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총체적 위기의 중국…반전시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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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중국에선 춘제 연휴가 지난 뒤인 매년 3월 초 국가 차원의 대규모 정치 행사가 열립니다. 국정 자문 기구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우리나라의 국회에 해당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즉 양회(兩會)가 바로 그것입니다. 올해는 각각 다음 달 4일과 5일에 개막해 열흘간 이어지는데요, 중국이 앞으로 1년간 나라를 어떻게 운영해갈지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여서 세계적 관심이 쏠립니다. 중국이란 거대 경제권의 향방은 우리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근래엔 중국 경제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고 경제 하강 속도도 아찔할 정도여서 더욱 주목됩니다. 경제성장률 목표치, 예산 편성, 경제 운용 방향, 고위급 인사, 제도 개혁 방향 등을 밝히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요. 좀 더 넓게 보면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된 데 이어 올해 말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중국의 대외정책 방향과 외교 노선에도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우리나라에선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의 연초 이후 손실액(5대 은행 기준)만 벌써 6000억 원이 넘은 상황인데요, 향후 손실 폭을 줄여줄 증시 활성화 대책이 나올지 지켜봐야 합니다. 양회를 비롯한 중국 정치체제의 구조는 어떠한지, 중국 경제의 위기 상황은 얼마나 심각하고 그 원인은 무엇인지 4·5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중국의 국정방향 밝힐 전인대·정협 개막
경제 난국 풀어갈 카드에 세계적 관심 집중
중국을 이해하려면 사회주의 정치체제, 나아가 중국식 사회주의를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합니다. 핵심은 공산당이 정점에 있는 정치체제란 점이죠. 그 아래로 중국의 국가체제가 어떻게 짜여 있는지 들여다볼까요?성장률, 예산 등 발표하는 전인대중국 헌법 제1조 1항은 “중화인민공화국은 노동계급이 지도하는 인민민주주의 독재의 사회주의 국가”라고 명시합니다. 2항에선 “중국 공산당의 지도(영도)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본질적 특징”이라고 밝히고 있죠. 무산계급을 대표하는 공산당이 입법기관(전국인민대표대회,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등 양회)과 행정기관(국무원), 군(軍)을 모두 이끄는 겁니다. 민주공화국에선 일반화된 삼권분립 같은 개념은 존재하지 않고, 모든 권력이 공산당으로 수렴됩니다.
당원이 1억 명에 육박하는 중국 공산당의 핵심은 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인입니다. 정치국 상무위원인 동시에 당 총서기(국가 서열 1위)이자 국가주석이 바로 시진핑입니다. 상무위원 중 서열 2위는 국무원 총리를, 3위는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4위는 정협 주석을 각각 맡습니다. 인민해방군을 이끄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은 당 총서기가 겸임합니다. 최고 사법기관인 최고인민법원 원장은 급이 확 떨어지는데요, 상무위원도, 그 아래 중앙정치국 위원(25명)도 아닙니다. 당 중앙위원회 위원 200명 중에서 선임되죠. 법치주의의 원리 중 하나가 법익이 침해당했을 때 사법적 구제를 받는 것입니다. 법원의 위상이 이렇게 낮으면 공명정대한 법치사회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양회의 중심은 전인대입니다. 헌법상 최고권력기관이죠. 전인대는 각 성과 자치구, 직할시, 특별행정구, 인민해방군 등에서 선출된 대표와 각 소수민족 대표를 포함해 약 3000명으로 구성됩니다. 이들은 1년에 한차례 모여 회의를 열고 경제운용 방향, 예산안, 성장률 목표치 등 중요 정책을 표결로 결정합니다. 정협은 전인대에 법안을 건의하는 역할을 합니다. 중국공산당, 소수민족, 인민단체 등 34개 영역을 대표하는 전국위원들로 구성됩니다. 중국공산당이 양회를 얼마나 중시하는지는 개최 기간 중 수도 베이징의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여러 공장의 가동을 중단시켰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습니다. 체제 선전의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죠.
부동산 의존 성장 방식 한계 다다라
올해 양회의 관전 포인트는 총체적 위기 국면의 중국 경제를 안정시킬 복안입니다. 시진핑 3기가 출범한 작년엔 조직 개편과 인사가 초미의 관심이었던 것과 다르죠.상황은 다급합니다. 외국인직접투자 위축, 수출입 감소, 공장가동률 하락, 대규모 실업, 주춤한 소비 회복세, 코로나19 시기에 늘어난 지방 채무 문제, 심각한 청년실업이 체제 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부동산 개발에 크게 의존해온 경제성장 방식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인데요, 집값 하락이 역대 최장인 29개월째 이어질 정도로 부동산 공급 과잉이 심각합니다. 지방정부 재정의 40%를 민간에 땅 사용권을 매각해 조달하는데, 시장이 정체를 보이니 지방정부 부채는 날로 늘어납니다. 민간도 위태롭습니다. 지난 1월 말엔 홍콩 법원이 대형 부동산개발 업체 헝다에 청산 명령을 내렸어요. 업계 1위 비구이위안을 비롯한 대형 부동산 기업의 유동성 위기 소식도 부동산발 리스크를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여기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1월까지 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디플레이션(물가의 지속적 하락을 동반한 경기침체)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어느 정도의 성장률 목표치를 제시할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격동의 국제정세’ ‘험난한 국내 개혁’ ‘발전과 안정 과제’ 등의 표현이 쏟아진 작년 전인대와 환경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올해 5.0%를 밑도는 성장률 목표가 나올 수 있습니다. 시 주석 집권 직전 해인 2012년 9.55%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입니다. 결국 세계경제의 성장 속도도 감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NIE 포인트
1. 중국의 헌법을 우리나라 헌법과 비교해 읽어보자.2. 중국의 정치체제를 도표를 그려 이해해보자.
