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적자 2000억' 위기의 티빙 구원투수는 바로 '나' [김소연의 엔터비즈]

위기의 플랫폼 살리는 잘 키운 흥행 IP
/사진=티빙
잘 키운 오리지널 하나가 위기의 플랫폼을 살린다.

역대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 공개 40일 만에 시청자 100만명 돌파, 인기리에 공개되고 있는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3'가 세운 기록들이다. '환승연애3'는 이전 시즌의 기록들까지 모두 갈아치우는 한편, 단숨에 티빙의 효자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그뿐만 아니라 7년 만에 부활한 '크라임씬 리턴즈' 역시 인기를 끌면서 이전 시즌들까지 줄줄이 TOP20 차트에 역주행시켰다. 덕분에 지난해 쿠팡플레이에 빼앗긴 토종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OTT) 1위라는 자리도 되찾았다는 평가다. 티빙을 키운 흥행 콘텐츠 지식재산권(IP)가 위기의 티빙을 살렸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와 인지도를 얻은 티빙 '환승연애2' 커플 정현규(좌), 성해은/사진=티빙
'환승연애'는 다양한 이유로 이별한 커플들이 한 집에 모여 지나간 연애를 되짚고 새로운 연인을 찾아간다는 콘셉트의 연애 관찰 예능프로그램이다. 시즌1, 2를 거치면서 탄탄한 마니아층을 형성했고 '환친놈'(환승연애에 미친 사람)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지난 시즌 출연자 중 성해은, 정현규 등은 연예인급 인기를 얻는 인플루언서가 됐고, 남희두와 이나연은 각각 JTBC '뭉쳐야 산다3', SBS '골때리는 그녀들' 등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연예인 못지않은 활동을 이어가면서 이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첫 공개부터 이전 시즌의 기록을 갈아치우더니, 총시청 시간은 공개 6주차 기준 전 시즌 대비 25% 증가했다.

'크라임씬' 시리즈는 용의자와 탐정이 된 참가자들이 그들 가운데 숨어있는 범인을 찾아내는 롤플레잉 추리 게임이다. JTBC에서 시즌3까지 방영됐고, 이번 시즌은 티빙 오리지널로 제작됐다. 원조 멤버 장진, 박지윤, 장동민에 신입 플레이어로 키, 주현영, 안유진이 합류했고 여기에 전 시즌 대비 5배 높은 제작비가 투입됐다고 알려져 기대감을 끌어 올렸다. 공개 이후 2주 연속 비드라마 화제성 조사(굿데이코퍼레이션 제공)에서 1위에 올랐다.
/사진=티빙
'환승연애3'와 '크라임씬 리턴즈'의 인기에 티빙의 경쟁력도 상승했다. 랭킹파이가 지난 19일 공개한 OTT 트렌드 지수에서 티빙은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등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14일 공개한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 결과에서도 넷플릭스 54.3%에 이어 티빙이 20.0%로 1위에 안착했다. 쿠팡플레이는 12.5%, 웨이브는 9.8%, 디즈니플러스는 3.3% 순이었다.

지난해까지 티빙은 '위기'라는 말이 자주 언급됐다. 2022년 기준 티빙은 119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순손실은 1177억원으로 2년 동안 누적 적자액이 2000억원을 넘겼다. 티빙이 KBO(한국프로야구)리그 중계권 연평균 400억원, 총 1200억원을 베팅하는 강수를 둔 것도 누적 적자 해소를 위한 가입자 확보로 해석됐다. 여기에 웨이브와 합병까지 논의됐다. 이 상황에서 '환승연애3'와 '크라임씬 리턴즈'까지 연이어 히트하며 숨통을 튀었다는 평가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은 막대한 출연료와 제작비가 투입되는 드라마에 비해 가성비가 좋다. 보다 적은 제작비로 그 이상의 기여를 한다는 점에서 티빙 입장에서는 더욱 기특한 IP인 셈이다.티빙뿐 아니라 넷플릭스에서도 지난해 하반기 가장 흥행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꼽자면 단연 '솔로지옥3'다. '솔로지옥'은 극한의 상황 속에서 오롯이 서로에게 집중하며, 나이와 직업 등은 모른 채 본연의 매력에 충실히 한다는 콘셉트의 연애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시즌1은 한국 예능 최초로 글로벌 TOP10 TV쇼(비영어) 부문 4위에 올랐고, 프리지아, 덱스 등 시즌마다 핫한 셀럽이 탄생하며 화제성과 영향력을 입증했다.

시즌3는 천국도와 지옥도의 장소와 변화, 그리고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새로운 규칙의 추가로 변주를 꾀했고, '관희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농구선수 이관희(36·LG 세이커스)가 화제와 관심의 중심에 섰다. '솔로지옥3'를 마무리한 후 마주한 김재원, 김정현 PD는 "시즌1, 시즌2보다 더 '핫'한 느낌이라 더 감사한 마음"이라며 "총시청 시간도 시즌1, 시즌2가 6000만대였다면, 이번 시즌은 7000만 시간 정도"라며 이번 시즌이 지난 시즌의 인기를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인기에 힘입어 일찌감치 시즌4 제작도 확정지은 '솔로지옥' 시리즈는 올해 4분기 새 시즌을 선보인다고 예고했다.이와 더불어 한국 예능 최초로 글로벌 인기 콘텐츠 1위에 오른 '피지컬:100'과 역대 넷플릭스 최대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오징어게임'의 시즌2도 공개될 예정이다. 끊임없이 새 콘텐츠를 선보여왔지만 근래 공개된 작품 중 과거의 폭발적인 화제성과 신드롬을 재현한 작품이 없었던 상황에서 '피지컬:100' 시즌2와 '오징어게임2'가 어떤 돌풍을 일으킬지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피지컬:100' 시즌2/사진=넷플릭스
'피지컬:100'은 방영 당시 정확한 제작비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금만 3억원에 이전까지 다른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었던 스케일과 연출로 더 화제가 됐다. 이번에는 더 많은 제작비가 투입돼 새로운 세계관, 압도적 스케일, 진화한 퀘스트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1이 성공했기에 가능한 투자라는 반응이다.

'오징어게임2' 역시 지난 시즌에서 250억원이 투입됐고, 넷플릭스에는 1조원 이상의 수익을 가져다준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각본과 연출을 맡았던 황동혁 감독은 "시즌2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세계적인 흥행에 시즌2 제작이 결정됐다. 제작비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1000억원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 촬영장을 방문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사진=넷플릭스
'오징어게임2'의 경우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서랜도스 CEO는 최근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는 등 일정을 소화하는 와중에 '오징어게임2' 촬영장을 방문하기도 했다.서랜도스 CEO는 "스포일러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가히 압도적인 규모의 세트에서 선보일 새로운 게임들은 한국 콘텐츠만이 가능한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세계에 선사할 것"이라며 "특히 황동혁 감독의 현지 시청자를 위한 진정성을 담아내면서 넷플릭스를 통해 새로운 해외 시청자를 발굴해내는 방향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기대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