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덮밥 16만원' 난리 난 일본…"외국인은 돈 더 받자" 이유가?

전체 방일 관광객 숫자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자
"외국인 가격 따로 두자"

3.1절 연휴 일본행 항공권 대부분 마감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된 지난해 12월 22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일본행 항공편 안내가 표시되고 있다. 오는 3.1절 연휴 일본행 항공권도 대부분 마감된 상태다. /사진=연합뉴스
엔화 약세가 이어지면서 일본을 찾는 해외 관광객이 늘자, 일본 사회에서 외국인에게 일본인보다 높은 가격을 부과하는 이른바 '외국인 가격'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일본판은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관광지와 인근 식당의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물가를 올려놓은 일본 주요 관광지의 풍경을 전했다.보도에 따르면 이달 초 개장한 일본 최대 수산시장인 도쿄 도요스시장의 한 식당에선 최근 1인분에 6980엔(약 6만1700원)짜리 사시미 덮밥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도요스시장의 다른 식당에서는 1인분에 1만8000엔(약 16만원)에 달하는 덮밥까지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이어 일본 북부 홋카이도의 한 스키장 인기 푸드트럭에서도 장어 덮밥과 닭꼬치 덮밥을 각각 3500엔(약 3만900원)과 2000엔(1만7600원)에 팔고 있다. 이 가게 사장인 나오야 하야카와는 블룸버그에 "고객의 95%가 국외에서 온 이들"이라고 말했다.
카이센동. /사진=한경DB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고가 덮밥을 내놓는 가게들과 지갑을 기꺼이 여는 관광객들이 늘면서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인바운드동'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을 뜻하는 영어 단어 '인바운드(inbound)'와 덮밥을 뜻하는 일본어 '동(丼)'을 합친 표현이다.관광객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면서, 내국인과 외국인이 지불해야 하는 가격을 구분하자는 '외국인 가격' 도입에 관한 주장이 나온 것이다. 항공·여행 분야 애널리스트인 토리우미 코타로는 최근 일본 민영방송 TBS에 출연해 "숙박료나 놀이공원 입장료 등을 정할 때 외국인 요금을 정가로 두되 내국인은 증명서 등으로 할인해 준다면 이중가격을 쉽게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니혼게이자이 신문도 지난해 말 사설을 통해 "방일 외국인 여행객들에게 물건, 서비스 가격을 높게 받는 '외국인가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외국인은 환율, 임금 등의 격차로 부담 능력이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에 입국한 외국인 수는 전년 동월 대비 79.5% 증가한 268만810명이었다. 이중 한국인 수는 단연 1위로, 전년 동월 대비 51.6% 증가한 85만7000명으로 집계됐다. 월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외국인 가격'에 대한 논의를 접한 국내 누리꾼들은 "일본인이랑 같이 놀러 다니면 어떻게 할거냐. 기준이 애매하지 않냐", "제주도에 희소식이겠다", "일본이 배가 불렀다", "엔저 때문에 간 건데 이러면 갈 이유가 없다" 등의 반응을 내놨다.

한편 항공업계에 따르면 3.1절 당일 국적 항공사들의 일본행 항공편이 대부분 마감된 상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일본행 주요 노선 예약률이 90%를 상회하고 있으며,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의 3.1절 연휴 일본행 항공권 평균 예약률도 80% 후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25년까지 연간 기준 역대 최고치였던 2019년 방일객 수인 3188만명을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