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양극재 'LFP 투자' 딜레마…"中 저가 공세 속수무책"

배터리 시장서 비중 커지지만
핵심 소재 인산염 中이 싹쓸이
韓기업, 가격 경쟁 밀릴 게 뻔해

포스코퓨처엠 "마진 확보 의구심"
LG엔솔, 중국업체 손잡고 대응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사업 진출 여부를 두고 국내 양극재 기업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LFP 배터리시장을 버리자니 이 제품을 쓰는 중저가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커지는 게 눈에 밟힌다. 그렇다고 본격적으로 뛰어들자니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뛰어넘기 어려워서다.

지난 22일 전남 광양 양극재 공장 착공식에서 만난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도 이런 고민을 토로했다. 그는 LFP 사업 진출과 관련해 “고객이 원한다면 LFP 공급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마진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고 말했다.

다음달 포스코퓨처엠 사령탑에 오르는 유병옥 대표의 주요 과제 중 하나도 LFP 사업 진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에코프로, 엘앤에프, LG화학 등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LFP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구체적 전략과 비전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LFP시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경기 불황과 고금리 여파로 저가형 전기차 인기가 높아지고 있어서다. LFP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니켈·코발트·망간(NCM),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보다 전기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30% 이상 저렴한 게 강점이다. 배터리업계의 새로운 먹거리인 ESS에 주로 장착된다는 것도 LFP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꼽힌다.그러다 보니 국내 배터리 3사는 LFP 생산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그동안 LFP 배터리 관련 매출이 없던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중국 업체와 LFP 소재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2025년 이후부터는 LFP 배터리 매출 비중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소재 업체들도 LFP 양극재 생산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 수요는 충분하지만 중국 기업들이 내놓는 가격을 맞추기 힘들어서다. 중국 소재 업체들은 LFP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인산염을 싸게 조달받는 공급망을 갖춘 데 힘입어 저가로 시장을 휩쓸고 있다.

후발주자인 국내 업체들이 중국과 가격 경쟁을 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업계에선 국내 업체들이 LFP 양극재 사업에 뛰어드는 방법은 하나뿐이라고 설명한다. 인산염을 싼값에 받을 수 있는 해외 업체들과 합작회사를 세우는 방안이다. 중국 업체 등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다.한 양극재 업체 관계자는 “중국과 합작회사를 세우되 국내 업체 지분을 높게 가져가면 LFP 양극재 생산 비용을 낮추면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