 최민식은 "그래서 어떨 땐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다"며 웃었다.
그는 아직 하고 싶은 장르도 많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격정 멜로"도 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에는 박근형, 신구 등 원로 배우가 나오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고서 연극 무대에 오르고픈 소망이 생겼다.
"그 연세에도 선생님들의 대사가 다 들리고 움직임이 살아 있어요.
너무 감동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나 생각도 들고. 그래서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좀 닭살 돋긴 하지만 제가 아직 (연기를) 사랑하나 봐요.
나중에 '쟤 참 오래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오랫동안 배우로 살다가 죽는 게 제 바람입니다. "
/연합뉴스
"신구·박근형 연극 보고 눈물…오랫동안 배우로 살다 죽을 것" "우리 영화에 나오는 4인방을 '묘벤져스'라고 부르더라고요. 하하. 저는 이분들 사이에 튀지 않는 벽돌 한 장으로 딱 들어가는 것처럼 연기했습니다.
"
22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파묘' 주연 배우 최민식은 이 작품을 "배우들의 앙상블이 빛나는 영화"라며 이같이 말했다.
'파묘'는 거액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하게 된 풍수사 상덕(최민식 분)과 장의사 영근(유해진), 무속인 화림(김고은), 그의 제자 봉길(이도현)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 작품이다. 오컬트 장르이긴 하지만 네 사람이 힘을 합쳐 악령에 맞서는 내용을 다룬 만큼 버디물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이 때문에 마블 스튜디오의 슈퍼히어로 집단 '어벤져스'에 빗대 묘벤져스라는 별칭이 생기기도 했다.
최민식은 "정말 딱 맞는 표현"이라며 "네 캐릭터의 특기가 모두 다르다. 나는 모자라지도 도드라지지도 않는 균형추가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촬영 당시를 돌아봤다.
그래서인지 '파묘'에서 최민식은 전작들에 비해 여유롭고 편안해 보인다.
대살 굿을 소화한 김고은, 빙의 연기를 선보이는 이도현과는 대비된다. 최민식은 "저는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마음이었다"면서도 "다만 상덕이 평생 자연을 관찰한 사람이어서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를 보더라도 시선을 깊게 표현했다"고 강조했다. 최민식이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던 데에는 장재현 감독이 'CG(컴퓨터 그래픽) 최소화 원칙'을 고수한 덕도 있다.
장 감독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도깨비불까지 실제로 만들어 하늘에 띄웠다.
처음엔 "과학기술을 좀 이용하자"고 말했던 최민식은 막상 불을 보자 "홀린 듯이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장 감독의 이런 뚝심이 참 마음에 든다"고 했다.
최민식이 데뷔 후 처음으로 오컬트 영화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것도 장 감독의 영향이다.
최민식은 장 감독의 전작인 '검은 사제들'(2015), '사바하'(2019)를 관람한 뒤 그를 개인적으로라도 만나 얘기해보고 싶을 정도로 팬이 됐다고 한다.
최민식은 장 감독을 두고 "형이상학적이고 종교에 기반을 둔 작품을 연출하면서도 너무 철학적이지도, 유치하지도 않게 영화를 만든다"며 "거기에 재미까지 주니 보통 능력이 아니다"라고 칭찬했다.
"'파묘'도 마찬가지입니다.
장 감독이 한 말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우리 땅에 트라우마가 있다는 거예요.
사람 몸에 경락이 있듯이 풍수학적인 측면에서 볼 땐 땅에도 혈 자리가 있는데 그게 훼손됐다는 얘기였죠. 그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장 감독의 말이 참 와닿았습니다.
"
극 중 상덕이 이 역할을 맡는다.
'악지(惡地) 중의 악지'인 걸 단박에 알아차리고도, 이곳에 손을 댔다가는 줄초상 날 게 뻔히 보이는데도 상덕은 땅의 치유에 나선다.
최민식은 상덕을 "속물근성은 있지만 40년간 풍수사로 살면서 마지막까지 타협하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후반부 하이라이트 장면을 찍을 때 "통쾌함을 느꼈다"며 "(관객들이) 영화적 카타르시스를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민식 역시 배우 한 길만 파며 42년을 살았다는 점에서 상덕과 닮은 부분이 있다.
"친구들은 환갑이 넘어 벌써 다 명퇴(명예퇴직)했다"는 최민식은 "그래서 어떨 땐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다"며 웃었다.
그는 아직 하고 싶은 장르도 많고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격정 멜로"도 하고 싶다고 했다.
최근에는 박근형, 신구 등 원로 배우가 나오는 '고도를 기다리며'를 보고서 연극 무대에 오르고픈 소망이 생겼다.
"그 연세에도 선생님들의 대사가 다 들리고 움직임이 살아 있어요.
너무 감동해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나는 지금 뭐 하고 있나 생각도 들고. 그래서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좀 닭살 돋긴 하지만 제가 아직 (연기를) 사랑하나 봐요.
나중에 '쟤 참 오래 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오랫동안 배우로 살다가 죽는 게 제 바람입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