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랠리'…한국만 소외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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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發 훈풍 전세계 확산엔비디아를 필두로 세계 반도체 랠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유독 한국 반도체 관련주만 소외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ARM 등 미국은 물론 유럽(ASML) 일본(어드반테스트, 도쿄일렉트론) 등의 반도체 대표주들이 대거 오름세에 동참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은 되레 약세
'HBM 수혜' SK하이닉스만 부각
"삼성전자는 메모리가 주력
AI 열풍서 상대적으로 소외
중장기론 주가 키 맞추기 전망"
전문가들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시기가 불투명한 데다 중동 등의 국제 정세 불안이 이어지자 글로벌 자금이 상대적으로 선진국 증시를 선호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SK하이닉스 등을 제외하면 국내 기업 중 엔비디아 ‘가치 사슬’에 속한 기업이 별로 없다는 점도 국내 반도체주가 소외된 배경으로 거론된다.
○‘엔비디아 랠리’ 소외된 한국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반도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09% 내린 3844.25에 거래를 마쳤다. 엔비디아가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각국 반도체 관련주가 급등한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이날 3.13% 오른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약세였다. 삼성전자는 0.27% 하락했고, 한미반도체(-3.40%), 이수페타시스(-1.46%)도 약세였다. 코스닥시장에서 하나마이크론이 3% 이상 떨어졌다.한 증권사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국제 정세가 불안해 한국보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며 “국내 반도체 업체 대부분은 낸드와 D램 등 범용 반도체가 주력이기 때문에 엔비디아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일각에서는 국내 증시가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 사이에 낀 상태를 유지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이날 하이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증시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등으로 상승 국면을 타고 있지만 강도는 미국 일본보다 미진하다”며 “중화권 증시 역시 부양책 기대로 반등 국면에 있지만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중화권 증시 중엔 대만이 엔비디아 랠리에 동참했다. TSMC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이 엔비디아와 협력관계란 점이 부각됐다. TSMC는 23일까지 이틀간 3%가량 올랐다.
○국내 반도체주 ‘키 맞추기’ 나설 듯
국내 반도체주 중에선 SK하이닉스가 예외적으로 오름세를 이어가며 주목받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영향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한다. 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군의 판매 호조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매출 11조3055억원, 영업이익 3460억원을 올리며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보다 빠르게 흑자 전환했다.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에 이어 국내 다른 반도체주도 글로벌 랠리에 동참하는 ‘키 맞추기’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4분기부터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반도체 업황이 살아나고 있어서다.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도 긍정적이다. 인공지능(AI) 수요로 설비 투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관련 금융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메모리 수요가 회복하고 있는 데다 주가 약세의 원인이던 HBM 역시 투자를 본격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지효 기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