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원래 틈만 나면 딴생각… "그래서 PT는 10분안에 핵심을" [서평]

“자연 속에 있는 것처럼 사무실을 꾸며라”

직장으로 간 뇌과학자
존 메디나 지음
김미정 옮김/프런티어
376쪽|1만9000원
Getty Images Banks
진화생물학자들은 흔히 이렇게 주장한다. 현대인은 최첨단 문명 속에 살고 있지만, 이 기간은 인류가 초원에서 야생 동물을 사냥하고 열매를 채집하던 기간에 비해 찰나에 불과하다. 인간 뇌의 작동 원리는 아직 이 시대를 온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직장으로 간 뇌과학자> 역시 이런 관점에서 쓰인 책이다. 저자인 존 메디나는 발달 분자 생물학자다. 생명공학과 제약 산업 분야에서 정신 건강과 관련된 연구를 자문해주는 컨설턴트로 오랫동안 일해왔다. 애플, 보잉, 마이크로소프트 등 비생명공학 기업에서도 경영, 교육, 혁신 관련 자문을 맡아왔다.
책에서 그는 뇌과학을 바탕으로 직장 생활에서 성과를 높이는 10가지 법칙을 설명한다. 혼자보다 팀이 더 생산적이다, 상대를 사로잡는 것은 최초의 10분에 좌우된다, 업무용 뇌와 가정용 뇌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말들이다.

우리 뇌가 협력하도록 만들어졌다는 근거에 대해 그는 “사무실에서 원동력이 되었던 팀워크 역학과 사회적 협력은 4만 년 전에도 찾아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당시 상호 협력은 인간의 진화에 중요한 두 가지 욕구, 즉 음식과 자기 보호를 가능하게 했다”며 “험난한 세렝게티 평원에서 인간은 협력 없이는 생존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책의 나머지 부분도 이런 식이다. 그는 인간은 녹색 숲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사무실 창밖으로 정원과 나무가 보이면 좋다고 말한다. 그렇지 못한 환경이라면 자연 채광, 식물, 초록색, 파란색 같은 요소를 사무실 디자인에 활용하면 좋다고 조언한다. 인간 뇌는 하나에 집중하기보다 주변 환경을 끊임없이 살펴보고 위험을 감지하도록 진화했기 때문에 딴생각을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회사에서 파워포인트를 띄우고 발표를 한다면 10분 안에 핵심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직장 생활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담았지만 굳이 뇌과학을 끌어와야 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