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 도입으로 투구 재설계 나선 양현종 "낮은 변화구에 집중"

양현종이 예상한 2024시즌 최고 변화구는 커브…"나도 비중 늘릴 것"
2024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도입이다. 주심 대신 이른바 '로봇 심판'인 기계가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시스템으로, KBO 사무국은 일률적인 스트라이크 존 적용으로 판정으로 인한 불필요한 마찰을 획기적으로 줄일 것이라 기대한다.

이제 심판 대신 인공지능에 '채점'을 맡기게 된 투수들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저마다 모범 답안을 만들고자 노력을 기울인다.

프로 18년 차인 KIA 타이거즈 에이스 양현종(35)도 이를 피해 갈 수 없다. 양현종은 24일 KIA 스프링캠프가 열린 일본 오키나와현 긴 야구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ABS 도입에 맞춰 낮은 변화구를 집중해서 던지려고 한다"고 공개했다.

KBO리그 심판위원이 판정을 맡은 가운데 이날 불펜 투구를 소화한 양현종은 공을 다 던지고 난 뒤 꼼꼼하게 스트라이크와 볼 여부를 물어봤다.
ABS 도입에 대비한 집중 훈련 덕분에 장비가 없어도 어느 정도는 ABS가 설정한 스트라이크 존을 알고 있는 KBO 심판위원들은 '공이 한 개 정도 빠졌다', '예전이라면 이런 공이 스트라이크로 인정받았겠지만, ABS에서는 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등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양현종은 "구체적으로 왼손 투수가 1루 쪽 마운드 발판을 밟고 던졌을 때, 예전이라면 스트라이크 판정 나왔을 공도 ABS를 도입하면서 확실하게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하지 않으면 볼이 나올 수 있다.

심판들도 '스트라이크가 후하지 않다'고 하더라. 중요한 건 홈플레이트를 무조건 지나가야 스트라이크 선언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왼손 투수가 1루 쪽 발판을 밟고 던지면, 우타자 기준 바깥쪽 꽉 찬 곳으로 공을 집어넣기 용이하다.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으로 돌아 존에 살짝 걸치는 이른바 '백도어' 투구가 이제는 인정받기 힘들다는 의미다.
양현종은 "백도어 공은 볼이 나올 확률이 높다"면서도 "반대로 그 코스에 안 던진다면 타자는 반대쪽만 노릴 것이기에 안 던지면 안 된다.

스트라이크 선언을 못 받더라도 타자의 선택지를 늘려야 저희 투수들도 살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양현종은 투수가 타자를 상대하는 기초 설계도와 비슷한 의미의 '피칭 디자인'까지 손볼 생각이다.

양현종은 "낮은 변화구를 집중해서 던지려 한다.

포수가 낮은 쪽에서 잡은 공도 일단 센서만 통과하면 스트라이크다.

체인지업도 변화를 줘야 한다.

여기에 슬라이더와 커브도 변화가 심한 쪽으로 가고자 한다"며 "그런 면에서 홈플레이트를 타고 지나가는 공이 많은 사이드암 투수가 유리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또한 "통계적으로 작년까지 (심판이 판정했을 때) 볼을 스트라이크로 선언한 게 많았지, 스트라이크를 볼로 준 건 많지 않았다"면서 "작년보다는 투수가 불리할 것"이라고 베테랑 투수다운 분석도 곁들였다.
양현종이 예상한 2024년 최고의 변화구는 커브다.

그는 "저는 많이 안 던지는데, 작년보다 구사 비중을 높여야 살아남지 않을까 한다.

커브가 제일 큰 무기가 될 것 같고, 곽빈(두산 베어스)이나 박세웅(롯데 자이언츠), 이의리(KIA) 같은 투수에게 유리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한화 이글스 유니폼을 입은 류현진은 지난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느린 커브로 빅리그 타자들조차 꼼짝 못 하게 묶어놨다.

이제 KBO리그 타자들은 류현진이 던지는 '절벽 커브'를 상대해야 한다.

양현종은 "현진이 형은 모든 구종이 뛰어난 투수다. 그래도 ABS가 도입되면서 커브가 더 힘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