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검의 날은 단련 없이 서지 않는다 [고두현의 아침 시편]

희망가
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 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행복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말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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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드라마틱한 삶이 있습니다. 노숙자에서 억만장자가 된 남자 이야기입니다. 그는 1954년 미국 시카고 인근의 밀워키에서 태어났습니다. 4남매 중 막내였는데, 날마다 의붓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렸습니다.

여덟 살 때부터는 남의 집에 입양돼 여러 곳을 전전해야 했지요. 그나마 용기를 북돋워 주는 어머니와 삼촌들 덕분에 학업은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군에 입대했다가 제대한 뒤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정을 꾸린 그는 의료기 세일즈맨으로 겨우 생계를 유지했지요. 하지만 의료기 영업은 부진했고, 빈곤 속에서 아내와의 관계도 삐거덕거렸습니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는 우연히 만난 주식중개인의 추천으로 주식중개에 뛰어들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학력 때문에 해고당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주차비를 못 내 구치소 신세까지 져야 했죠. 풀려나서 보니 집도 아내도 없고 세 살배기 아들만 남아있었습니다.

오갈 데가 없어진 그는 낮에 날품을 팔고, 밤에는 아들을 재울 노숙자 쉼터를 찾아 헤맸습니다. 쉼터가 다 찬 날은 바깥에서 잘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들을 데리고 지하철역이나 공중화장실에서 밤을 지새우기도 했죠. 갑작스레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무서워 떨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한 회사의 인턴십 프로그램에 합격했지만, 무급이나 다름없는 인턴 수입으로는 목에 풀칠도 하기 어려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노숙자 쉼터의 수프로 끼니를 때우고 화장실 세면대에서 아들을 목욕시켜야 했지요.

그 절박한 상황에서도 그는 어려움을 내색하지 않고 밤새 독학했습니다. 마침내 기회가 왔습니다. 그의 성실함을 알아본 대형 투자회사의 샌프란시스코 본부장이 그를 스카우트했지요. 이때 그의 나이는 스물여덟. 이후 그는 월스트리트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사에서 최고의 열정과 노력으로 자신의 인생을 펼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각고의 노력 끝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투자사를 설립하고 억만장자로 성공했습니다. 노숙자에서 일약 스타가 된 그는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고 수많은 자선단체에 기부금을 내며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이름은 크리스 가드너. 그의 얘기는 TV ‘20/20’에 15분짜리 다큐멘터리로 소개됐습니다. 나중엔 오프라 윈프리 쇼에도 등장해 전 미국인의 콧등을 찡하게 했지요. TV를 보고 다음 날 아침 그에게 전화를 걸어 온 영화 기획자 마크 클레이먼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 영화가 바로 국내에서도 개봉된 ‘행복을 찾아서’입니다.

영화와 함께 출간된 그의 자서전 <행복을 찾아서>(The Pursuit of Happyness) 또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를 장식했지요. 우리나라에도 번역 출간된 이 책에서 그는 “나는 안되는구나, 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지금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라.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은 자기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삶이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가 자주 들려주던 또 다른 말도 감동적입니다. “나는 노숙자(homeless)지만 희망이 없는 것(hopeless)은 아니야.”


■ 고두현 시인 :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등 출간. 유심작품상, 김만중문학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