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가자 휴전' 결의안 후폭풍…관례 어긴 하원의장 사임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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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의회 일하는 방식 바뀌어 매우 우려" 비판
불신임안에 60여명 서명…"의원 안전 고려한 것" 재차 사과 영국 정치권이 가자 휴전 결의안과 관련해 대혼란에 빠져들었으며, 절차상 관례를 어긴 하원의장은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22(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린지 호일 영국 하원 의장이 전날 가자 휴전 결의안 처리 절차에 관해 두 차례나 사과했음에도 불신임안에 동의한 의원이 하루 새 60여명으로 늘었다.
불신임안으로 의장을 몰아낼 수는 없지만 동의하는 인원이 많아질수록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진다.
리시 수낵 총리도 이날 "의회가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매우 우려스럽다"고 비판하는 등 상황은 호일 의장에게 더욱 어렵게 흘러가고 있다. 수낵 총리는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에 의회 운영 방식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2야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하원 대표는 한 발짝 더 나가서 호일 의장이 신임을 잃었다고 선언했다.
SNP 한 의원은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일 의장이 주말 전에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일 의장은 전날 가자 전쟁 휴전 결의안 투표를 진행하면서, 원안을 먼저 상정하는 관례와 달리 제1야당인 노동당의 수정안을 먼저 상정했다.
이에 원안을 제출한 SNP와 집권 보수당의 의원들이 격하게 항의하며 집단 퇴장하는 이례적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은 야당이 의제를 정하는 '야당의 날'로, SNP에 배정된 날이었다. SNP는 즉각적인 가자 휴전과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집단적 처벌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런 경우 통상 정부는 수정안을 내지만 다른 야당은 투표를 통해 찬반 입장만 밝힌다.
그러나 노동당은 '즉각적인 인도적 휴전'만 요구하는 수정안을 냈다.
정부가 낸 수정안은 '즉각적인 인도적 교전 중단'이다.
문제는 호일 의장이 노동당 수정안까지 상정했을 뿐 아니라 SNP 원안에 앞서 첫 순서로 투표에 부치면서 시작됐다.
이는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관례와는 다르다.
SNP는 의제를 빼앗겼다며 분개했다.
만약 노동당 안이 먼저 통과되면 SNP 안은 논의 기회조차 없어지게 된다.
보수당이 투표를 안 하고 항의 차원에서 수정안을 철회하면서 결국 노동당 안이 구두로 통과됐다.
워낙에 구속력이 없는 데다가 초당적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면서 결의안 자체는 의미가 흐릿해졌다. 대신 초점은 호일 의장의 거취로 옮겨졌다.
그는 전날 투표 후에 이어 이날 오전에 재차 판단 착오라고 사과했다.
전날은 모든 의견이 논의되길 바랐다고 말했고, 이날은 일부 의원들이 가자 전쟁과 관련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안전을 걱정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영국에선 지난 2016년과 2021년 하원의원이 지역구 주민을 만나는 자리에서 공격당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노동당 출신의 호일 의장이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에게 협박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무슬림 지지 기반이 강한 노동당은 가자 전쟁으로 인해 내분을 겪고 있는데, 만약 노동당 의원들이 SNP 안을 지지하며 '반란'이 밖으로 드러나면 스타머 대표는 곤란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스타머 대표는 "최대한 광범위한 토론이 가능하게 하라고 촉구했을 뿐"이라며 노동당 수정안을 허용하라고 위협하지는 않았다고 단호하게 부인했다.
/연합뉴스
불신임안에 60여명 서명…"의원 안전 고려한 것" 재차 사과 영국 정치권이 가자 휴전 결의안과 관련해 대혼란에 빠져들었으며, 절차상 관례를 어긴 하원의장은 사임 압박을 받고 있다. 22(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린지 호일 영국 하원 의장이 전날 가자 휴전 결의안 처리 절차에 관해 두 차례나 사과했음에도 불신임안에 동의한 의원이 하루 새 60여명으로 늘었다.
불신임안으로 의장을 몰아낼 수는 없지만 동의하는 인원이 많아질수록 자리를 지키기 어려워진다.
리시 수낵 총리도 이날 "의회가 일하는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매우 우려스럽다"고 비판하는 등 상황은 호일 의장에게 더욱 어렵게 흘러가고 있다. 수낵 총리는 극단주의자들의 위협에 의회 운영 방식이 바뀌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2야당인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하원 대표는 한 발짝 더 나가서 호일 의장이 신임을 잃었다고 선언했다.
SNP 한 의원은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일 의장이 주말 전에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호일 의장은 전날 가자 전쟁 휴전 결의안 투표를 진행하면서, 원안을 먼저 상정하는 관례와 달리 제1야당인 노동당의 수정안을 먼저 상정했다.
이에 원안을 제출한 SNP와 집권 보수당의 의원들이 격하게 항의하며 집단 퇴장하는 이례적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은 야당이 의제를 정하는 '야당의 날'로, SNP에 배정된 날이었다. SNP는 즉각적인 가자 휴전과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집단적 처벌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런 경우 통상 정부는 수정안을 내지만 다른 야당은 투표를 통해 찬반 입장만 밝힌다.
그러나 노동당은 '즉각적인 인도적 휴전'만 요구하는 수정안을 냈다.
정부가 낸 수정안은 '즉각적인 인도적 교전 중단'이다.
문제는 호일 의장이 노동당 수정안까지 상정했을 뿐 아니라 SNP 원안에 앞서 첫 순서로 투표에 부치면서 시작됐다.
이는 규정을 어긴 것은 아니지만 관례와는 다르다.
SNP는 의제를 빼앗겼다며 분개했다.
만약 노동당 안이 먼저 통과되면 SNP 안은 논의 기회조차 없어지게 된다.
보수당이 투표를 안 하고 항의 차원에서 수정안을 철회하면서 결국 노동당 안이 구두로 통과됐다.
워낙에 구속력이 없는 데다가 초당적 지지를 얻는 데 실패하면서 결의안 자체는 의미가 흐릿해졌다. 대신 초점은 호일 의장의 거취로 옮겨졌다.
그는 전날 투표 후에 이어 이날 오전에 재차 판단 착오라고 사과했다.
전날은 모든 의견이 논의되길 바랐다고 말했고, 이날은 일부 의원들이 가자 전쟁과 관련해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 안전을 걱정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영국에선 지난 2016년과 2021년 하원의원이 지역구 주민을 만나는 자리에서 공격당해 사망한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일각에선 노동당 출신의 호일 의장이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에게 협박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무슬림 지지 기반이 강한 노동당은 가자 전쟁으로 인해 내분을 겪고 있는데, 만약 노동당 의원들이 SNP 안을 지지하며 '반란'이 밖으로 드러나면 스타머 대표는 곤란에 빠지게 된다. 그러나 스타머 대표는 "최대한 광범위한 토론이 가능하게 하라고 촉구했을 뿐"이라며 노동당 수정안을 허용하라고 위협하지는 않았다고 단호하게 부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