3. 중국 경제가 세계경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해보자.
사회주의 색채 강화한 정치 리더십이 문제
1인 체제의 경직성도 지지기반 허물고 있죠
작년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의 국가주석 선거 결과, 시진핑 단일 후보에 대한 찬성이 2952표에 이르렀습니다. 반대·기권은 한 표도 없었죠. 10년 주기의 권력 교체 관례를 깬 시진핑 3기 체제(15년간 통치)에 이처럼 만장일치의 찬성이 나온 것은 민주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낯설기만 합니다.재산권 위협에 확산하는 ‘중국 엑소더스’
중국공산당 당대회는 5년 주기로 당과 국가의 새 지도부를 뽑고, 중장기 노선을 제시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2022년 10월 개최된 제20차 당대회는 개혁·개방 시기에 강조돼온 집단지도체제를 부정하고, 시진핑 1인 지배체제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권력 교체의 전통적 관례가 흔들리자 중국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이념적 지향이 강한 시진핑 체제가 시장경제에 대한 규제를 늘리고 자연히 경제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생긴 거죠.
시 주석은 2018년 헌법 개정을 통해 ‘공산당의 영도(지도)’라는 표현도 넣었습니다. 그리고 20차 당대회에서 ‘공산당 영도의 사회주의 현대화’를 이룩하겠다고 밝혔죠. 함께 잘살자는 의미의 ‘공동부유(共同富裕)’ 노선이 나온 배경입니다. 이는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이 주창한 ‘선부론(先富論)’, 즉 경제성장을 먼저 이루고 분배는 이후를 도모하는 정책을 폐기하고 경제정책에서 사회주의 색채를 강화한 것입니다.
중국에서 민간 경제는 국내총생산의 60%, 고용의 80%, 기술혁신의 70%, 정부 세수입의 50% 이상을 책임집니다. 그런데 합리성보다 정치적 고려를 앞세우면 민간의 경제주체들이 당황할 수밖에 없어요. 외국인투자자는 물론 중국 내 기업인들도 재산권과 기업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을 품게 되죠.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시 주석은 민간기업에 공산당 지부를 설치하고, 반간첩법(방첩법)을 강화해 민간기업을 규제하고 검열하기 시작했습니다. 금융당국을 비판한 마윈에게선 핀테크 기업 앤트그룹의 지배권을 박탈하고 모기업 알리바바엔 3조 원대의 과징금까지 매겼습니다. 이 때문에 중국 경제의 위기는 ‘정치의 위기’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인식이 많습니다. 경제를 침체하게 만든 것은 중진국 함정도 아니고, 거시 및 금융정책을 잘못 써서도 아니며, 시진핑 3기 정부의 리더십과 체제의 위기로 발생되었다는 지적입니다. 세계적 경제학자인 천즈우 홍콩대 경제학과 교수는 “베이징 컨센서스, 중국식 발전 모델은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죠. 금융·사법 등 ‘제도 자본의 빈곤’이 문제의 근원이란 지적은 그나마 완곡한 표현입니다.
중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집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시 주석 집권 3년 차인 2015년 5166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계속 내림세입니다. 지난 19일엔 2910까지 하락했어요. 두 배 많았던 중국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이 1년 만에 인도 ETF에 역전됐다는 소식도 있지요. 중국에서 빠져나온 글로벌 자금이 인도로 갔다는 얘기입니다.
기업인·지식인 지지기반 허물어져
많은 전문가는 무너진 집단지도체제에서 위기의 원인을 찾기도 합니다. 여러 의견이 분출하고 조정되는 과정 없이 시진핑 목소리만 강조되니 문제 해결을 위한 출발이 어렵다는 겁니다. ‘제로(0) 코로나’ 정책을 펴며 거대도시 상하이를 봉쇄한 게 그런 경직적인 의사결정 구조에서 나온 실책입니다. 이때 국민 지지가 상당히 등을 돌렸고 ‘당 고위급-기업인-지식인’으로 이어지는 3각동맹과 지지기반이 허물어지게 됩니다.
당대회 다음 해에 열리는 3중전회(당중앙위 3차 전체회의)가 1년을 넘겨 양회 개최를 앞두고 일정조차 못 잡고 있는 것은 이런 정치적 상황에 대한 시 정부의 고민이 크다는 방증입니다. 3중전회는 중국 개혁의 상징이자 대명사와 같습니다.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을 내걸고 계급투쟁을 폐기한 것도 공산당 11기 3중전회였습니다. 집권 청사진을 펼쳐줘야 할 3중전회가 실종되고 있는 것은 그 자체로 중국 위기의 한 단면입니다.
NIE 포인트
1. 최근 중국의 민간기업 통제 사례에 대해 알아보자.2. 시장경제를 도입한 사회주의 체제는 하나의 이상에 불과한지 토론해보자.3. 중국의 전통적 집단지도체제가 어떤 장점을 가졌는지 공부해보자.
장규호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