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종 기획사'도 초전도체 눈독?…"주가 하락 부메랑"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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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제작사부터 '최수종 기획사'까지초전도체 관련주들 전환사채(CB) 발행이 늘고 있다. 연일 폭등하는 주가 속에서, 와이파이 장비회사나 연예기획사까지 사업목적을 초전도체로 바꿔가며 CB를 찍는 추세다. 기존 관련주는 물론이고, 단숨에 초전도체주로 변신한 CB 발행사들의 상한가 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무분별한 자금조달이 ‘매물 폭탄’과 주가 하락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CB 파티장' 초전도체株
꼬리에 꼬리 무는 ‘CB 연쇄발행’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초전도체 대표주로 자리 잡은 씨씨에스는 이날 그린비티에스(지분율 7.05%)와 퀀텀포트(6.96%)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최대 주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씨씨에스는 원래 충북 충주시에 본사를 둔 지역 방송사업자다. 지난해 9월 경영권이 바뀌었고 상온 초전도체 주장 물질 ‘LK-99’ 개발 참여자로 알려진 권영완 고려대 KU-KIST 융합대학원 연구교수 등이 사내이사에 오르며 초전도체 관련주로 떠올랐다. 씨씨에스의 최대 주주가 된 그린비티에스와 퀀텀포트는 권 교수와 건설 정보기술(IT) 사업자 출신인 정평영 씨씨에스 대표의 비상장 회사들이다. 이들은 CB를 발행해 유상증자 납입대금을 마련했다. 퀀텀포트는 코스피 상장사 아센디오에 45억원 어치 CB를 넘겼고 그린비티스는 코스닥 상장사 다보링크에 20억원의 CB를 발행했다.비상장사인 광명길도 그린비티에스 CB 5억원어치를 가져갔다. 이들은 “만기나 조기상환 청구 시 상환금액 절반을 씨씨에스 보통주로 받는다”는 특약을 맺기도 했다. CB는 발행사 주식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사채다. 이를 찍어준 회사가 아닌, 씨씨에스의 주식을 받기로 한 것이다. 이와 별도로 씨씨에스는 WF컨트롤조합에 200억원의 CB도 발행한다. WF컨트롤조합의 출자자는 지난해 씨씨에스의 새 공동대표가 된 김영우 씨다.
CB의 인수자인 아센디오와 다보링크도 최근 연쇄적으로 CB를 발행했다. 아센디오는 연예기획사다. 배우 최수종, 하희라 등이 소속돼 있다. 아센디오는 콘텐츠 제작비 조달 명목으로 씨앤엘브릿지(100억원), 소중한친구들(60억원), 릴라이(60억원) 등에 CB를 발행한다고 지난달 공시했다. 이 중 작년 결산기 재무 사항이 공시된 씨앤엘브릿지는 자본총계가 1억5500만원, 부채총계가 5800만원에 불과하다. 와이파이 공유기를 만드는 다보링크는 엠아이스퀘어에 150억원짜리 CB를 발행하기로 했다. 엠아이스퀘어는 2022년 기준 자산총계(5억1100만원)가 부채총계(14억2300만원)보다 더 작은 자본잠식 상태다. 엠아이스퀘어는 소병민 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소 씨는 2022년 ‘리튬 테마주’로 떠올랐던 하이드로리튬의 메자닌 투자자로 활동한 인물이다.
연이은 상한가에…개인 투자자 ‘경고음’
초전도체 관련주는 최근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씨씨에스는 지난해 9월 경영권 변경 계약 공시 때보다 432.17% 급등했다. 새 주주에게 돈을 대준 아센디오와 다보링크도 초전도체 관련주로 새롭게 분류되며 주가가 상승세다. 아센디오는 지난달 10일까지만 해도 거래소의 시황 변동 조회공시에 “확정된 사항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다가 지난 21일 돌연 주주총회 목적의 정관 변경란에 초전도체 사업을 기재했다. 다보링크도 지난 22일 같은 내용의 사업 목적 변경을 공시했다. 두 회사 모두 공시일부터 이날까지 연이은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시장에서는 이들 종목에 섣불리 투자할 경우 피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메자닌 전문 운용사의 한 임원은 “과거 CB가 많은 테마주는 투자 세력이 정정 공시를 통해 CB 대금 납입을 미루며 주가 추이를 지켜보다가, 오를 것 같으면 외부에서 돈을 빌려 대금을 납입하고 호재를 띄우는 형태로 악용되기도 했다”며 “이 경우 상환 청구 시점까지 주가가 오르다가 개인 투자자가 물량을 떠안으며 떨어지는 경우가 흔했는데, 만약 초전도체주가 같은 길을 걷게 된다면 추후 개인들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