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재선정 나서는 노량진1구역…공사비 증액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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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3.3㎡당 730만원…"사업성 없어"노량진1구역이 시공사 재선정에 나선다. 앞서 두 차례에 걸친 시공사 선정 입찰이 건설사들의 외면에 모두 유찰된 가운데, 시공사 참여를 위해 공사비도 증액될 전망이다.
건설사 외면에 시공사 선정 2회 유찰
조합, 층수·설계 변경 추진…공사비 증액 포석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노량진1재정비촉진구역 조합은 대의원회를 거쳐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GS건설· 포스코이앤씨·금호건설·호반건설·효성중공업 6개사에 시공사 선정 참여 요청 공문을 발송한다. 비상대책위원회인 노량진1정상화위원회는 이미 삼성물산에 입찰 참여를 제안하는 공문을 보냈다.앞서 두 차례 진행한 시공사 선정은 모두 유찰됐다. 지난해 11월 1차 입찰에는 건설사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고 지난 13일 2차 입찰에는 포스코이앤씨가 단독 참여했다. 낮은 공사비가 원인이었는데, 조합은 공사비로 3.3㎡당 730만원을 제시했다. 조합 유이자 사업비와 공사비 5대 5 상환, 조합원 분담금 입주시 90% 납부, 공사비 물가인상 1년 유예 등의 조건도 걸었다.
노량진 대장주여도…건설사들 "사업성 없다" 외면
노량진1구역은 동작구 노량진동 일대 13만2132㎡ 부지에 지하 4층~지상 33층, 28개 동, 2992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조합원 수만 1019명에 이른다. 조합설립은 2017년, 정비구역지정은 2020년에 이뤄졌다. 지난해 3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이주를 진행 중이다.정비업계에서는 노량진1구역이 노량진뉴타운 '대장주아파트'로 꼽히긴 하지만, 공사비가 너무 낮아 사업성이 없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서울 정비사업지 공사비가 3.3㎡당 800만원대에 들어선 상황에서 700만원대 공사비에 물가인상 유예까지 더해지니 건설사들이 사업 자체를 외면한다는 것이다.송파구 잠실주공 재건축 사업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최근 조합에 공사비를 3.3㎡당 660만원에서 823만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통보했다. 현대건설도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조합에 공사비를 3.3㎡당 548만원에서 829만원으로 올려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하이엔드 브랜드는 이미 공사비 1000만원 시대를 열었다. 지난해 말 대우건설이 3.3㎡당 1070만원으로 서울 여의도 공작아파트 재건축을 수주한 게 대표 사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주거용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152.47이다. 2020년 12월(121.46)과 비교하면 25.5% 상승했다. 건설자재 지수도 2020년 12월 106.4에서 2023년 12월 144.2로 35.6% 늘었다. 주요 건설자재인 철근과 시멘트 가격이 3년간 누적으로 각각 64.6%, 54.6% 상승한 여파다.
사업성 높여 공사비 올릴 방안으로 '설계변경' 부상
결국 노량진1구역이 시공사 재선정에 나서더라도 기존 공사비로는 건설사들의 참여를 독려하긴 어려운 셈이다. 정비업계는 결국 조합이 설계변경을 통해 공사비를 증액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고 층수를 높이고 소형 가구를 중대형으로 늘려 사업성을 높이면서 공사비도 건설사들이 납득할 수준으로 높인다는 관측이다.노량진1구역 조합은 기존 33층을 최고 49층까지 높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새로운 설계안을 바탕으로 다음 조합원 총회에서 층수 상향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전용 39㎡ 등 소형 가구를 대체해 99·134㎡ 대형 가구를 늘리는 계획안도 조합원에 공개했다. 이러한 설계 변경을 통해 재개발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설계를 변경하면 공사비 증액은 불가피하다. 다만 수익성이 높은 한강 조망 가구와 중대형 가구를 늘릴 수 있다. 전체적인 사업성 개선으로 늘어난 분양 수익으로 공사비 증액분을 충당한다면, 조합원 분담금 증가는 억제하면서 건설사 눈높이에 맞는 공사비를 제시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2차례 유찰 이후엔 단독입찰 업체와 수의계약이 가능한데, 노량진1구역은 경쟁입찰을 원하는 조합원이 많아서 조합이 재선정을 추진하는 것 같다"며 "경쟁입찰이 이뤄지려면 공사비를 올려야 하는데, 조합원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공사비를 올릴 방법으로 설계 변경을 추진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