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7가구 모집에 13명 청약"…文정부 '신혼희망타운'의 눈물

"신혼희망타운, 옥석 가리면 좋은 기회" 전문가 조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기 위해 출시한 신혼희망타운이 지방 부동산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제도 초기 비판에 따라 가구 면적을 키우고 자격 요건을 낮췄지만, 청약률이 1%대에 그친 곳까지 나왔다. 정부는 새로운 공공분양(뉴홈) 브랜드를 공급하느라 기존 사업 계획을 취소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수도권에서는 여전히 신혼부부에게 좋은 내 집 마련 기회가 될 수 있다”며 남은 청약 물량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격 요건 낮춰도 인기는 ‘시들’

25일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LH가 진행한 울산 중구 다운2지구 A-9블록 신혼희망타운 777가구(전용면적 55·59㎡) 모집에 청약은 13건에 그쳤다. 청약률은 1.7%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울산에서 진행한 신혼희망타운 행복주택도 417가구 모집 중 146건만 접수돼 경쟁률이 0.35 대 1이었다.추가 입주자 모집은 청약 자격을 대폭 완화해 소득이나 자산, 거주지역, 청약저축 가입, 과거 당첨 사실 여부를 묻지 않는다. 계약금을 1000만원 정액제로 하고, 입주 때 잔금을 납부하게 하는 등 청약자의 금융 부담을 낮췄다. 그러나 신청자가 나오지 않으면서 자격 완화가 무색해졌다.

다른 지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달 인천 가정2지구 A-2블록에 조성되는 신혼희망타운 534가구(전용 55㎡)가 공급됐다. 그러나 사전청약 당첨자 중 본청약은 128건에 그쳤다. 본청약도 265건만 접수되며 경쟁률은 0.73 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본청약을 진행한 경남 창원시 명곡지구 A-1 신혼희망타운 행복주택도 상당수 유형이 미달 사태를 빚었다.

신혼희망타운은 애초 소형 가구로 구성돼 수요자의 관심이 높지 않다. 최근 공급하는 단지는 전용 55㎡ 이상 중소형 가구를 늘렸고, 분양가도 주변 민간 단지와 비교해 저렴하게 책정됐다. 그러나 지방에서 청약을 진행하는 단지마다 고배를 마시고 있다. 업계에선 지역별 수요 예측에 실패한 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청약 시장이 위축된 데 따른 결과라는 반응이다.업계 관계자는 “과거 미분양이 상품성 문제였다면 지금은 수요 자체의 문제”라며 “주변 민간 단지도 미분양인데 신혼희망타운에 관심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청약 예정지 눈여겨봐야

수도권 인기 주거지역에서 공급되는 신혼희망타운은 경쟁률이 비교적 높게 나오는 등 수요자의 관심이 꾸준하다. 지난달 경기 위례와 서울 공릉에서 진행한 신혼희망타운 청약엔 1만2000명이 몰렸다. 위례 A2-7블록 본청약에선 143가구 모집에 8567명이 지원해 경쟁률이 59.9 대 1에 달했다. 서울 공릉 역시 139가구 청약에 3219명이 몰렸다. 경쟁률은 23.2 대 1. 두 단지 모두 평균 분양가가 전용 55㎡ 기준 6억원이었다. 주변 민간 단지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청약 결과에 반영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본청약이 예정된 수도권 주요 신혼희망타운 단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수도권에서 내 집 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올해 경기 과천주암(2367가구)과 구리갈매(1794가구), 고양창릉(900가구), 군포대야미(1511가구) 등에서 신혼희망타운 본청약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그러나 본청약 전에 공급 계획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부터 신혼희망타운 공급이 예정된 사업지 13곳, 1만2111가구의 공급을 취소했다. 대신 정부의 새로운 공공분양 브랜드인 뉴홈 공급 계획으로 대체했다. 남은 사업지도 사전청약 당첨자가 있지만, 향후 정부 계획에 따라 본청약이 취소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또 최근 공사비 상승으로 사전청약 당시보다 분양가가 오를 수 있다는 점도 본청약 신청 때 고려사항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사업지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건설 계획으로 교통 인프라가 개선될 여지가 크다”며 “자격이 된다면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신혼희망타운 본청약에 나서는 게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