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최고치도 넘은 日주가 급상승세…美랠리·엔화약세 등 작용

작년 28%↑에 올해 들어서도 전날까지 16% 급등…日 증권사 "올해 말 40,000선 넘을 것"
외국인 투자 유입에 도쿄증시, 상하이 제치고 시총 아시아 당당 '1위'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가 22일 장중 '거품(버블) 경제' 시기 고점을 뛰어넘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장 중 한때 39,029를 기록하며 1989년 12월 29일 당시 종가 기준 고점(38,915)과 장중 고점(38,957)을 34년 2개월 만에 모두 넘었다.

일본 증시는 거품 경제 때인 1989년 말 역대 최고치인 38,915까지 올랐다가 그 후 거품 붕괴와 '리먼 쇼크' 등 영향으로 2009년 3월에는 7,054까지 추락했으나 이후 우상향 곡선을 그렸고 올해 들어 그 상승세가 절정에 달한 모습이다. ◇ 닛케이지수 작년 28%, 올해 16% 올라…반도체 종목이 상승 이끌어
닛케이지수는 지난 한 해 연간 28% 상승했으며 올해 들어서도 전날까지 16%나 올랐다.

닛케이지수가 이날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었던 직접적인 동력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이다. 엔비디아는 작년 4분기 221억 달러(29조5천35억원)의 매출과 5.15달러(6천875원)의 주당 순이익 등 시장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21일(현지시간) 시간 외 거래에서 8% 이상 급등했다.

도쿄증시도 이 흐름을 이어받아 이날 도쿄일렉트론 등 반도체 관련주에 매수 주문이 유입하면서 오전부터 최고치에 육박했고 정오 직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일본 증시는 미국 주가가 사상 최고를 경신하는 랠리를 그대로 이어받으며 올해 급등세를 이어왔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으로 인한 엔화 약세와 이에 따른 수출 기업의 호실적도 주가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중순 달러당 151.89엔까지 올랐으나, 이후 140엔대 초반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 이날 150엔대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엔화 약세로 이익이 늘어난 수출 기업을 중심으로 주가도 오르고 있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신차 1천123만대를 팔면서 4년 연속 세계 판매 1위를 차지한 도요타자동차는 일본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이달 들어 시가총액 50조엔(약 444조원)을 돌파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결산 호조세에 힘입어 반도체 관련주에 매수 주문이 유입된 데다 수출 관련주도 엔화약세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 디플레이션 탈피 기대감에 외국인 "일본 주식 사자"
엔화 약세 지속과 일본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하면서 해외 투자자들도 일본 주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거래소연맹(WFE)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주식의 총 시가총액은 중국 상하이증권거래소를 웃돌며 2020년 6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아시아 1위를 차지했다.

경제 성장이 둔화한 중국 증시를 떠난 자금이 흘러들면서 지난달 말 시점에 도쿄증시 상장 주식의 총 시총은 6조3천400억달러(약 8천500조원)로 상하이증시 시총(6조433억달러)보다 2천967억달러(약 397조원) 많았다.

곤도 유이치로 SMBC닛코증권 사장은 이날 최고치 경신에 대해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것"이라며 "해외 연금과 정부계 펀드 등 장기 보유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매입에 진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닛케이지수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향후 4만선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야마토증권은 지난 15일 올해 말 닛케이지수 전망치를 기존 39,600에서 43,000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노무라증권도 올해 말 전망치를 40,000으로 기존보다 2천포인트 끌어올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