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악당’ 옛말…중국 재생에너지, 화력발전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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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재생에너지 보급에 있어 한국을 앞서고 있다. 유량이 풍부한 장강을 활용해 대규모 수력발전을 하고 있으며 풍력과 태양광 투자를 확대한 덕분에 재생에너지 발전이 화석원료 발전을 앞지를 수 있었다. 한국은 원자력 발전을 내세워 무탄소에너지를 확대하고 있다[한경ESG] 이슈 브리핑중국은 석탄 등 화력발전 설비를 대규모로 보유해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입었다. 그런 중국에서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규모가 화력발전을 추월했다. 정부 계획에 따르면 한국은 2035년은 되어야 가능한 일이다. 중국이 재생에너지를 보급하는 데 우리보다 최소 11년은 앞선 셈이다.이는 중국이 한국보다 수력발전 설비를 훨씬 많이 보유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되는 장강이 중국에 대규모 수력발전을 제공하는 원동력이 된다. 중국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지난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대규모로 투자했다.
中, 태양광 설비 55% 증가
중국 국가에너지청(NEA)의 ‘국가전력산업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중국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은 1472GW로 화력발전(1390GW)을 추월했다. 태양광은 41.3%(609GW), 풍력은 30.0%(441GW), 수력은 28.7%(422GW)를 차지했다. 중국은 지난해 태양광을 가장 많이 늘렸다. 중국의 태양광 누적 설비용량은 2022년 393GW에서 지난해 55%(216GW) 증가해 609GW에 이르렀다. 풍력은 같은 기간 365GW에서 20.8%(76GW) 늘었고, 수력은 414GW에서 1.9%(8GW) 증가하는 데 그쳤다.중국의 총발전 설비용량 2920GW 중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50.4%로, 지난해 처음 절반을 넘겼다. 중국의 화력발전 총설비용량이 전체 발전설비 중 차지하는 비율은 47.6%다.
나머지 2%는 원자력발전이 차지했다. 지난해 중국의 원자력발전 총설비용량은 57GW로, 전년 대비 1GW 늘었다.
중국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투자를 대규모로 확대했다. 중국 에너지청은 지난해 주요 발전 기업의 전력공급을 위한 투자액이 9675억 위안(약 180조원)으로, 전년 대비 30.1%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력망에 대한 투자는 5275억 위안(약 98조원)으로, 전년 대비 5.4% 늘었다.
우리나라는 태양광, 풍력, 수력 발전의 총 설비용량이 화력발전을 추월하려면 2035년은 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태양광(24GW), 풍력(2GW), 수력(2GW)의 설비용량을 모두 합치면 28GW로 화력발전 83GW의 33.7% 수준이다.정부의 10차 전력 수급 기본계획에 따르면 오는 2035년에는 태양광(65GW), 풍력(34GW), 수력(2GW) 등 재생에너지 총설비용량이 101GW로, 화력발전 92GW보다 더 많아진다. 정부는 현재 11차 전기본을 수립 중이다. 올해 발표할 예정인 11차 전기본 내용에 따라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화력발전을 추월하는 시기는 달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달리 수력발전을 설치할 여력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수력발전 설비용량 약 2GW가 전체 144GW 중 차지하는 비율은 1.2% 수준이다. 반면 중국은 28.7%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화력발전을 추월하는 데 중국보다 오래 걸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전력 수급 기본계획에서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수력이 늘어나도록 계획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정부가 태양광과 풍력을 적극 늘리고 있지는 않다. 태양광 신규 보급량은 전년 대비 감소하고 있다. 풍력은 수력과 마찬가지로 전체 누적 보급량이 지난해까지 약 2GW로 충분히 늘지 못했다. 태양광 24GW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국내 태양광 보급 하락세
국내 태양광 신규 보급량은 2020년 4.7GW로 정점을 찍은 뒤 2021년 3.9GW, 지난해 3.3GW로 하락해왔다. 태양광업계는 지난해 신규 보급량이 2GW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풍력은 지난해 신규 보급량이 0.2GW 수준으로, 아직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태양광 신규 보급이 지지부진한 이유 중 하나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땅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할 공간을 제한하는 규제다.
게다가 태양광에 부정적인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지원 정책이 사라졌다. 소규모 태양광은 특히 타격이 컸다. 대표적 소규모 태양광 육성 정책인 소형태양광고정가격계약(한국형 FIT)은 지난해 7월 일몰됐다. 국무조정실이 태양광에 투입된 보조금 비리를 단속, 적발하면서 태양광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진 점도 보급량을 줄인 원인으로 꼽힌다.
풍력이 증가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나라는 바람이 약하게 불다 보니 육상보다 해상에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해상풍력은 사업 허가를 받기 까다롭고 송전망을 연결하기 어려워 늘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기업들은 우리나라에서 RE100(재생에너지 100%) 달성을 위해 써야 할 재생에너지 전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나마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면, 원전을 대규모로 보유 중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보유한 원전 총설비용량 규모는 25GW로, 전체 144GW 중 17.3%를 차지한다. 중국과 비율로 따져보면 8배 이상 많다. 이에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것이 CF100(사용전력의 100%를 무탄소에너지로 조달)이다. 정부는 RE100 대신 CF100을 밀고 있다. 국내에서 다수 보유한 원전을 무탄소에너지로 인정하고 해외 환경규제 대응에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CF100은 이처럼 우리나라의 현 발전설비 보유 상황에 맞춰 탄생한 용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CF100을 RE100 수준으로 전 세계에서 인정받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통령까지 나서 국제사회에 CF100을 홍보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UN 총회 기조연설에서 CF연합을 국제사회에 제안하기도 했다.중국도 원전을 적극 늘리고 있다. 중국은 내년 말까지 원전을 현재 57GW에서 70GW까지 늘릴 계획이다. 중국이 CF100에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는 미지수다. 한국 에너지 정책은 CF100을 포기하고 재생에너지를 중국처럼 대폭 늘리기 위해 투자할지, 아니면 CF100을 계속 밀어붙일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이원희 에너지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