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천만원 물어야 할 판"…시위 나선 '생숙' 투자자들에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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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사용 금지에 분양 계약자는 시위 나서이른바 ‘서비스드 레지던스’로 불리는 생활숙박시설을 두고 분양 계약자들의 분노가 거리로 향하고 있다. 과거 부동산 급등 당시 대체 투자처로 주목을 받았던 것과 달리 지금은 주거 사용이 안 되는 데다가 대규모 이행강제금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호황기 ‘묻지마 투자’…이젠 이행강제금 걱정
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기관은 생활숙박시설에 대해 대출을 거부하거나 잔금대출 한도를 감정가의 절반 이하로 책정하고 있다. 거주가 불가능한 부동산 상품으로, 위험성이 크다는 게 이유다. 주거가 금지돼 불만이 쌓인 투자자들은 대출까지 거부당하자 주거용도 전환을 가능하게 해달라며 정부를 향해 시위를 계속하고 있다.생활숙박시설은 아파트 가격이 급등해 보유 주택 수에 따른 세금 규제가 강화되자 대체상품으로 주목받으며 인기를 끌었다. 법적으로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아 취득세와 양도세 중과 대상에 제외되고, 전입신고도 할 수 있었다. 투기성 자금들이 많이 몰리며 떠오르는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 주목받았다.
당시 투자자들은 생활숙박시설을 운영해 월세나 숙박료를 벌어들이기보다는 웃돈을 붙여 전매하면서 시세 차익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1만 가구 이상 꾸준히 준공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던 생활숙박시설은 현재 전국에 10만여 가구 규모다. 그러나 2020년 국정감사에서 ‘불법 주거’가 이슈가 되며 2021년 정부에서는 관련 규제에 나섰다. 이에 따라 생활숙박시설 소유자들은 매년 수천만 원의 달하는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정부는 생활숙박시설은 건축법과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시설이라는 입장이다. 원칙적으로 소유주가 직접 거주할 수 없기 때문에 주거시설로 이용하는 것은 처음부터 불법이라는 것이다. 국토부에서는 21년 1월 ‘생활숙박시설 불법 주택 사용에 대한 조치 계획’을 발표하며 규제에 나섰고, 주택 용도로 사용하고 싶다면 용도를 변경하도록 2년의 유예기간을 줬다.그러나 준주거 시설인 오피스텔로 전환하려면 분양 계약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가구당 주차대수 증가 등 주거상품의 기준 등도 충족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체 생활숙박시설 10만 가구 중 용도변경을 마친 곳은 1%(1000가구)에 불과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한 경기 남양주시의 ‘별내역 아이파크스위트’와 현대건설이 시공한 ‘힐스테이트 별내역’ 등의 레지던스 입주자들과 롯데건설이 시공한 ‘마곡 롯데캐슬 르웨스트’, 한화건설이 시공한 ‘한화 포레나 천안아산역’ 등의 생활숙박시설 수분양자들은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을 해달라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 단지들 모두 용도변경을 추진했지만, 지자체 승인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정부에서 주거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라 못 박은 상황이다. 또한, 시공사나 시행사 측에서도 숙박시설임을 명기하고 확인까지 받았다. 이 때문에 부동산 호황기에 개발 이익을 목적으로 투자해 놓고, 가격이 내려가고 이행강제금을 부과해야 하는 상황이 되니 시행사나 정부에 용도를 변경해달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에 비판 여론이 강하다. 생활숙박시설 분양 계약자의 요구대로 용도를 변경해주거나 주거시설로 인정해준다면 정당하게 법을 지키며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이에 정부에서도 고민이 크지만, 현재까지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오는 10월까지 생활숙박시설 숙박업 신고 계도기간을 주고, 이를 어기면 매년 시가표준액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부과한다”는 원칙적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비아파트 규제 완화 요구에 관한 청원’ 검토 보고서를 통해 생활형숙박시설을 ‘통합서비스(식사·청소 등)’를 결합한 새 주거 형태로 규정하며, 이를 토대로 준주택 포함 여부를 검토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봤다. 안정된 주거환경을 위해 주택과 비슷한 수준의 기준을 만족하는 경우라면 준주택으로 인정할 것을 권고하는 등 생활형숙박시설에 대한 규제 완화를 바라는 입장에선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생활형숙박시설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규제 완화 여부를 두고 진통이 계속될 전망이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